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지호 기자] “최순실 사태로 검찰이 한미약품에 신경 쓸 겨를이 있겠어요? 휴대전화 돌려받는 건 아예 포기한 상태에요. 언제까지 불편한 임대폰을 써야할지 참 난감하네요.”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최근 국정을 뒤흔들고 있는 최순실씨 국정 개입 파문으로 자신들이 더 힘들게 됐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19일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여의도 주요 증권사, 자산운용사, 투자자문사 등 10여곳을 대대적으로 압수수색했다. 이날 압수수색에서 검찰이 압수해간 휴대전화만 160여대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여의도에서 여의도 일대 임대폰은 동이 났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특히 이 과정에서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애널리스트는 전원이 휴대전화를 빼앗기는 ‘황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보고서 작성과 기관투자자 대상 영업이 주업무인 애널리스트들이 정상적인 업무활동이 어렵다고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검찰이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 전원의 휴대전화를 압수한 경위는 이렇다. 원래는 제약·바이오를 담당하고 있는 이 증권사 B 애널리스트의 휴대전화만을 확보하려고 했지만 마침 B 애널리스트가 다른 증권사로의 이직을 위해 휴가를 내고 해외여행을 간 상태였던 것. 이에 검찰은 애널리스트 전원의 휴대전화를 압수해가는 ‘극약 처방’을 내렸다.

한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당사자가 없다고 구체적인 영장도 없이 관련도 없는 분야 애널리스트들 휴대전화까지 모두 압수해 간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며 검찰에 불만을 토로했다.

특히 이번에는 검찰이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진행한 만큼 애널리스트들이 휴대전화를 돌려받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최순실 사태까지 겹쳐 한미약품의 수사가 뒷전으로 밀리지 않을까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들은 전전 긍긍하고 있다.

검찰은 전일 B 애널리스트가 이직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진 C 증권사에 대해 추가적인 자료 확보를 위해 다시 압수수색을 벌였다. 하지만 정작 B 애널리스트는 아직 거취를 고민하면서 집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삼성증권이 삼성그룹의 바이오로직스 상장을 앞두고 NH투자증권에서 제약·바이오를 담당했던 이승호 연구원을 거액에 영입하면서 업계에서 제약·바이오 애널리스트의 ‘품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에 B 애널리스트도 C 증권사를 비롯해 여러 증권사를 두고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하이투자증권 관계자는 “하필 당사자(B 애널리스트)가 없는 사이에 검찰의 압수수색이 들어와서 다른 애널리스들이 피해를 입은 것 같다”고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냈다.

한편,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전일 프라임브로커(PBS) 팀장이 검찰로부터 휴대전화를 돌려받았다”며 “(NH투자증권은 한미약품 수사와 관련해) 무혐의 처리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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