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 강화해야 함에도 시스템 개편 속도전에 '이중고'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최근 불거진 금융권 해킹 사태가 증권업계로까지 확대되면서 금융당국과 업계의 긴장도도 높아진 가운데, 결제주기 단축(T+1)을 둘러싼 업계의 부담도 점점 더 가시화되는 모습이다. 겉으로는 정부의 자본시장 선진화 및 제도 개편 기조에 원활하게 발을 맞추려는 모습이지만, 내부적으로는 급격한 결제주기 단축 일정과 잇따르는 규제 압박으로 인해 전방위적인 부담이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최근 불거진 금융권 해킹 사태가 증권업계로까지 확대되면서 금융당국과 업계의 긴장도도 높아진 가운데, 결제주기 단축(T+1)을 둘러싼 업계의 부담도 점점 더 가시화되는 모습이다./사진=김상문 기자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증권업계가 안팎의 '이중고'에 따른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증시 위축으로 거래대금이 줄어들면서 증권사들의 호실적 흐름이 꺾인 것도 있지만, 이는 워낙 압도적인 실적발표 이후 나타난 흐름이라 아직까지는 여력이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반면 은행권에서 옮겨붙은 해킹 사태 여파는 증권업계에도 매우 큰 부담이다. 이미 대신증권과 미래에셋자산운용, 한양증권 등에서 고객정보 유출사고가 터진 상태인데, 업계는 이미 그 누구도 이번 사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분위기가 공유돼 있다는 전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모든 회사가 보안 관리체계 점검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해킹 기술이 함께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누구도 재발 방지를 단언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증권유관기관(한국거래소·한국예탁결제원·한국증권금융·금융투자협회)이 발표한 주식 결제주기 T+1(매매일 기준 1영업일 후 결제) 단축 로드맵은 증권업계의 새로운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오는 2028년 도입을 목표로 추진되는 이번 개편은 1972년 T+2 체계가 자리 잡은 이후 50여 년 만의 대대적인 인프라 혁신이다. 

'오늘 팔면 모레(T+2) 돈을 받는' 개인 투자자들의 매도대금 수령 주기가 빨라지는 등 소비자 편익 증대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이를 전사적으로 뒷받침해야 하는 증권사들의 표정은 밝지만은 않다. 우선 시한부 ‘속도전’에 대한 피로감이 극에 달해 있다. 

미국이 지난 2024년 T+1 제도를 선도적으로 안착시켰고, 유럽연합(EU)과 영국 등 주요국이 2027년 시행을 준비 중인 가운데 국내 금융당국 역시 '글로벌 스탠더드'를 명목으로 조금씩 압박을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준비 기간이 촉박하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2027년까지 시스템 인프라 구축을 마치고 최소 6개월 이상의 통합 테스트를 거쳐 2028년 내에 제도를 안착시켜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미국 등 해외 시장은 철저한 사전 시뮬레이션과 수년에 걸친 유예 기간을 거쳤으나, 국내의 경우 당국의 강력한 의지에 맞춰 일정이 빡빡하게 짜였다”며 “전산 시스템 전면 개편과 오류 리스크 차단을 위해 투입해야 하는 비용과 인력이 만만치 않다”고 언급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 우려와 자금 유동성 관리 부담도 증권사들의 부담을 더하는 요인이다. 시차가 다른 해외 거점 투자자들과 외국계 금융기관의 경우, 물리적으로 단축된 결제 시한 내에 자금과 증권을 맞추기가 까다로워 한국 시장 투자를 꺼리거나 비용 부담을 호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거래 위축은 곧바로 증권사들의 위탁매매(수수료) 수익 감소로 직결될 수밖에 없다. 매수자 대금 납부 기한이 줄어들고 미납 시 반대매매 시점도 T+2로 앞당겨지는 등 시장 충격 흡수 여력도 좁아졌다는 지적도 있다. 

더 이상의 해킹 사태가 있어서는 안 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회사들이 안전 리스크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 함께 조성되고 있는 셈이다. 이밖에도 밸류업 프로그램 동참, 리스크 관리 강화, 민생 금융지원 등 각종 현안이 산적한 상태라 증권사들은 '수익성 방어'와 '추가비용 발생'이라는 줄타기를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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