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 주최한 등기임원 연봉공개, 이대로 좋은가세미나가 29일 오후 3시 서울 여의도 보험연구원 12층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번 세미나는 전국경제인연합회와 한국경제연구원, 자유경제원이 후원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와 김정호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가 각각 임원보수 공개의 본질과 과제’, ‘전문경영인 체제와 등기임원 보수공개 제도라는 제목의 주제 발표를 했다.
 
이어 좌승희 KDI 국제정책대학원 초빙교수의 사회로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과 현진권 자유경제원 원장, 김영욱 중앙일보 논설위원 등이 토론에 나섰다.
 
전삼현 교수는 먼저 주제 발표를 통해 우리나라는 자본시장법상 올해부터 연봉이 5억원을 초과하는 경우 금액을 공시하도록 하고 있다이는 경영투명성 제고에 목적이 있다고 연봉공개 배경을 설명했다.
 
전 교수는 그러나 지난달 등기임원 연봉이 공개된 후 일부 언론과 정치권이 임원 보수와 근로자 임금을 단순비교하면서 임원 보수가 과다하다는 여론을 형성하는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나아가 오너 일가의 비등기 임원 보수는 공개되지 않는 것도 문제라면서 향후에는 비등기 임원 보수도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이 여과없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임원 보수는 기업 경영전략 등 영업 비밀에 해당하고, 프라이버시와 관계 있다는 점에서 헌법이 규정한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 될 수 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전 교수는 특히 투자자나 채권자 보호와는 관련 없는 정보 공시 요구는 자본시장 위축을 가져올 수 있다최근 상장사 임원보수 공개 확대와 관련해 투자자 보호 등에 기여하는 순기능이 무엇인가 등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이어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이 된 상장사 또는 적자를 본 상장사에 한해 등기 임원 보수를 개별적으로 공개하도록 자본시장법을 개정해야 주주는 물론 기업 임원들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정호 특임교수는 고위 경영자(등기임원) 보수 상승은 전문경영인 체제가 자리 잡아가는 과정이라며 노동자 몫을 빼앗아 가는 게 아니라 본인이 만들어낸 이윤의 일부를 가져간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등기임원 보수공개는 질투와 비난 여론에 불을 질러 놓은 것 같다이런 상황에서는 고액 연봉이 지속되기 힘들고 전문 경영인 체제 정착에도 방해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또 임원들이 부당하게 높은 보수를 받아간다면 공개 등의 장치를 통해 견제하는 게 필요하다면서도 우리나라 전문 경영인들의 급여가 기여에 비해 부당하게 높은 수준인지는 체계적인 연구가 이뤄진 적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최소한 제도적으로는 과도한 보수를 막기 위한 장치가 작동해왔다상법(388)은 이미 오래전부터 등기 임원의 보수를 주주총회에서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전문 경영인은 본인 보수를 스스로 결정하는 게 아니라 지배주주와 주주총회의 결정에 따라야 하는 만큼 그들이 만들어낸 이윤을 초과할 수 없다그들이 많은 이윤을 만들어내는 것을 비난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보수공개 정책을 철회할 수 없다면, 대상 범위를 연봉 5억원에서 50억원 이상으로 높여 공개 대상을 줄여야 한다그래야 더 많은 월급장이 경영자들이 마음 놓고 최고경영자(CEO)가 되는 꿈을 꿀 수 있다고 강조했다.
 
토론에 나선 권태신 원장은 연봉공개는 기업 투명성을 높이고 투자자의 합리적 판단 기준으로 활용하기 위해 도입됐다면서 그러나 임원 보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표면화해 갈등을 유발하고 종업원의 사기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권 원장은 또 우리나라 노조는 합리적인 외국과 다르고 기업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 또한 좋지 않다보수 공개를 계기로 노동계가 비정상적인 임금 인상과 경영성과 배분을 요구하며 극렬한 노사분규에 나설 경우 국가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권 원장은 차별과 차이에 대한 경직화된 인식이 강한 문화에서 등기임원 연봉공개는 노사갈등과 위화감, 프라이버시 노출 등이 예견됐다우리나라 임원 보수 수준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높지 않은데도 비난 여론이 강한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개별 임원 보수 산정과 관련, 기준과 근거가 합리적으로 제시되고 시장에서 이를 인정하면 오히려 임원 보수에 대한 정당성이 증명되고 오해가 바로잡아 질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권 원장은 그러나 임원 보수 공개가 정치적 이슈로 변색하는 부작용 등을 고려할 때 사회적 영향력이 큰 금융회사에 먼저 도입하고 제도를 정비해 나가면서 점진적으로 상장회사로 적용 범위를 넓히는 게 보다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현진권 원장은 우선 경제민주화는 경제적 강자와 약자로 나누어 두 진영간 대립과 분열을 조장하는 사회분열적 정책이라며 “(약자에 비해 소수인)경제적 강자를 억누르는 정책을 통해 정치적 이익을 얻으려는 시도라고 지적했다.
 
현 원장은 이어 임원연봉을 여러 형태로 왜곡시켜 경제적 강자에 대한 질시감정을 확대 재생산할 수 있다면서 임원 연봉 공개는 시장 경제를 왜곡하고 선동하는 세력들이 자주 인용하는 등 두 진영 간 대립구도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 원장은 또 개방화 시대 대기업은 전 세계의 뛰어난 인재를 임원으로 초빙하는 만큼 연봉은 국제 경쟁력에 의해 결정되고 그 수준도 국제 가격에 맞아야 한다이윤이 많이 발생한 기업의 임원 연봉은 높은 게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현 원장은 김연아 선수의 연소득은 115억원에 달하지만 누구도 많다고 비판하지 않는다김연아 선수는 국민들에게 자긍심을 준 반면 삼성 CEO는 많은 사람들을 먹고 살 수 있게 해 주는데 과연 누가 준 혜택이 더 많은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스티브 잡스는 8조원의 유산을 남겼지만 누구도 재산 규모에 대해 비난하는 사람이 없다면서 연예계는 물론 스포츠계 등 많은 산업에서 최고와 최저 연봉의 격차는 기업보다 훨씬 클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 원장은 끝으로 차별적 연봉은 기업가(직업) 정신을 더 활발하게 발휘하게 하는 수단이라며 차별적 연봉공개를 통해 부정적인 사회적 인식이 확산되면, 기업가 정신은 억제되고 국가발전에도 역행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