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 모두에게 신망과 존경을 받는 친화력과 기획력, 무서운 추진력 등이 장점
이희범 한국경영자총협회장이 LG상사 대표이사 부회장을 맡게 되면서 경총 회장을 그만둘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회장은 29일 LG그룹의 종합무역상사 계열사인 LG상사 이사회에서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선임됐다. 이회장은 2009년부터 STX에너지회장, 중공업에너지부문 회장을 맡아오다가 STX그룹이 유동성위기로 공중분해되기 직전인 지난 6월부터 LG상사의 상근고문으로 옮겼다. 사실 이회장이 STX에서 LG로 이동하는 과정은 매끄럽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너무 갑작스레 이루어진데다, STX그룹이 사경을 헤매는 과정에서 변신했다는 점에서 이런저런 말들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구본무 LG그룹회장이 관료시절 보여준 업무능력과 자원 에너지 등의 글로벌 네트워크 등을 높이 평가해 이회장을 삼고초려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관심은 이회장이 할 일 많고, 힘든 사안이 많은 경총 회장직을 내년에도 계속 유지할지 여부다. 노사전문 재계 창구인 경총은 박근혜정부들어 통상임금에 상여금을 산정하는 문제와 근로시간 연장, 시간제 근로자 확대 문제 등 노사간의 첨예한 이슈를 다루고 있다. 내년의 경우 재계에 큰 부담을 주는 통상임금의 해결을 위한 노사정협의가 예고돼 있는 등 험난한 현안들을 처리해야 한다.

이회장은 2010년부터 경총회장을 맡아 첨예한 노사 현안들을 비교적 원만하고, 무리없이 처리해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노동계의 과도한 요구와 정치투쟁, 정치권의 포퓰리즘에 대한 비판 등에서 뚜렷한 소신을 피력해왔다.

산업부에서 잔뼈가 굵은 정통 산업관료 출신으로 노무현 정부 시절 산자부 장관을 역임하고, 이어서 곧바로 무협회장도 지내는 등 재계에서도 굵직굵직한 일을 해왔다. 상하 모두에게 신망과 존경을 받는 친화력과 기획력, 무서운 추진력 등이 장점이다. 상공부와 산자부, 산업부를 거치면서 출입했던 언론인중에도 이회장의 팬들이 많다.

하지만 LG상사의 대표이사 자리는 녹록지 않는 자리라는 점이 변수다. 대표이사로서 챙겨야 할 일이 많고, 종합상사의 업무상 부담이 많이 가는 일들이 많기 때문이다. 사업상의 압박과 긴장이 높은 셈이다.

이를 감안하면 이회장이 회사업무에 전념하기위해 경총회장 자리를 내놓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재론 반반이라는 게 경총측의 분석이다.

그의 사퇴여부는 내년 1월에 가면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2월 총회전에 이에 관해 표명을 하기 때문이다. 이회장은 내주말 경총에 들를 예정이어서 사퇴냐 연임이냐 여부에 대한 의견표명이 있을 수도 있다.

문제는 경총회장에 아무도 도전하려 하는 재계 인사들이 없다는 점이다. 전경련 회장에 비해 워낙 거친 강성노조와 상대해야 하는 경총회장 자리는 힘들고, 잘해야 본전이라는 평가가 많기 때문이다. 그동안 경총회장은 한번 맡으면 장수해왔다. 이동찬 전 코오롱 회장, 김창성 전 전방회장, 이수영 OCI 회장등은 평균 8년가량 회장직을 맡아왔다.

전임 회장들 모두 후임자에게 물려주길 희망했으나 선뜻 나서는 사람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고난의 자리에 앉아야 했다. 이회장이 추대되는 과정에서도 우여곡절이 많았다. 경총회장단과 재계 원로들이 이회장에게 거의 강권하다시피해서 이회장이 수락한 바 있다.

이회장이 사퇴한다면 후임자를 간택해서 물려줘야 가능하다. 하지만 후임자 고르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 경우 그가 사퇴를 결심할 경우 경총회장 자리가 상당기간 공백상태에 빠질 수도 배제할 수 없다. 이회장에겐 사업이냐, 재계를 위한 봉사냐의 고민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는 셈이다. [이의춘 발행인jungleele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