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 대관식'은 끝내 열리지 않았다. 다관왕을 꿈꾸던 '여고생 스케이터' 심석희(17·세화여고)는 4년 뒤 평창을 기약했다.
 
심석희는 22일 오전(한국시간) 러시아 소치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2014소치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000m 결승에서 동메달을 차지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1위를 노리던 심석희는 대표팀 선배 박승희(22·화성시청)와 중국의 판커신(21)에 이어 결승선을 3위로 통과했다.
 
앞서 3,000m 계주에서 마지막 앵커로 나서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에 첫 금메달을 안긴 심석희는 1,500m 은메달에 이어 이날 동메달까지 차지, 금·은·동메달을 모두 거머쥐었다. 
 
고등학생 신분으로 첫 출전한 올림픽 무대에서 모든 색깔의 메달을 수집한 것도 큰 영광이지만 다관왕을 노린 심석희에게는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전이경(38)·진선유(26) 이후 한국 여자쇼트트랙의 계보를 이을 재목으로 평가받던 심석희였다. 국가대표 선발전을 종합우승로 통과하며 소치행에 몸을 실은 심석희는 4년 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노골드에 그쳤던 한국의 아쉬움을 씻어줄 것이라는 강한 기대를 받았다.
 
한국 여자 대표팀이 이번 소치올림픽에 500·1,000·1,500m 개인전 출전권을 3장씩 확보한 것도 심석희의 역할이 컸다. 
 
그는 종목별 국가별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지난 3~4차 월드컵 시리즈에서 맹활약하며 박승희와 김아랑(19·전주 제일고)에게 개인전에 나설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1,000m와 1,500m 세계랭킹 1위를 달리고 있는 심석희는 2012~2013시즌에 이어 이번 시즌 4차 월드컵까지 10개 대회 연속 금메달을 놓치지 않으며 올림픽 다관왕을 향한 기대감을 남겼다.
 
그러나 쟁쟁한 선수들이 모두 모이는 올림픽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주 종목이 아닌 500m에서는 준준결승에서 고배를 마셨고, 믿었던 1,500m 결승에서는 내내 선두를 달리다가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하고 중국의 베테랑 저우양(23)에게 금메달을 내줬다. 
 
두 번의 실패를 맛 본 심석희는 스폰지 같은 흡수력으로 짧은 기간 성장을 거듭했다. 
 
3,000m 계주에서는 에이스 역할인 2번 주자로 나서 역전 우승을 이끌어냈다. 2위로 바통을 넘겨받은 그는 아웃 코스를 크게 돌며 중국을 추월한 '분노의 질주'를 앞세워 한국의 첫 금메달을 안겼다. 
 
그러나 개인의 영광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마지막 남은 1,000m 종목에서의 우승으로 진정한 '여왕 대관식'을 준비했다. 
 
1,000m는 이번 시즌 4차례의 월드컵 대회에서 3차 대회를 제외하고 모든 우승을 차지할 정도로 누구보다 심석희의 우승이 높게 점쳐진 종목이었다.  
 
뜻밖의 결과가 연출됐다. 선배 박승희와 함께 출전한 결승에서 때로 뒤에서 때로 앞에서 레이스를 주도하던 심석희는 중반 이후 2위에 머물며 중국의 판커신을 견제했고 2바퀴 남겨둔 상황에서 막판 역전을 허용해 3위로 마쳤다.
 
아쉬움이 남는 레이스였다.
 
경기 후 그는 "2관왕에 대한 욕심이 있었지만 조금 부족했다. 앞으로는 조금 더 독해져야겠다"고 다짐했다.
 
'순둥이' 스타일로 세계 쇼트트랙을 들었다 놨다한 여고생 스케이터가 독기를 품었다. 타고난 능력에 경험까지 갖춘 심석희가 4년 뒤 평창에서 펼칠 금빛 질주가 벌써부터 기다려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