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닥다리 특례법 세부조항 개정 놓고 여·야 의원 고심
최대주주 허용 기업 자산규모 20조까지 확대 등 논의 예정
[미디어펜=박유진 기자] 은산분리 규제 완화 해법이 담긴 특례법 처리를 놓고 여·야 국회의원들이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최근 정부와 여·야 의원들은 산업자본의 인터넷전문은행 지분 한도를 34~50%까지 풀어주는 특례법 통과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국회는 당장 다음 주부터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특례법 심사에 나설 예정이다.

19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국회는 ICT(정보통신기술) 기업들의 인터넷전문은행 진입 통로를 열어주기 위해 특례법 심사 때 대주주의 자산 기준을 현 10조원에서 최대 20조원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키로 했다.

현재 여·야 의원 대부분 34%에 의견을 두고 있어 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안건의 통과가 유력한 상태다. 남은 것은 특례법 심사 때 세부 조항을 어떻게 바꾸냐가 쟁점이다.

먼저 특례법 심사 때 가장 문제 되는 조항은 '총수가 있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10조원 이상 대기업)은 은산분리 완화 대상에서 배제된다는 규정이다.

이렇게 되면 카카오뱅크의 2대 주주지만 실제 주인인 카카오, 제3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을 노리는 네이버 등은 자산 규제에 막혀 투자가 어려울 수 있다. 때문에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는 자산 규모를 15조~20조원까지 늘리는 안건을 제시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간사단 한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카카오나 네이버, 넥슨 같은 기업들의 자산이 10조원이 안되는 수준이지만 카카오의 경우 10조원을 넘어가는 시간까지 불과 3~4년이 걸릴 것"이라며 "IT 성장세에 따라 커지고 있는 혁신 기업들의 참여를 막는 게 과연 옳은 일이냐는 의견이 많아 입법 내용을 수정하는 방안이 제시됐다"고 말했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ICT 대표 기업의 상당수는 이미 총 자산의 규모가 10조원에 임박했고 IT 기술 활성화에 따라 추가 성장이 예상된다. 카카오의 경우 현재 자산 규모는 8조5000억원이지만 이르면 3년 내 10조원 클럽에 진입할 것이 예고되고 있다.

규정대로라면 향후 IT 잠룡은 인터넷전문은행을 품을 수 없어 현실에 맞게 이를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온 것이다.

   


이 외에도 국회에 계류중인 특례법이 2016년께 발의된 내용이라 수정이 필요하다는 게 정부와 국회의 공통 의견이다. 자산 확대 외에 다양한 안건도 테이블 위에 오를 예정이다.

예컨대 특례법 심사 때 인가 후 자산 규모 10조 원 이상 확대 시 규제를 소급 적용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의견도 제시됐다.

인터넷은행 최초 설립 당시 자산 규모가 10조원이 넘지 않았던 최대주주라면 추후 자산이 10조원을 넘어도 규제 적용에서 예외로 두자는 주장이다.

별도로 금융위원회는 최근 정무위 간사단 측에 ICT 분야 사업 비중이 50%가 넘는 산업자본에 한해서는 원칙적으로 대주주가 되는 권한을 허용할 수 있게 하자는 안건을 제시하기도 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재벌 '사금고화'를 방지하기 위해 삼성과 SK와 같은 그룹사들의 진입은 막되 기존까지 ICT 산업을 이끌어 온 혁신 기업만 예외적으로 인터넷은행 지배를 허용하자는 의도다.

이를 위해 금융위 측은 자체 시뮬레이션을 통해 삼성과 SK그룹 등의 ICT 분야 비중을 집계했고, 그 결과를 토대로 삼성과 SK 등의 향후 인터넷은행 진출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 일부 의원 측에 설명한 상태다.

정무위 간사단 관계자는 "삼성은 삼성전자, SK는 하이닉스의 의존도가 높아 ICT 업종의 비중이 현저히 낮다"면서 "핵심 계열사의 자산과 매출 규모 등을 비교해 살펴보면 텔레콤을 가지고 있는 SK의 경우 하이닉스가 빠져도 텔레콤의 자산가치는 30%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사실상 경영에 손을 뗐지만, 창업자라는 사실에서 총수 기업으로 인정받고 있는 ICT 기업에 대해 동일인 해제도 고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네이버의 경우 이해진 창업자가 등기이사에서 물러나고 지분율을 낮추고 있지만 공정거래위원회는 여전히 네이버를 동일인(총수) 있는 기업으로 지정하고 있다.

네이버의 최대주주는 포스코처럼 국민연금이다. 이 경우 포스코가 동일인 없는 기업 집단으로 지정된 것과 달리 공정위는 네이버를 총수 있는 집단으로 보고 있다. 이 창업자가 지분을 내다 팔고 주요 직함을 포기하고 있지만 그가 여전히 회사에 지배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판단해서다.

정무위 간사단 관계자는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을 중심으로 공정위가 동일인 해제를 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있어 법안 심사 때 그들의 주장도 테이블에 올려놓고 논의할 것이다"며 "흩어진 의견을 합칠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을 찾을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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