[미디어펜=백지현 기자] 물가 상승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는 가운데 경제성장률까지 예상보다 큰 폭으로 개선되면서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물가 상방 압력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경기 회복세까지 확인되면서 한은이 오는 26일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3.00%에서 3.25%로 0.25%포인트(p) 인상할 기능성에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4일 한은에 따르면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2.8%로 전월(2.9%)보다 0.1%p 낮아졌다. 농축수산물 가격 하락폭이 확대되면서 전체 물가 상승률을 끌어내렸지만,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는 2.8%로 전월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률은 9월 -0.3%에서 10월 -1.7%로 하락폭이 확대됐다. 반면 석유류는 국제유가 상승에도 최고가격제 영향으로 14.9%의 상승률을 기록해 전월(14.8%)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가공식품은 원·부자재 비용 상승 여파로 상승률이 2.1%에서 2.9%로 높아졌고, 생활물가 상승률도 2.6%로 전월보다 0.1p 올랐다.

한은은 물가 둔화 흐름이 뚜렷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이지호 부총재보는 전날 물가 상황 점검회의에서 "농축수산물 가격 하락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소폭 낮아졌지만 개인서비스와 내구재를 중심으로 높은 상승세가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이달에도 근원물가의 오름세 등을 고려할 때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 후반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동 정세와 비용 충격의 전이, 수요 측 압력 등 물가 상방 요인도 여전하다고 봤다.

3분기 성장률의 예상 밖 호조도 통화정책에 영향을 미칠 변수다. 한은이 발표한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에 따르면 3분기 GDP는 전기 대비 1.0% 증가했다. 당초 한은이 제시한 성장률 전망치(0.3%)를 3배 이상 웃도는 수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로는 3.4% 성장했다.

성장세는 수출과 설비투자가 이끌었다. 수출은 반도체와 기계·전기장비 등을 중심으로 전기 대비 2.3% 증가했고, 설비투자는 반도체 제조용 기계 등 기계류 투자가 늘면서 4.1% 확대됐다. 정부소비도 물건비와 건강보험 급여비 지출 증가에 힘입어 1.9% 늘었다.

반면 민간소비는 승용차와 가전제품 등 재화와 금융·음식 등 서비스 소비가 줄면서 0.2% 감소했다. 건설투자는 토목건설 증가로 전기 대비 0.7% 늘었지만 전년 동기 대비로는 0.7% 줄었다. 수출과 설비투자가 성장률 반등을 이끌었지만 내수 회복세는 아직 제한적인 모습이다.

신현송 총재도 성장과 물가 흐름을 통화정책 결정에 주요 변수로 제시한 바 있다. 신 총재는 지난달 23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8월 말 전망치보다 올해와 내년 성장률을 더 높게 보고 있다"면서 "높은 성장세로 내년 물가와 근원물가도 8월 전망보다 조금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며, 그에 해당하는 통화정책을 운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은은 지난 8월 경제전망에서 올해 경제성장률과 내년 성장률을 각각 3.3%, 2.9%로 제시했으며,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5%로 전망했다.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