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커 첫 국내 모델…'가성비' 수식어 떼고 프리미엄 승부수
100km 구간 시승…에어 서스펜션으로 다듬은 안락한 승차감
자동 개폐 도어·냉온장고 등 '테크 럭셔리' 편의사양 대거 탑재
[미디어펜=김연지 기자]중국 자동차에 따라붙는 대표적인 수식어는 '가성비'다. 가격은 저렴하지만 품질과 주행 완성도에서는 유럽이나 한국 브랜드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시선도 남아 있다. 지리자동차그룹의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 지커가 국내에 처음 선보인 7X는 이 같은 편견을 조심스럽게 지워낸다. 7X는 최고출력 645마력의 폭발적인 힘을 세련되게 다스리면서 동급 최고 수준의 넉넉한 실내공간과 혁신적인 편의사양을 앞세워 럭셔리 패밀리 SUV의 면모를 여실히 보여줬다.

최근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경기 가평 아난티코드까지 왕복 약 100㎞ 구간에서 지커 7X를 시승했다. 도심과 고속도로, 오르막과 내리막이 이어지는 굽은 국도 등 다양한 길을 달렸다. 시승차는 듀얼 모터와 사륜구동 시스템, 에어 서스펜션을 적용한 최상위 울트라 트림이다.

7X는 지커의 전기차 전용 SEA 플랫폼을 기반으로 제작된 5인승 중형 전기 SUV(스포츠유틸리티차)다. 중국 외 시장 가운데 한국에 부분변경 모델을 처음 선보였다. 지커의 국내 시장 진출을 알리는 첫 모델인 만큼 브랜드의 디자인과 전동화 기술, 공간 설계 능력을 한데 담았다.

   
▲ 지커 7X./사진=김연지 기자
   
▲ 지커 7X 정측면./사진=김연지 기자

차체는 전장 4800㎜, 전폭 1920㎜, 전고 1650㎜다. 휠베이스는 2900㎜로 전체 차체 길이의 60%가 넘는다. 실제 차량을 마주하면 짧은 앞뒤 오버행과 긴 휠베이스를 바탕으로 단단하게 뭉친 듯한 비율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지커 7X는 절제된 디자인 속에서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외관은 스웨덴 예테보리의 지커 글로벌 디자인센터에서 완성했다. 전면부는 좌우를 길게 연결한 조명과 매끄럽게 다듬은 면을 중심으로 미래지향적인 인상을 구현했다. 주요 센서는 전면부의 검은색 영역인 '테크 존'에 모아 배치해 복잡한 기술 요소가 디자인을 해치지 않도록 했다.

전면부에는 93인치 크기의 '스타게이트 라이트'가 적용됐다. 1831개의 LED를 활용해 10가지 주간주행등 디자인을 구현하며 운전자가 화면에서 원하는 그래픽을 선택할 수 있다. 간결하게 다듬은 차체에서 지커만의 정체성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내는 부분이다.

측면에서는 21인치 휠과 풍부한 펜더 볼륨이 눈에 들어온다. 루프라인은 뒤쪽으로 갈수록 완만하게 낮아져 SUV의 공간감을 유지하면서 스포티한 인상을 살렸다. 굴곡을 최소화한 B필러와 매립형 도어 손잡이도 유리와 차체가 하나로 이어진 듯한 매끄러운 실루엣을 만든다.

   
▲ 지커 7X 1열./사진=김연지 기자
   
▲ 지커 7X 중앙 디스플레이./사진=김연지 기자

실내에서는 16인치 HD 센터 디스플레이가 중심을 잡는다. 퀄컴 스냅드래곤 8295 칩과 3세대 HMI를 적용해 화면을 넘기거나 메뉴를 실행할 때 반응이 빨랐다. 티맵 내비게이션도 탑재해 별도로 스마트폰을 연결하지 않고 익숙한 길 안내를 이용할 수 있었다.

시승차에는 36.21인치 증강현실 헤드업 디스플레이도 적용됐다. 표시 영역이 크지만 전방 시야를 과도하게 가리지 않았고, 속도와 길 안내 등 주행 정보를 자연스럽게 전달했다. 물리 버튼을 최소화하고 차량 기능 대부분을 화면에 통합한 구성은 처음에 메뉴를 익힐 시간이 필요했다. 화면을 조작하려고 시선을 잠시 옮기면 운전자 상태 감시 시스템이 비교적 적극적으로 경고를 보내는 점도 다소 예민하게 느껴졌다.

