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모드로 조용한 도심 주행…V6·모터 합산 700마력
예상보다 부드러운 승차감…스포츠 모드에선 민첩한 본색
11초 만에 열리는 하드톱…일상과 짜릿함 오가는 PHEV 슈퍼카
[미디어펜=김연지 기자]슈퍼카는 빠르고 화려하지만 매일 타기에는 부담스럽다는 인식이 강하다. 차체는 낮고 승차감은 단단하며, 막히는 도심에서는 강력한 성능을 제대로 활용하기도 어렵다. 맥라렌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컨버터블 '아투라 스파이더'는 이런 편견을 흔들었다. 아투라 스파이더는 일상의 편안함과 슈퍼카의 폭발적인 성능을 한 몸에 담아낸 균형 잡힌 모델이었다.

최근 아투라 스파이더를 타고 서울 삼성동에서 경기 가평 남이섬까지 왕복했다. 도심과 자동차전용도로, 고속도로는 물론 과속방지턱과 노면이 고르지 않은 구간까지 두루 달렸다. 시승차는 아이스 실버 외장에 퍼포먼스 인테리어와 프랙티컬리티 팩 등을 적용한 모델로 가격은 선택 사양을 포함해 4억1090만 원이다.

   
▲ 맥라렌 아투라 스파이더 정측면./사진=김연지 기자

   
▲ 맥라렌 아투라 스파이더의 양쪽 다이히드럴 도어를 연 모습./사진=김연지 기자

아투라 스파이더는 낮고 넓은 차체를 바탕으로 전형적인 맥라렌의 비율을 구현했다. 차체 크기는 전장 4539㎜, 전폭 1976㎜, 전고 1193㎜이며 휠베이스는 2640㎜다. 전면부는 노면을 향해 바짝 엎드린 듯 낮고, 날카롭게 다듬은 헤드램프와 차체 곳곳의 공기 통로가 강한 인상을 만든다.

측면에서는 앞바퀴 뒤쪽부터 차체 안으로 깊게 파고든 공기 통로와 솟아오른 뒤 펜더가 눈에 들어온다. 지붕을 닫았을 때는 쿠페처럼 매끄러운 실루엣을 보여주고, 하드톱을 열면 운전석 뒤편의 플라잉 버트레스가 스파이더 특유의 역동적인 형태를 완성한다. 위로 열리는 다이히드럴 도어도 맥라렌의 정체성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운전석에 앉으면 차체의 낮은 높이가 더욱 직접적으로 느껴진다. 차에 올라탄다기보다 몸을 낮춰 차체 안으로 들어가는 느낌이다. 다만 시트에 앉고 나면 등받이와 좌우 볼스터가 몸을 빈틈없이 감싸 안정감을 줬다. 몸을 강하게 조여 불편하게 만들기보다 허리와 옆구리를 탄탄하게 지지해 장시간 운전에서도 부담이 크지 않았다.

시야 끝에 보이는 보닛도 무척 낮다. 과속방지턱이나 주차장 경사로에 진입할 때는 차체 앞부분이 닿지 않을지 신경이 쓰였다. 이때 프런트 리프트 기능을 사용하면 앞부분을 들어 올릴 수 있어 일상에서 마주치는 경사로의 부담을 덜어준다.

   
▲ 맥라렌 아투라 스파이더 측면./사진=김연지 기자
   
▲ 맥라렌 아투라 스파이더 후측면./사진=김연지 기자

실내는 운전에 필요한 기능을 중심으로 간결하게 구성했다. 운전대 뒤쪽에 계기판과 주행모드 조작부를 배치해 시선을 크게 옮기지 않고 차량의 설정을 바꿀 수 있다. 별도의 파킹 버튼이 없는 조작 방식은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적응한 뒤에는 크게 불편하지 않았다. 다만 국내 운전 환경에 필요한 디지털 편의성은 아쉬움을 남겼다. 애플 카플레이를 이용하려면 유선으로 스마트폰을 연결해야 했고, 차량 자체에 티맵 등 국내 내비게이션이 탑재되지는 않았다. 

아투라 스파이더에는 3.0L V6 트윈터보 엔진과 전기모터, 7.4㎾h 배터리, 8단 SSG 변속기가 탑재됐다. 엔진과 모터를 합친 최고출력은 700마력, 최대토크는 720N·m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3.0초, 시속 200㎞까지 8.4초 만에 도달하며 최고속도는 시속 330㎞다.

