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 오랜 기간 이어진 실적부진에서 가까스로 벗어난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또 다른 난관에 봉착했다.
양사 노동조합이 잇달아 임금·단체협약(임단협)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파업 수순에 들어서며 생산차질 우려에 직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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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기아자동차 양재동 사옥 /사진=미디어펜 |
2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올해 2분기 전년 동기대비 30.2% 증가한 1조2377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기아차도 2분기 5336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전년동기대비 51.3%의 고성장을 기록했다.
현대차의 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어선 것은 2017년 3분기 이후 7분기 만이다. 기아차는 통상임금 충당금 환입 효과가 있었던 올해 1분기를 제외하면 2016년 4분기 이후 무려 10분기 만에 영업이익 5000억원을 넘어섰다.
기나긴 실적 부진에서 회복세로 돌아섰지만 현대·기아차에게는 노조 파업이라는 또 다른 고비가 남아있다. 양사 노조는 여름휴가 이후인 내달 중순부터 파업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 노조는 이날 임시대의원대회에서 노동쟁의 발생을 대의원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앞서 노조는 지난 19일 임단협 16차 교섭에서 사측이 일괄안 제출에 대해 시기상조라는 이유로 거부하자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지난 22일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한 바 있다. 29~30일에는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중노위가 쟁의조정 중지를 결정하고 찬반투표에서 쟁의행위가 가결되면 현대차 노조는 합법적으로 파업할 수 있다.
현대차 노조는 교섭 개시 전부터 10월 신임 집행부 선거를 이유로 추석 연휴(9월 12~15일) 전 타결을 목표로 밝혀 왔으며, 이를 위해 여름휴가 이후 파업을 통해 회사를 압박하며 합의안을 이끌어내겠다는 전략이다.
기아차 노조 역시 현대차 노조와 같은 수순을 밟고 있다. 지난 23일 임금협상 10차 교섭에서 사측의 3차 제시안이 미흡하다며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회사측이 제시한 안건을 노조가 거부한 것이다.
노조는 내달 초까지 중노위에 쟁의 조정 신청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마치고 쟁의권을 확보할 예정이다. 당초 노조는 여름휴가 전까지 임금협상을 타결한다는 목표였으나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여름휴가는 내달 5~9일로, 쟁의권을 확보한 노조는 잇달아 파업에 착수할 전망이다.
양사 노조 모두 올해 집행부 선거가 예정돼 있어 현 집행부에서 교섭을 타결하려는 의지가 강하다. 이를 위해 추석 전까지 줄파업으로 공세를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
현 집행부에서 교섭 타결이 이뤄지지 못하는 상황도 사측으로서는 비관적인 시나리오다. 일단 노조가 선거 체제로 들어가면 새 집행부가 출범하기 전까지 한 달 이상 교섭이 중단되며 새 집행부와 새 판에서 다시 교섭을 시작해야 한다. 이 경우 교섭이 해를 넘길 우려도 있다.
특히 오랜만에 찾아온 호실적이 이번 양사의 하투로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는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현대차의 2017년의 경우 극심한 노조의 파업과 집단행동으로 2, 3차 협력업체까지 피해를 전가시키는 최악의 상황을 만들어냈다.
특히 2016년에는 12년 만에 전면파업을 포함해 모두 24차례의 노조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로 역대 최대인 누적 생산대수 14만2000여대, 금액 환산 약 3조1000억원에 이르는 피해를 입었다.
또 당시 노사 갈등이 극에 달해 정부가 긴급조정권 발동을 검토하기도 했고 산업계 곳곳에서도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하고 파업중단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특히 현대차의 파업으로 1차 협력업체 380개사에서 1조원이 넘는 매출 손실을 냈고 2·3차 협력업체까지 포함하면 더 막대한 금액의 손실을 가져온 바 있다. 현재 노조의 강경한 태도로 당시의 피해가 재현될 수 있는 우려가 있어 업계는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들어 국내 시장을 포함해 글로벌 시장에 신차를 잇달아 출시하고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비중을 높이며 'V자 반등'을 꾀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시장의 전략을 수정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새시도를 적극적으로 펼치기 위해서는 비용이 많이 발생한다.
비효율적인 비용을 줄이고 미래를 위한 투자를 늘려야 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기아차는 '내부자들'로부터 발목이 잡히는 셈이 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신차가 출시되는 시기에 파업으로 적기 물량공급이 이뤄지지 못할 경우 신차 효과를 제대로 누리기 힘들다"며 "노조는 회사 실적이야 어떻게 되건 최대한 많이 받아내야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회사 실적 개선에 기여하겠다는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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