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항 호르무즈 원유 비중 80%→0%…우회수송 급증
아람코 송유관 확충 추진…운임 부담·홍해 위험 여전
[미디어펜=김하늘 기자]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가 호르무즈해협을 우회하는 송유관 수송능력 확대에 나섰다. 중동 전쟁으로 원유 수출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해협의 통항 위험이 커지면서 대체 수송로 확보에 속도를 내는 것으로, 원유 선적 항만을 변경하며 공급 차질에 대응해 온 국내 정유업계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다만 호르무즈해협을 우회하더라도 홍해의 선박 피격 위험과 운송비 부담은 여전하다. 국내 정유사들이 중형 유조선과 해상 환적 등으로 운송 방식을 다변화하고 있지만, 아람코의 송유관 확충만으로 해상 운송 위험과 비용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가 호르무즈해협을 우회하는 송유관 수송능력 확대에 나섰지만 국내 정유사들의 비용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울산석유화학단지 전경./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5일 외신과 정유업계에 따르면 아람코는 사우디 동부 유전지대와 홍해 연안 얀부항을 연결하는 동서횡단 송유관의 수송능력을 하루 최대 700만 배럴에서 1000만 배럴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예비 엔지니어링 작업을 진행 중이며, 해외 원유 저장시설 확충과 대체 수출 경로 확보도 검토하고 있다.

동서횡단 송유관은 사우디 동부에서 생산된 원유를 홍해 연안으로 운송하는 시설이다. 페르시아만의 기존 수출항과 달리 호르무즈해협을 거치지 않고 원유를 선적할 수 있어 중동 전쟁 이후 대체 수송로로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국내 정유사들도 전쟁 이후 원유 선적 항만을 변경하며 공급 차질에 대응하고 있다. 기존에는 사우디산 원유를 주로 페르시아만의 라스타누라항에서 선적했지만 호르무즈해협의 통항 위험이 커지면서 홍해 얀부항을 통한 원유 도입을 확대했다.

실제 울산세관에 따르면 울산항으로 반입된 원유 가운데 호르무즈해협 내측 항만에서 선적된 물량의 비중은 올해 1월 79.5%에서 9월 0%로 감소했다. 반면 얀부항과 푸자이라항 등 해협 외측 중동 항만의 비중은 같은 기간 8.4%에서 70.6%로 급증했다.

특히 얀부항에서 울산항으로 반입된 원유는 1월 22만9000톤에서 9월 198만9000톤으로 늘어 전체 반입량의 38.7%를 차지했다. 아람코의 송유관 확충이 향후 국내 정유사들의 원유 조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유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평상시 아시아로 수출하는 사우디산 원유는 주로 페르시아만의 라스타누라항에서 선적하고 얀부항은 유럽 수출을 위한 항만으로 활용돼 왔다"며 "하지만 중동 전쟁 이후에는 호르무즈해협과 홍해의 위험 상황에 따라 두 항만을 번갈아 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후티 반군의 공격이 심해졌을 때는 오히려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라스타누라항을 이용하기도 했다"며 "최근에는 얀부항을 통한 원유 수송이 늘어나는 등 상황에 따라 선적 항만을 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 우회수송에 운임 부담…홍해도 안전지대 아니다

얀부항은 호르무즈해협을 우회할 수 있는 대안이지만 기존 페르시아만 항만보다 운송거리와 비용 측면에서 불리하다.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얀부항에서 국내로 원유를 운송할 경우 페르시아만 항만을 이용할 때보다 통상 2~3일가량 더 소요된다. 운항 기간이 길어지는 만큼 유조선 용선료 등 운송비 부담도 커진다.

해상 운송 위험이 커지면서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대신 상대적으로 작은 아프라막스급·수에즈막스급 유조선을 활용하거나 선박 간 원유를 옮겨 싣는 해상 환적(STS·Ship-to-Ship) 방식도 동원되고 있다. 다만 중형 유조선의 운임 상승과 추가 환적 비용으로 정유사들의 부담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여기에 홍해 역시 후티 반군의 공격 위험에 노출돼 있어 호르무즈해협을 피하더라도 원유 운송의 안전을 보장받기 어렵다.

홍해의 통항 위험까지 커질 경우 수에즈운하를 거쳐 지중해와 대서양으로 돌아가는 장거리 우회 항로도 고려할 수 있지만 운송 기간이 두 배 이상 늘어나 현실적으로 선택하기 어려운 대안이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얀부항에서 국내까지 원유를 운송하는 데 통상 20~25일이 걸리지만 수에즈운하와 지중해·대서양을 거쳐 돌아올 경우 50일 이상 소요될 수 있다"며 "운송비뿐 아니라 원유가 선박에 실려 있는 동안 자금이 묶이고 유가 변동에 따른 위험까지 감수해야 해 사실상 최후의 선택지"라고 설명했다.

◆ 아람코 송유관 확충 효과는…막대한 투자비·홍해 위험 변수

아람코의 송유관 확충은 호르무즈해협을 우회할 수 있는 원유 물량을 늘려 공급 안정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전망이다. 다만 대규모 투자비가 필요한 만큼 실제 확충 규모와 추진 속도는 지켜봐야 한다는 평가다.

송유관 수송능력이 확대되더라도 홍해의 통항 위험까지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국내 정유사들 역시 특정 항만에 의존하기보다 해상 상황에 따라 다양한 수송 경로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송유관 확충은 원유 수출 안정성 확보에 당연히 도움이 된다"면서도 "워낙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사업인 만큼 아람코가 이를 전적으로 부담하면서까지 안정적인 수출체계를 구축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UAE가 오만만을 통해 원유를 수출하는 것처럼 국내 정유사들도 얀부항 외에 다양한 항만과 수송 경로를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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