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지, 경제지, 방송뉴스는 보도 자제해야
박시후씨가 어제 경찰에 두 번째 출두하면서, “지난 몇 주 동안 저에겐 너무나 힘든 시간이었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그는 이어 “저로 인해 많은 분들이 피로감을 느끼셨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도 말했다.

박시후씨는 오랜 무명 생활 끝에 2008년 SBS 드라마 ‘가문의 영광’ 이후 빛을 보기 시작해 이제 큰 재목으로 크기 직전에 이런 사건에 휘말렸다.

대중은 그들이 떠받치는 우상이 완벽하기를 바라고 그 우상이 오로지 자신들이 만든 기준에 맞추기를 요구한다. 만약 그 기준에 벗어나는 과오를 저지를 때 잔혹한 처벌을 행사한다. 대중 폭력 시대에 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아직 우상의 배역에 익숙치 못한 박시후씨는 지금 대중의 법정에서 집단 린치를 당하고 있는 셈이다.

박씨의 말끔한 이미지와 성추문 사건은 대중의 타깃과 언론의 호재가 되기엔 충분하지만 이제 어느 정도 사건의 실체가 드러나고 있고 수사가 마무리 수순으로 진행되는 상황인 만큼 부문별한 추측성 보도는 자제하는 게 맞다고 본다.

박시후 같은 한류 스타는 우리 엔터테인먼트 산업으로 볼 때 소중한 자산이다. 인기 있는 연기자는 타고난 끼와 피나는 노력 없이는 탄생할 수 없다. 연예계를 잘 모르는 이들은 박시후씨란 배우를 붕어빵 찍어내듯이 쉽게 만들어질 수 있고, 장차 그 정도의 역량을 보여줄 만한 후보자들이 줄 서서 대기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건 천부당 만부당한 상상이다. 뛰어난 연기를 보여주는 연기자란 절대로 그리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박시후씨가 만들어내는 그만의 캐릭터는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한 사람의 연기자를 가벼이 다뤄서는 안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에 대한 대우가 너무 가혹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30대 중반의 노총각 인기 스타가 술 취한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벌인 ‘실수’를 확대경으로 들여보면서 무슨 장관 인사청문회 하듯 도덕군자의 잣대를 들이미는 건 부당한 것처럼 보인다.

박시후씨도 대중의 인기로 먹고 살려고 하는 이상 과오를 진정으로 뉘우치는 모습을 보여야만 아마도 살아남을 것이다.

경찰도 이 사건을 신속하게 진행하여 대중의 법정이 진짜 법정을 압도하지 않도록 잘 마무리 짓기를 바란다.

그리고 연예스포츠지와 방송사 연예프로그램을 제외하고는 보도 횟수를 대폭 줄일 것을 제안해본다. 종합지와 지상파 보도국, 경제지까지 호들갑 떠는 모습은 보기에 안 좋다.

간음한 여인에게 돌멩이를 던지려는 바리새인과 군중에게 죄 없는 이들은 돌로 쳐라고 외쳤더니 모두 도망갔다는 성경의 구절이 떠오른다. 쾌락과 타락이 일상화된 시대에 박시후씨를 변호하는 ‘구원자’는 없단 말인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