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할당 확대·연비 완화" 주장할듯
현대차 "미국 생산 체제 이미 구축"
[미디어펜=최주영 기자]31일 한미 FTA 2차협상이 시작된 가운데 자동차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최근 미국 정부가 최근 한국산 태양광 모듈, 세탁기에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동한 가운데 다음 타깃을 자동차로 지목한 바 있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예의주시 중이다. 

이날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리고 있는 한미 FTA 2차 협상에선 자동차 비관세장벽, 무역구제 조치 등 분야별로 양측이 치열한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 미국 워싱턴DC 무역대표부 회의실에서 지난 5일(현지시간) 한.미 FTA 제1차 개정 협상 모습.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실장(수석대표.맨 오른쪽)과 마이클 비먼 미국 USTR 대표보 등 양국 대표단이 협상을 하고 있다./산업부 제공


완성차업계는 미국측이 대(對)한국 무역수지 적자가 가장 큰 자동차 분야를 집중적으로 의제화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자동차는 대미 수출 1위를 차지한 품목으로 지난해 전체 대미 무역흑자(178억7000만달러)의 72.6%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미국이 앞서 제기된 '관세 조정'보다는 자동차 수입 쿼터(할당) 확대, 배출가스 기준 완화 등 비관세 장벽 철폐를 요구할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는 나름대로의 대응책을 구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이 대한 무역적자 원인을 한국과의 자동차 거래에서 찾는 것 자체가 오류라는 설명이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완성차 생산·공급 및 부품을 미국에서 생산 후 캐나다 시장으로 수출함으로써 미국의 무역적자 개선에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의 미국 현지 자동차 생산 대수는 한·미 FTA 발효 이전인 2011년 61만2000대에서 2016년 74만9000대로 늘어났고 미국 생산 차량 가운데 수출용 제작 차량을 모두 캐나다로 보내고 있다. 미국에서 완성차 제작시 부품도 각각 68.4%와 66.3%를 현지에서 조달 중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국내 완성차의 지난해 대미 수출액은 146억5100만달러, 자동차부품 56억6600만달러로 나타났다. 이는 같은 기간 대미 수출액 686억1100만달러의 각각 21.4%, 8.3% 수준으로 증가했다.

앞서 지난 15일 국토부 등 관계부처도 자동차 비관세 등 미측이 1차협상에서 제기한 이슈별 대응방안을 협의한 바 있다. 강성천 산업부 차관보는 "한미 양국이 제기한 이슈들에 대해 국내 산업에 미칠 영향, 국제규범 동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대응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미국측이 FTA를 폐기할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있는 만큼 업계는 끝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FTA가 폐기되면 향후 5년간 한국의 대미 수출 손실액은 약 30조 원(269억 달러)에 달하고, 24만 개에 일자리가 사라진다

우리나라의 대미 자동차 관세율이 0%에서 11.8%로 적용받게 되면, 16% 이상의 수출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며, 자동차 산업의 경우 예상 손실액이 133억 달러에 달한다.

권나현 한국신용정보 기업평가본부 수석애널리스트는 "대미수출차량에 대한 관세 부활(한-미 FTA체결 전 2.5%)을 골자로 하는 한-미 FTA 재협상 등은 국내 자동차 산업의 가격경쟁력 저하를 초래할 수 있는 큰 위협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우리측은 모호한 규정 탓에 불리한 투자자-국가분쟁해결제도(ISDS조항)의 개정도 시급한 상황이다. 미국측이 이같은 조항을 들어 자동차에 앞서 태양광패널과 세탁기에 셰이프가드를 발동한 바 이어 추가적인 피해를 막아야 하기 위함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한미 FTA 개정으로 미국산 제품의 한국 수출이 더욱 어려워지면 미국 기업에도 피해"라며 "양국이 모두 국가 이익을 놓고, 한치에 양보없이 ‘팽행선’을 달리고 있어 최종합의까지는 적지않은 시간이 걸릴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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