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자 구속·바티칸 성명…영화 '거짓말', 무삭제 공개
입력 2026-11-06 08:20:17 | 수정 2026-11-06 08:20:17
이석원 부장 | che112582@gmail.com
'거짓말: 4K 무삭제 완전판' 27년 만에 공개, "인간 존엄성 훼손 잔혹한 외설물"
1999년 등급 보류·시민단체 고발 등 20세기 말 대한민국 집어삼킨 외설 논란
1999년 등급 보류·시민단체 고발 등 20세기 말 대한민국 집어삼킨 외설 논란
[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20세기 말, 대한민국 전체를 붉은 외설과 표현의 자유라는 거대한 이념 대립의 소용돌이 속으로 밀어 넣었던 한국 영화사의 가장 뜨거운 금기작이 27년 만에 봉인을 해제한다.
5일 배급사 영화로운형제에 따르면, 장선우 감독이 연출한 영화 '거짓말'의 원본 그대로를 담아낸 '거짓말: 4K 무삭제 완전판'이 오는 11일 전국 극장에서 전격 개봉한다.
영화 '거짓말'은 장정일 작가의 파격 소설 '내게 거짓말을 해봐'를 원작으로, 38세 조각가 제이(이상현 분)와 18세 여고생 와이(김태연 분) 사이의 폭력적이고도 파격적인 가학·학대(SM)적 성적 욕망을 그린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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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99년 당시 바티칸 교황청까지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잔혹한 외설물"이라며 비판한 바 있던 장선우 감독의 영화 '거짓말'이 27년 만에 완전 무삭제 버전으로 공개된다./사진=영화로운형제 제공 | ||
이번 개봉작은 한국영상자료원이 4K 디지털로 복원한 영상에 해외 배급 판본을 결합해 완성했으며, 2000년 당시 검열의 칼날을 맞아 잘려 나갔던 15분가량의 전라 정사 및 여고생 신분 묘사 장면을 온전히 되살린 112분 풀버전이다. 무삭제 완전판이 국내 정식 극장에 걸리는 것은 이번이 사상 처음이다.
원작자 징역형부터 바티칸 비판까지…20세기 끄트머리를 흔든 최고의 '스캔들'
1999년 완성 당시 '거짓말'은 단순한 영화 한 편을 넘어 사회적 충격 그 자체였다. 원작 소설은 1997년 출간 직후 음란 문서 제조 혐의로 작가 장정일이 징역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되어 2000년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되는 초유의 사태를 불렀다.
이어 제작된 영화 역시 세계 3대 영화제인 제56회 베네치아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되는 기염을 토했으나, 같은 해 바티칸 교황청이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잔혹한 외설물"이라며 강력한 반대 성명을 발표하는 등 세계적인 스캔들로 번졌다.
국내 수난사는 더 잔혹했다. 1999년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미성년자와의 변태적 성행위 및 과도한 음란성"을 이유로 두 차례나 등급 보류 판정을 받는 기함할 만한 규제를 겪었다. 결국 여고생임을 암시하는 대목과 성기 노출, 파격 정사 신 등을 무자비하게 cut해낸 수난의 잘려 나간 판본으로 2000년 초 겨우 극장에 걸릴 수 있었다. 그러나 개봉 직후에도 학부모 단체와 시민단체가 상영 극장을 음란물 유포 혐의로 형사 고발하고 극장 앞 피켓 시위가 이어지는 등 표현의 자유와 음란성의 한계를 두고 20세기 말 대한민국 사회를 마비시킨 논쟁의 심장에 섰다.
'노출과 자극'이 범람하는 2026년…27년 전 금기작이 지금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
당시 언론 보도들은 영화를 두고 "끝내 작품이 아니라 스캔들로 남을 것"(조선일보, 2000년 1월)이라며 당대의 유교적 윤리관과 법적 잣대가 부딪힌 극단적 충돌을 생생히 기록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27년이 지난 2026년 오늘, 이번 무삭제 완전판의 개봉은 단순한 과거 명작의 복원을 넘어 시사하는 바가 묵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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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8세 여고생을 상대로 한 가학적인 성행위 등으로 당시 원작자가 구속되는 일까지 있었던 영화 '거짓말'./사진=영화로운형제 제공 | ||
현재의 영상 콘텐츠 생태계는 27년 전과는 완전히 궤를 달리한다. OTT 플랫폼과 유튜브, 각종 서브컬처 매체를 통해 수위 높은 성적 표현과 가혹한 잔혹물이 아무런 검열 없이 안방극장과 손안의 스마트폰으로 매일같이 쏟아지는 시대다. 성문화의 개방과 예술적 표현 수위의 한계가 유연해진 지금의 대중에게, 당대 사회를 사시나무 떨듯 흔들었던 '거짓말'의 무삭제 파격 수위가 더 이상 단순한 '음란함'으로만 치부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번 '거짓말: 4K 무삭제 완전판'의 상영이 20세기의 윤리적 도덕관과 21세기의 시각적 감수성이 교차하는 흥미로운 미학적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장선우 감독이 렌즈에 담으려 했던 육체적 욕망의 본질과 시스템에 대한 반항이 단순한 '포르노그라피 논란'이라는 껍데기를 벗고, 비로소 영화적 미학으로서 다시 평가받을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시대를 너무 앞서가 구속과 검열이라는 시련을 겪어야 했던 장선우의 문제작 '거짓말'. 27년이라는 세월을 건너온 이 무삭제 잔혹 잔혹극이 2026년의 관객들에게 과연 어떤 충격과 진정한 질문을 던질지 오는 11월 11일 극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