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왼쪽), 김해준 교보증권 사장

[미디어펜= 김지호 기자] 서태환 하이투자증권 사장의 교체설이 돌면서 증권가 장수 CEO(최고경영자)의 연임에도 경고등이 들어왔다.

현대중공업은 현재 내부 임원을 승진시키거나 외부 증권계 임원을 영입하는 방안 등을 모두 열어놓고 차기 대표 인선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서 사장은 지난 2008년 하이투자증권이 당시 CJ그룹에서 현대중공업 계열사로 편입될 때부터 수장을 맡으면서 세 번 연임에 성공한 증권가 장수 CEO다.
 
서 사장은 유상증자를 통해 회사의 재무구조를 안정시키면서 지난해 3분기 기준 하이투자증권의 순이익을 305억원으로 높이는 등의 성과로 네 번째 연임 가능성에 무게가 쏠렸었다. 서 사장은 현대중공업으로 자리를 옮길 것으로 알려졌지만 회사 측은 서 사장의 거취에 대해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때문에 올초 임기가 만료되는 다른 증권가 장수 CEO의 연임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증권가의 대표적 장수 CEO는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이다. 2007년 취임 후 8번째 연임에 성공한 유 사장의 임기는 오는 3월 20일이다. 지난 2011년 이후 한국투자증권이 증권업계 부동의 순이익 1위를 지켜온 공로를 인정받으면서 유 사장의 임기도 함께 길어졌다. 올해도 연임에 성공하면 10년 연속 한국투자증권을 이끌게 된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좀 다르다. 한국투자증권의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순이익은 2714억원으로 전년 대비 49.4% 증가했지만 KDB대우증권(2849억원)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올 3분기 순이익은 531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33%나 줄었다.

지난해 8월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홍콩H지수)가 하락하면서 관련 주가연계증권(ELS) 발행과 운용이익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특히 연초부터 H지수가 폭락세를 보이면서 관련 ELS의 자체 헤지 물량이 2조7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 한국투자증권의 올 1분기 실적에도 타격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다만, 지난해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를 따내고 본인가를 앞두고 있다는 점은 유 사장의 연임에 긍정적인 요소다.

지난 2008년 대표이사에 취임하면서 3번 연임에 성공한 김해준 교보증권 사장도 3월 20일 임기가 만료된다. 교보증권은 지난해 3분기까지 593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이는 전년 대비 161% 증가한 실적이다. 연간으로는 역대 최대인 1999년의 691억원을 웃도는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보여 김 사장의 연임은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난해 교보증권이 ELS 불완전판매 등으로 금융감독원에 과태료 5000만원, 경영유의사항 6건, 개선사항 5건 등 제재를 받았다는 사실은 김 사장의 연임에 불리한 점이다.

유 사장과 김 사장 모두 ELS로 인해 연임에 영향을 받을 수도 있게 된 것.

이밖에 조웅기·변재상 미래에셋증권 공동 대표, 나재철 대신증권 사장, 장승철 하나금융투자 사장, 나재철 대신증권 사장, 강대석 신한금융투자 사장 등도 오는 3월 임기만료를 앞두고 조만간 연임 여부가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