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2014] 최강 면모 잃은 쇼트트랙, '파벌·불신' 극복 등 쇄신 필요한 빙상연맹
수정 2014-02-17 15:42:33
입력 2014-02-17 15:40:57
온라인뉴스팀 기자 | office@mediapen.com
한국 쇼트트랙에 적신호가 켜졌다.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는 여자대표팀이 아쉬운 성적을 내더니 이번에는 남자대표팀이 '노메달'에 그칠 위기다.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은 16일(한국시간)까지 여자 1,500m와 500m에서만 은·동메달을 땄다.
남자대표팀은 상황이 무척 좋지 않다.
![]() |
||
| ▲ 안현수/뉴시스 | ||
한국은 남자 1,500m에 3명을 출전시켰으나 박세영(21·단국대)과 신다운(21·서울시청)이 나란히 준결승에서 탈락했다. 이한빈(26·성남시청)이 홀로 결승에 올랐으나 6위에 머물렀다.
한국은 러시아로 귀화한 빅토르 안(29·한국명 안현수)이 동메달을 따는 모습을 바라봐야만 했다.
남자 5,000m 계주 준결승에서 한국은 이호석(28·고양시청)이 미끄러지는 바람에 결승에도 오르지 못했다.
남자 1,000m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한국은 애당초 이 종목에 출전권을 2장 밖에 얻지 못했다. 이한빈은 준결승에서 넘어진 후 사실상 레이스를 포기해 고배를 마셨다.
신다운이 혼자 결승 무대를 밟았으나 2명이 결승에 오른 러시아의 견제를 이겨내지 못했다. 결국 신다운은 4위로 골인했지만 그나마 비디오 판독 끝에 실격 처리됐다.
빅토르 안이 금메달을, 빅토르 안과 함께 다른 국가 선수들을 견제하며 선두 다툼을 벌이던 블라디미르 그리고레프(32·러시아)가 은메달을 나눠가졌다.
빅토르 안이 완벽하게 부활한 모습을 보이면서 그의 귀화 이유가 다시 한 번 부각됐고, 비난의 화살은 대한빙상경기연맹을 향하고 있다.
그의 귀화가 100% 빙상연맹의 잘못이 아니라고 해도 빙상연맹에 문제가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빙상연맹의 파벌과 이로 인한 불신이 가장 큰 문제다. 이는 선수들에게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빅토르 안이 귀화를 결심하게 된 이유 중 하나도 파벌이라는 시각이 있다.
2006년 토리노동계올림픽 이후 파벌 문제는 극에 달했다. 한국체대와 비한국체대간의 골이 깊어졌다. '담합' '짬짜미' '에이스 밀어주기' 같은 단어가 등장한 것도 파벌에 의한 것이었다.
파벌 문제는 여전하다. 최근에는 빙상연맹에서 가장 큰 권력을 쥐고 있는 인물의 눈밖에 나면 불이익을 당하게 된다는 말까지 나온 상황이다.
파벌이 기승을 부리다보면 선수들이 실력을 키우는데 집중하기보다 눈치를 보고 '줄을 잘 서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마련이다.
불신도 깊어졌다.
대표 선발전에 대한 잡음이 계속해서 나오는 이유다. 선수들은 실력이 부족해 떨어졌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줄을 잘못 서서 떨어졌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같은 시각이 있는데 선수들이 그저 마음 편히 훈련에만 집중할 수 있을까.
빙상계 관계자는 "파벌을 비롯한 여러 요인들로 인해 불공정한 일들이 일어나다 보니 불신이 심해졌다. 그러다 보니 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한 선수들도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연맹에 미움을 받아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파벌 뿐만 아니라 대표 선발전 시기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은 대표 선발전을 매년 4월에 실시한다. 이후 훈련을 하고 9~10월 시작되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대회에 나선다. 올림픽이 있는 경우에는 다음해 2월 벌어지는 동계올림픽에 출전한다.
매년 시즌이 끝난 뒤인 4월 대표를 선발하면 탈락한 선수들은 의욕을 잃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것이 선수간의 경쟁을 저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종목에 비해 유독 변수가 많은 쇼트트랙에서 한 차례만 선발전을 치르는 것 또한 '정말 실력이 있는 선수'를 뽑기 힘든 구조라는 의견도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4월 대표 선발전이 끝나면 탈락한 선수들이 여름에 의욕을 갖고 훈련할 수 있겠는가. 이러다 보니 치열한 경쟁구조가 되기 힘들다"고 분석했다.
이어 "변수가 많은데 선발전이 한 번으로 끝나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 당일 컨디션에 따라 선수가 뽑히는 경우가 있다"고 진단했다.
파벌을 뿌리 뽑고 모든 빙상인들이 머리를 맞대면서 고민해야 고질적인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나부터 반성을 해야 한다"고 말한 익명의 빙상 관계자는 "뿌리 깊은 불신과 파벌 등을 한 번에 해결할 수는 없다. 변화된 생각을 갖지 않으면 안 된다. 서로 이해하고 보듬지 않으면 계속해서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