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사기거래 탐지" 우리 "해외송금 심사" 주목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최근 인공지능(AI)발 해킹사고로 곤혹을 치른 은행권이 역으로 AI 활용을 고도화하며, 금융사기 사고 방지에 나서고 있다. 금융사기 의심 거래 고객에게 AI가 먼저 전화를 걸어 거래 안전성을 확인해주는가 하면, AI가 해외송금을 심사해 인간의 서류작업 오류를 최소화하는 식이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AI-세이프티(Safety) 콜봇'을 개발해 금융사기 예방 업무에 도입했다. 카뱅의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에서 금융사기 의심 거래를 포착하면 AI가 자동으로 고객에게 전화를 걸어 거래 주의를 안내하고, 주요 금융사기 유형과 대응 방법을 담은 알림톡을 함께 발송하는 식이다. AI는 수사기관 사칭, 대출 빙자, 가족 사칭, 고수익 투자 사기 등 다양한 금융사기 유형 중 연령별, 사기 수법 트렌드 등을 고려해 고객에게 필요한 예방 정보를 선별 안내한다. 아울러 알림톡에는 고객의 특성과 금융사기 동향 등을 고려해 주요 금융사기 수법과 대응 방법을 맞춤형으로 담아 제공한다. 

   
▲ 최근 인공지능(AI)발 해킹사고로 곤혹을 치른 은행권이 역으로 AI 활용을 고도화하며, 금융사기 사고 방지에 나서고 있다. 금융사기 의심 거래 고객에게 AI가 먼저 전화를 걸어 거래 안전성을 확인해주는가 하면, AI가 해외송금을 심사해 인간의 서류작업 오류를 최소화하는 식이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특히 AI 콜봇에 '의도적 마찰' 개념을 적용한 점도 눈길을 끈다. 금융사기가 의심되는 상황에서 고객에게 추가 확인 절차를 제공해 송금 과정을 재점검하도록 유도하는 셈이다. 이를 통해 금융사기범의 재촉과 심리적 압박 속에서 고객이 거래의 안전성을 다시 한번 판단하도록 시간을 확보해준다.

카뱅은 기존에도 위험 거래 정황이 탐지되면 경고 팝업을 통해 고객이 거래의 안전성을 확인하도록 하는 '문진제도'를 운영했는데, AI 콜봇 도입으로 AI 전화 안내를 통한 문진과 고객 맞춤형 알림톡까지 갖추게 됐다. 이에 고객은 거래를 잠시 멈추고 안전성을 더욱 면밀히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우리은행에서는 해외송금 업무에 AI 기반 심사 지원 시스템인 '외환 AI 스마트 컴플라이언스'를 도입했다. 기업 고객이 기업인터넷뱅킹, WON기업 앱 등 비대면 채널에서 해외송금을 신청하고 증빙서류를 제출하면 AI가 해당 서류를 분석하는 식이다. 영업점에서는 직원이 송금신청서와 증빙서류를 스캔해 AI 심사를 진행하고, 문제가 없으면 최종 송금 업무를 처리하는 식이다. 

그동안 해외송금 업무는 직원이 외국어로 작성된 증빙서류를 일일이 확인하고, 외국환거래 관련 규정과 대조해 지급사유코드를 선택하는 등 여러 절차를 수작업으로 처리해야 했다. 하지만 AI 기술을 도입함으로써 휴먼에러(human error)를 배제하고, 외환 업무의 정확성과 내부통제 수준을 한껏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우리은행은 새 시스템에 AI 기반 광학문자인식(OCR) 기술과 대규모 언어모델(LLM)을 활용했다. OCR로 송장(인보이스), 계약서 등 다양한 형태의 증빙서류에서 문자 정보를 추출하면, AI가 문서 내용과 송금 목적을 분석해 적합한 지급사유코드를 추천하는 식이다. 아울러 추출한 송금 정보를 전산에 자동 입력해주는 기능도 갖췄다. 우리은행은 파일럿 운영에 이어 약 2개월간 영업점에서 안전성을 검증한 뒤 이를 전면 적용할 계획이다. 

NH농협은행은 AI 자회사인 애자일소다와 협업해 금융사고 예방 및 여신심사에 AI를 활용하기로 했다. 양사는 '10대 대표 AI 에이전트 프로토타입' 구현을 목표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컴플라이언스(금융사고 예방, 자금세탁방지)와 여신심사에 AI를 활용하고 있다. 

한편 금융당국은 전날 'AI 시대 보안체계 혁신방안'을 발표하면서, 'AI 에이전트' 해킹에 대응하기 위해 망 분리 규제를 전면 해제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현재 금융권은 망 분리 규제에 따라 내부망과 외부망을 엄격히 갈라놓고 있는데, 이 같은 환경에서는 AI 공격을 AI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당국이 조건부 규제완화에 나선 것이다.  

이에 금융위는 해킹사고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금융사 580여곳의 모든 IT 자산과 서비스를 대상으로 외부 접점, 내부통제 체계를 점검하기로 했다. 이달 말까지 홈페이지 외에도 직원 관리나 내부 업무, 제휴 업무처럼 외부에서 접근할 수 있는 모든 영역을 살펴본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연말까지 내부통제 전반을 점검하고, 이를 토대로 보안 내부통제 지침을 내년 1분기 중 마련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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