내장재의 품질은 기대 이상이었다. 시승차에 적용된 나파 가죽 시트와 스웨이드 소재의 천장, 부드럽게 마감한 도어 트림이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만들었다. 시트는 몸을 편안하게 감싸면서도 허리와 옆구리를 안정적으로 지지했고 열선과 통풍, 6단계 마사지 기능도 갖췄다.

길어진 휠베이스의 장점은 2열에서 분명하게 드러났다. 2열 헤드룸은 최대 1021㎜, 레그룸은 1187㎜에 달한다. 실제로 앉았을 때도 무릎 앞과 머리 위에 넉넉한 공간이 남았고, 넓은 파노라마 글라스 루프가 개방감을 더했다.

   
▲ 지커 7X./사진=김연지 기자
   
▲ 지커 7X 측면./사진=김연지 기자

2열 등받이는 버튼으로 뒤로 깊숙이 조절할 수 있다. 앞좌석 동승석을 앞으로 이동시키면 다리를 길게 뻗을 만큼 넓은 공간이 만들어졌다. 2열 전동 선셰이드와 시트 아래 서랍형 수납함, 뒷좌석을 확인할 수 있는 카메라도 가족 단위 이용자를 고려한 구성이다.

실내에는 모두 32개의 수납공간을 마련했다. 시승차 센터콘솔 하단에는 영하 6도부터 영상 50도까지 온도를 조절할 수 있는 5.3L 냉온장고도 적용됐다. 차가운 음료를 보관하거나 물을 따뜻하게 유지할 수 있어 가족과 함께 장거리 여행을 떠날 때 유용할 듯 했다.

버튼을 누르면 스스로 열리고 닫히는 전동식 도어도 눈길을 끌었다. 운전석에 앉아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면 열린 문이 자동으로 닫힌다. 2열 도어는 최대 88도까지 열려 승하차 공간을 넓게 확보했다. 트렁크 적재용량은 기본 539L이며 2열을 접으면 최대 1978L로 확장된다. 가족의 여행용 가방과 유모차, 레저용품 등을 함께 싣기에 충분한 크기다. 2열 시트는 원터치 방식으로 접을 수 있어 부피가 큰 짐을 실을 때도 공간을 빠르게 바꿀 수 있다.

7X 울트라는 앞뒤 차축에 각각 전기모터를 탑재한다. 합산 최고출력은 645마력(ps), 최대토크는 72.4㎏·m에 달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3.9초다. 수치만 보면 가속페달을 조금만 잘못 다뤄도 차체가 거칠게 튀어나갈 듯하지만 실제 반응은 예상보다 차분했다. 가속페달을 가볍게 밟으면 큰 차체가 부드럽게 움직였고, 정체 구간에서도 동력을 갑작스럽게 쏟아내지 않았다. 저속에서는 페달 조작에 맞춰 속도를 매끄럽게 조절할 수 있어 강한 출력에 대한 부담이 크지 않았다.

고속도로 합류나 추월을 위해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숨겨둔 힘이 본격적으로 드러났다. 두 개의 전기모터가 별도의 준비 과정 없이 즉각적으로 힘을 끌어내며 큰 차체를 주저 없이 밀어냈다. 빠르게 속도를 높이면서도 출력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 느낌보다 일정하고 매끄럽게 이어지는 가속감이 인상적이었다.

   
▲ 지커 7X 실내./사진=김연지 기자
   
▲ 지커 7X 냉온장고./사진=김연지 기자

주행 모드를 스포츠로 바꾸면 가속페달 반응이 한층 즉각적으로 달라졌다. 하체도 단단해지면서 차체의 움직임을 팽팽하게 붙잡았다. 645마력이라는 숫자가 무색할 만큼 다루기 편했지만, 페달을 깊게 밟으면 고성능 전기차다운 폭발력은 분명하게 드러났다.

울트라 트림에는 가변 제어 댐핑(CCD)과 에어 서스펜션이 기본 적용된다. 컴포트 모드에서는 자잘한 진동과 노면의 굴곡을 부드럽게 걸러냈다. 과속방지턱이나 큰 요철을 지날 때는 일부 충격이 전달됐지만 차체가 여러 차례 출렁이지 않고 빠르게 자세를 정리했다. 푹신하게 떠가는 승차감보다 부드러움 속에서도 차체를 탄탄하게 붙잡는 설정이다.

