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화염의 최순실 게이트…지금 필요한 건 파란색 분노다
수정 2016-11-07 16:11:24
입력 2016-11-08 06:00:00
이원우 차장 | wonwoops@mediapen.com
복수혈전의 불완전한 분풀이보다는 이성적인 완전연소로 뒷끝 없는 매듭을
![]() |
||
| ▲ 이원우 기자 | ||
불꽃이 붉게 보이는 이유는 '불완전연소' 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명의 불꽃은 붉지 않다. 파란색이다. 뒤끝이 남지 않는 완전연소의 컬러. 젠틀해 보이지만 불꽃의 온도는 파란 쪽이 더 높다.
지금,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가 대한민국을 붉은 화염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대통령이 사과를 하면 할수록 분노는 더욱 붉게 달아오른다. 불완전연소 특유의 그을음도 그림자처럼 커지고 있다.
두 번째 사과에서 대통령이 말한 "이러려고 대통령이 됐나 자괴감이 든다"는 표현은 저잣거리의 조롱으로 수없이 패러디되고 있다. 그럴 만한 일이다. 저건 사실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들이 해야 할 말이기 때문이다. 대통령더러 '그러라고' 뽑아준 국민은 아무도 없었다. 대통령은 아직도 뭔가를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
무엇을 할 것인가? (What is to be done?) 선택지는 셋이다. ①방치 ②하야 ③탄핵. 지금은 특히 ②가 탄력을 받고 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하야는 좋은 방법인 것 같지 않다. 개인으로서의 대통령에 대한 '분풀이'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 법치(法治)와의 거리가 너무 멀다.
시작이 대통령 개인의 문제였을지언정 결말까지 그럴 순 없다. 필연적으로 이 문제는 대통령이라는 '아이콘'에 대한 이슈로 확대될 것이며 또 그래야만 한다. 대통령은 그만 두고 싶다고 해서 멋대로 그만 두고 도망갈 수 있는 자리가 아님을 분명히 해야 한다.
한 가지 의혹이 있다. 지금 대통령의 하야를 종용하는 사람들은 그녀를 그저 '독재자의 딸'로만 보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런 그녀가 제 발로 권좌에서 내려오는 모습을 본다면 그들의 가슴은 잠시 후련할지도 모른다. 허나 이미 그녀는 존재 자체로 하나의 헌법기관이며 역사의 계승자다. 스스로 다 던지고 내려와 모든 걸 끝내버릴 '기회'를 줄 수 없고 줘서도 안 된다. 하야는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기권이고 법치주의의 후퇴이며 이성의 망각이다.
![]() |
||
| ▲ 거리로 나서는 것은 당신의 자유다. 허나 그 이전에 묻겠다. 68년의 역사, 길게는 97년의 정통성을 야만의 붉은 화염 속으로 밀어 넣을 것인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보다 정돈되고 통제가 가능하며 뒤끝을 남기지 않는 '완전연소'다. /연합뉴스 | ||
공리주의적 측면에서도 하야는 나쁜 선택이다. 당장은 속 시원해 보이지만 19대 대통령에 대해서부터 이 옵션은 '선례'로 작용할 것이다. 이번 사태가 하야로 귀결된다면 앞으로 임기를 다 채우는 대통령을 보기는 힘들어질 확률이 높다. 대한민국은 좌우여야가 극심하게 분열된 상태임을 기억해야 한다. 붉은 분노는 그을음을 남기고, 하야는 복수를 부를 것이다.
도저히 지금의 대통령으론 안 되겠다면 최선의 대안은 탄핵일 수밖에 없다. 국회에 의한 탄핵소추는 하야보다 많은 절차를 거친다. 이 문제의 주어(主語)를 '대통령'에서 '국민(국회)'으로 바꾼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감정이 격앙돼 있을수록 디테일은 중요하다.
헬조선이라며 불평을 하든 이민 가고 싶다는 한탄을 하든 일단 나라는 존립시켜야 할 게 아닌가. 이번 사안은 지금보다 은근한 감정 속에서, 보다 이성적이고 철학적인 분위기와 함께 처리되어야 한다.
거리로 나서는 것은 당신의 자유다. 허나 그 이전에 묻겠다. 68년의 역사, 길게는 97년의 정통성을 야만의 붉은 화염 속으로 밀어 넣을 것인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보다 정돈되고 통제가 가능하며 뒤끝을 남기지 않는 '완전연소'다. 지금, 파란색 분노가 필요하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다른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