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도 오너기업도 아닌 법의 사각지대에서 통제 안돼
박근혜 행정부가 무엇을 하는 지 뚜렷이 나타나고 있지 않는 가운데 가장 중요한 이유로 공공기관과 KT,POSCO 등 소위 주인없는 회사의 CEO가 물갈이 되지 않는 것은 가장 큰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그런데 KT,POSCO,KB금융지주,BS금융지주,하나금융지주,KBS,MBC 등은 공공기관도 아니고 오너기업도 아니며 뚜렷한 지배주주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회색기업'이라 불러도 좋을 것이다. 그렇다 보니 이들 기업의 인사와 관련하여서는 '목소리 큰 놈이 이긴다'라고 하는 정글의 법칙이 지배하고 있다.

인사에 영향을 미치는 주체는  정부,현 CEO, 노조, 언론, 정치계 등으로 볼 수 있다. 정부는 현행법상에서 회색기업들의 CEO 선임권을 공식적으로 행사하기 힘든 구조로 되어 있다.

이렇다 보니 정부가 회색기업의 CEO 선임시 비공식적인 루트를 통해 인사권을 행사하려고 하지만 일부 CEO는 주인없는 회사의 허점을 이용하여 정부의 사퇴 시그널을 무시한다. 배째라 식이다.

BS금융지주 이장호 회장도 금감원이 장기집권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여 사임을 요구했으나 처음에는 임기를 채우겠다고 버텼었다. KT의 이석채 회장의 경우도 BH에서 사임을 요구했다는 설이 있어 출입기자들이 이 회장의 거취를 문의하였으나 KT측은 이러한 설을 부인하면서 KT가 민영화된 기업이므로 임기를 채우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노조도 한 술 뜬다. 주인없는 회사이다 보니 인사에 대한 권한이 없는 노조도 목소리를 높인다. 이러한 모습을 보고 중앙일보는 관치의 폐해만큼 경계해야 할 것이 노조에 의한 통치라며 '노치(勞治)'라는 신조어를 만들었다. 

이와 유사한 용어는 예전에도 있었다. MBC,KBS 등 소위 공영방송에서 노조가 경영을 한다고 해서 노영방송이라는 말이 여전히 회자되고 있다. 그렇지만 노조는 자본주의체계에서 인사권이 없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언론계도 정부가 '회색기업'의 CEO 선임권을 행사하려 하면 식상한 표현인 '관치금융',  '낙하산'  등을 동원하여 정부를 일방적으로 비판한다. 이들 언론사들의 '관치금융' 및 정부의 CEO 선임권 비판주장의  맹점은 정부외에 '회색기업' CEO의 장기집권을 막을 뾰족한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정치권도 '관치금융'이라는 언론보도를 그대로 답습하는 듯한 발언을 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얼마 전 새누리당 정무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는 박민식의원이 "BS금융지주의 경우 정부 지분이 1%도 없는 완전한 민간 금융회사이기 때문에 정부에서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는 권한이 전혀 없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그러나 엄격히 얘기하면 정부는 국민연금의 6.09%를 통해 BS금융지주를 사실상 지배한다고 볼 수도 있는 상황에서 박민식의원의 발언은 인기영합식 발언이라고 비판이 제기된다.

결국 회색기업 상황은 "호랑이 없는 골에 토끼가 선생노릇하는 격(谷無虎先生兎)이고 무주공산에 노조와 주식도 없는 CEO가 주인노릇하는 격"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박근혜 정권은 사회적으로 불안을 조장하는 기업들이 295개 공공기관 및 국민연금이 최대주주인 회색기업들이라는 인식을 갖고 이들 기관들에 대한 확실한 지배력을 행사하여야 할 것이다.

공공기관과 관련하여서는 기관장의 임명권뿐 아니라 임면권도 정부당국이 갖도록 공공기관운영에관한법(공운법) 등의 개정이 필요할 것이다.

회색기업들과 관련하여서는 시급한 법령개정을 통해 국민연금이 창업오너가 없는 공적 기업에 대한 CEO 선임 등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할 수 있도록 서둘러야 한다.

공영 방송사와 관련하여서는 여당에 과도하게 유리한 구도를 깨기 위해서 MBC의 민영화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만약 정권초기를 넘겨 실기할 경우 다음 정권에서도 이러한 폐해가 다시 나타날 것이고 이는 사회의 불안요소를 증가시키는 악순환이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