굽은 길에서는 큰 차체와 강한 출력이 부담스럽게 느껴지지 않았다. 스티어링 휠을 돌리는 만큼 차체가 자연스럽게 방향을 바꿨고, 연속된 코너에서도 불필요한 기울어짐을 억제했다. 코너를 빠져나오며 가속페달을 밟아도 사륜구동 시스템이 네 바퀴에 힘을 안정적으로 전달해 의도한 궤적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스티어링 휠의 반응은 날카롭게 차체를 끌고 들어가기보다 부드럽고 안정적인 쪽에 가까웠다. 가족이 함께 타는 SUV의 편안함을 유지하면서도 속도를 높였을 때 차체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조율한 모습이다.

제동 반응도 강한 출력에 맞춰 안정적으로 설정됐다. 울트라에는 아케보노 고정식 캘리퍼와 브렘보 브레이크 패드가 적용된다. 속도를 높인 뒤 브레이크 페달을 밟아도 차체가 불안하게 흔들리지 않았고, 운전자가 밟는 정도에 맞춰 제동력이 비교적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다만 회생제동 강도를 낮춰도 가속페달에서 발을 뗄 때 차체가 당겨지는 감각은 비교적 분명했다. 관성을 활용해 미끄러지듯 달리는 운전자라면 초반에는 다소 낯설게 느낄 수 있다.

정숙성도 인상적이었다. 도심에서는 외부 차량 소리와 노면 소음이 크게 도드라지지 않았고, 고속도로에서도 바람 소리가 대화를 방해할 정도로 실내에 파고들지 않았다. 큰 휠이 적용됐지만 노면에서 발생하는 소음도 비교적 잘 억제했다. 빠른 가속과 굽은 길을 지나고도 실내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차분하게 유지됐다.

   
▲ 지커 7X 후면./사진=김연지 기자
   
▲ 지커 7X 후측면./사진=김연지 기자
   
▲ 지커 7X 트렁크./사진=김연지 기자

에어 서스펜션은 5단계로 차고를 조절하며 주행 속도와 상황에 따라 차체 높이를 -25㎜에서 45㎜ 범위에서 자동으로 바꾼다. GPS와 연동하는 위치 기억 기능도 적용됐다. 과속방지턱이나 경사가 심한 장소를 저장해뒀다가 같은 곳을 다시 지나면 지상고를 자동으로 높이고, 해당 구간을 통과한 뒤에는 원래 높이로 돌아간다.

7X는 7개의 고해상도 카메라와 3개의 레이더를 바탕으로 레벨2 수준의 운전자 보조 기능을 제공한다. 시승 중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ACC)과 차선 중앙 유지 기능(LCC)은 앞차와의 간격을 조절하며 차로 중앙을 비교적 자연스럽게 따라갔다. 자동 주차 보조 기능(APA)은 주변의 빈 공간을 탐색한 뒤 평행·직각·사선 주차를 스스로 수행한다. 화면에서 원하는 공간을 선택하자 스티어링 휠과 가속·제동을 자동으로 조작해 차량을 주차했다. 

울트라 트림에는 100㎾h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가 탑재된다. 국내 인증 기준 1회 충전 주행거리는 440㎞다. 800V 고전압 시스템을 기반으로 360㎾ DC 급속 충전을 지원하며, 최적의 조건에서는 배터리 잔량 10%에서 80%까지 약 16분 만에 충전할 수 있다.

7X는 프로와 맥스, 울트라 등 세 가지 트림으로 판매된다. 후륜구동인 프로와 맥스는 모두 최고출력 421마력과 최대토크 45㎏·m를 발휘하며,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6초 만에 도달한다. 1회 충전 주행거리는 프로 375㎞, 맥스 483㎞, 울트라 440㎞다. 가격은 프로 5299만 원, 맥스 5999만 원, 울트라 6999만 원이다.

지커 7X는 중국 전기차가 저렴한 가격과 화려한 기능만으로 승부한다는 선입견에서 한발 벗어난 차였다. 강한 힘을 다루는 방식은 세련됐고, 에어 서스펜션은 승차감과 차체 안정성 사이에서 균형을 잡았다. 여기에 넉넉한 2열과 다양한 편의사양을 갖춰 지커가 내세운 '럭셔리 패밀리 SUV'의 방향도 분명하게 보여줬다. 낯선 브랜드라는 부담은 있을 수 있지만 성능과 공간, 고급감을 두루 갖춘 전기 SUV를 찾는 소비자라면 지커 7X를 새로운 선택지로 고려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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