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가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을 목전에 두고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근로시간의 단축을 통해 여가를 보장 받는 삶과 일과 생활의 균형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속에 진행될 전망이지만 오히려 기업의 경쟁력 약화를 초례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일부에서는 앞선 김영란 법과 같이 과도기가 필요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을 앞두고 산업군별 적용시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과 개선해야 할 점에 대해 알아본다.[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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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행기애서 서비스 중인 객실 승무원. 사진은 본문 내용과 무관 /에어부산 제공 |
[미디어펜=최주영 기자] ‘주 52시간 근무제'가 내달부터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항공업계에서도 근로환경 개선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항공업이 특례업종에 포함돼 근로시간 단축 대상에서 제외되지만 이를 계기 삼아 조금이나마 근무환경을 개선해달라는 것이다.
잦은 스케줄 변경에 "개인삶 엉망"…휴식시간 확대 조항, 현장 혼란 커
25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한 다수 국적사 승무원들은 오는 9월부터 현장에 적용될 ‘11시간 연속 휴식보장’ 조항에 주목하고 있다. 정부는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에 따르지 않는 특례 업종에 대해 오는 9월부터 ‘11시간 연속 휴식시간’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했다.
다만, 현장에서는 반신반의하고 있다. 항공업 특성상 필수공익사업장 지정으로 '1일 24시간, 1년 365일 정상운영' 패턴이 이어져야 하기 때문. 한 대형항공사 승무원은 “지연 운항이나 결항 등이 발생할 경우 휴식시간 보장을 위해 업무에 차질이 생기거나 대기근무 상태에서 바로 투입될 수도 있다”며 우려했다.
직장인 익명 SNS인 '블라인드'가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항공업계 현직자 1002명 중 15.6%는 '법정 근무시간을 초과해 근무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국적항공사 객실승무원의 월평균 비행시간은 82.7 시간이지만 비공식적 초과근무 시간을 합하면 100~120시간에 달한다. 특히 7~8월 성수기로 접어드는 경우 이 같은 현상은 더욱 심화된다. 일부 항공사들을 중심으로 성수기에는 120시간 가까이 비행하는 일도 부지기수라는 지적이다.
지상직 "우리는 일하고싶다"…정비직 "업무집중도 하락우려"
승무원들과 달리 비행을 하지 않는 지상직 직원들은 다소 다른 종류의 고민에 빠져 있다.
항공업종이 특례업종으로 지정돼 주 52시간 근무 시행에서 벗어나면서 이에 포함된 지상직들도 근무시간 단축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
이들은 항공사 직접고용이 아닌 간접고용 형태로 대부분 월 급여가 정규직 대비 60% 수준에 그치고 있다. 한진그룹 계열의 에어코리아 지상직 직원의 기본급은 150만원 미만, 아시아나항공이 하청을 두고있는 케이에이의 경우 지상직 직원 기본금이 이보다 낮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정규직 대비 낮은 시급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연장근로’를 할 수 없게 되버렸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A업체 지상직 직원은 “기본급이 낮아 일주일에 평균 60~65시간 근무하고 있다”며 "근로시간이 단축되면 시간외 수당과 심야수당을 받지 못하게 돼 다른 직업을 알아보려고 한다“고 전했다.
정비 업무 등을 하는 직원들도 마찬가지다. 그 동안 항공기 정비업체 직원들은 비행기 스케줄 따라 늘어나는 ‘고무줄 노동시간’을 고수해 왔다.
S 정비업체 직원은 “하루 평균 16~18시간 근무한다”며 “그동안 근로시간이 길었던 터라 (주당 52시간 근무 단축) 환영하지만 한참 업무에 몰입해야 할 때 중단하고 다음날 이어가야 하므로 효율성이 저하될 것이 우려된다”고 전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주52시간 근무시간 단축과 관련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어떻게 적용할지를 두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일각에서는 국토부가 관련 조항을 만들어둔 상태에서 현장의 혼선이 더 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근로기준법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다양한 방법을 모색 중"이라며 "항공운송업을 제외하고 지상조업, 정비 등 각 분야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경우 ‘없느니만 못한 규정’이 될 것"고 말했다.
[미디어펜=최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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