   
▲ 맥라렌 아투라 스파이더 실내./사진=김연지 기자

주행을 시작하면 PHEV 시스템의 장점이 먼저 드러난다. 전기모드에서는 엔진을 깨우지 않은 채 조용히 움직였다. 가속페달의 초반 반응도 예민하지 않아 정체가 반복되는 도심에서 차를 매끄럽게 다룰 수 있었다. 슈퍼카의 낮은 차체에 앉아 있으면서도 주행 감각은 예상보다 차분했다.

가장 의외였던 부분은 승차감이다. 맥라렌이 강조한 '일상에서 탈 수 있는 슈퍼카'라는 설명이 비로소 납득이 됐다. 컴포트 모드에서는 하체가 예상보다 유연하게 움직이며 일반 도로의 잔진동을 부드럽게 걸러냈다. 과속방지턱이나 불규칙한 노면을 지날 때도 충격이 한결 부드럽게 다듬어져 전달됐다.

그렇다고 차체가 느슨하게 출렁이지도 않았다. 요철을 통과한 뒤에는 상하 움직임을 빠르게 정리했고, 가속하거나 제동할 때도 차체가 앞뒤로 과도하게 쏠리지 않았다. 좌우 방향을 바꿀 때도 한쪽으로 크게 기울지 않아 부드러운 승차감과 안정적인 자세 사이에서 균형을 잡았다.

스포츠 모드로 전환하자 숨겨둔 본색을 곧바로 드러냈다. 가속페달의 반응이 한층 즉각적으로 바뀌고 하체도 팽팽해진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자 엔진과 전기모터가 동시에 힘을 쏟으며 차체를 단숨에 앞으로 밀어냈다. 가속력은 강렬했지만 동력이 갑작스럽게 터지며 운전자를 당황하게 하기보다 속도를 빠르고 매끄럽게 끌어올렸다.

   
▲ 맥라렌 아투라 스파이더의 양쪽 다이히드럴 도어를 연 모습./사진=김연지 기자./사진=김연지 기자
   
▲ 맥라렌 아투라 스파이더 후면./사진=김연지 기자
   
▲ 맥라렌 아투라 스파이더./사진=김연지 기자

조향 반응도 인상적이었다. 스티어링 휠을 돌리면 차체 앞부분이 지체 없이 방향을 바꿨다. 앞머리가 빠르게 코너 안쪽을 향하면서도 뒷부분이 뒤늦게 따라오거나 차체가 한쪽으로 쏠리는 느낌은 적었다. 운전자가 그린 궤적을 차체가 정확하게 따라가는 감각이 분명했다.

민첩한 움직임의 바탕에는 맥라렌 카본 경량 아키텍처(MCLA)가 있다. 탄소섬유 모노코크를 기반으로 한 차체는 높은 강성을 확보하면서 무게 증가를 억제했다. 아투라 스파이더의 최소 건조중량은 1457㎏, DIN 기준 공차중량은 1560㎏이다. 배터리와 전기모터, 개폐식 지붕을 품고도 움직임이 둔하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다.

강렬한 힘을 흐트러짐 없이 다루는 데는 전자식 차동제한장치와 프로액티브 댐핑 컨트롤의 역할도 컸다. 굽은 구간에서 가속페달을 밟아도 뒷바퀴가 쉽게 흐트러지지 않았고, 차체는 노면을 단단하게 붙잡으며 코너를 빠져나갔다. 무작정 힘을 뿜어내기보다 그 힘을 한 치의 오차 없이 통제하는 섬세함이 인상적이었다.

개폐식 하드톱은 약 11초 만에 열고 닫힌다. 지붕을 열자 V6 엔진과 배기음이 운전석으로 더욱 선명하게 들어왔다. 닫힌 상태에서는 PHEV 슈퍼카의 정제된 면이 두드러졌다면, 지붕을 연 뒤에는 가속과 변속에 따라 달라지는 소리가 운전의 재미를 키웠다.

아투라 스파이더는 짜릿한 자극이든 편안한 데일리 드라이빙이든, 운전자가 바라는 맛을 정교하게 맞춰내는 완벽한 균형감을 보여줬다. 도심에서는 전기 모드로 정숙하게 숨을 고르다가도, 마음먹고 달릴 때는 700마력의 출력과 날카로운 핸들링 감각을 숨김없이 드러냈다. 슈퍼카의 강렬한 성능과 일상에서의 편안함을 함께 원하는 운전자라면 눈여겨볼 만한 선택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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