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보험 DB형 수익률 1%대, 사적연금 활성화 실효이익 없을 것

정부가 사적연금 활성화를 위해 오는 2016년 300인 이상 기업을 시작으로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모든 기업의 퇴직연금 도입을 의무화하기로 한 것에 대해 은행권과 보험권의 반응은 미온적이다.

정부는 지난 27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제 29차 경제관계장관회의를 갖고 이같이 밝혔다.

최 부총리는 "우리나라가 1988년 국민연금, 1994년 개인연금, 2004년 퇴직연금 도입 등을 통해 공공차원에서 노후소득 보장체계를 갖춰 나가고 있지만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 사적연금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며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이를 위해 우선 2016년 300인 이상 기업을 시작으로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모든 기업들이 퇴직연금을 도입토록 할 계획이다.

최 부총리는 "퇴직연금 의무화를 통해 근로자들은 퇴직금에 비해 우월한 퇴직연금의 혜택을 누리되 기업의 부담은 가중되지 않도록 보완장치를 함께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퇴직연금 자산운용에 대한 과도한 규제를 완화해 안정성과 수익성을 합리적으로 조화하고, 독립적 기금운용체계를 통해 근로자의 이익이 우선적으로 고려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정부의 '사적연금 활성화' 정책에 증권업계를 뺀 은행 및 보험업계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28일 증권업계는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의 위험자산 운용규제를 40%에서 확정급여형(DB) 수준인 70%로 완화한다는 내용에 환영하고 있다.  

   
▲ 정부가 사적연금 활성화를 위해 오는 2016년 300인 이상 기업을 시작으로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모든 기업의 퇴직연금 도입을 의무화 하기로 했다./뉴시스

DB형은 사용자가 책임과 권한을 갖고 적립금을 운용한다. 반면 DC형은 근로자가 책임과 권한을 갖고 적립금을 운용한다. 사용자는 금융기관에 개설한 근로자 개별계좌에 부담금을 납부하고 근로자는 자기 책임 하에 적립금을 운용할 수 있다.

다만 가입 근로자가 적립금을 운용하더라도 원금손실 우려 등으로 주식형·혼합형 펀드 등 위험자산비중을 전체 적립금의 40%로 제한해 그동안 수익률 저조 원인으로 지적돼 왔다.

실제로 국내 퇴직연금의 자산 구조는 원금보장형 상품 비중이 92.6%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주식 등 위험자산의 비중은 5.9%다. 퇴직연금의 특성상 안정적인 자산 운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DC형의 운영규제가 완화되면 주식 등 위험 자산에 대한 비중이 확대되면서 주식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은행권과 보험권은 퇴직연금 도입 의무화로 가입대상 고객이 늘어남에 따라 퇴직연금을 통한 관리수수료 이익은 좀 더 증가할 뿐 뚜렷한 실효이익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유는 전체 퇴직연금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확정급여형(DB) 적립금 운용 수익률이 지난 2분기 1%대 수준에 그쳤다.

또한 은행권과 보험권은 '퇴직연금 기금형 제도' 도입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다. 

기금형 제도란 기업에서 독립된 연금기금을 설립해 노사협의회 등이 연금운용 정책을 결정하고 외부 수탁인을 지명해 자산운용 등을 일임하는 연금지배구조의 한 종류다.

이에 대해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 은행에 위탁된 퇴직연금 자산의 95%가 대기업 것인데 기금형 퇴직연금이 도입되면 금융사의 역할 축소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또한 현재 국내 여건상 기금형 제도 도입시 여러가지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현행 제도인 계약형 제도는 관련 정보를 집적하고 있는 사업자를 금융감독원에서 통합 감독할 수 있지만 기금형 제도는 개별 기금을 일일이 감독해야 하므로 많은 인력과 비용이 수반된다는 것.

보험사의 한 관계자는 2012년에 일본 최대 기금형 운용회사인 AIJ자산운용이 고객 기금들로부터 유치한 약 2000억엔(2조8000억원)의 수탁자금 중 90% 이상을 날린 사건을 예로 들며 "우리나라처럼 아직 신탁문화가 발달하지 않은 경우 기금에 대한 밀착 감독이 이뤄지지 못하면 대형 사고에 노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중소기업이 퇴직연금제도를 조기에 도입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퇴직연금 출범 후 3년이내에 기금에 가입하는 사업주에 대해 3년간 재정을 통해 지원해줄 방침이다.

현재 두루누리 사업을 통해 저소득 근로자의 국민연금·고용보험을 지원하는 방식을 사적연금 활성화에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두루누리 사업을 통해 정부는 근로자 10인 미만 사업장에서 월소득 135만원 미만 근로자의 국민연금·고용보험 보험료의 50%를 지원해주고 있다.

이에 따라 근로자 30인 이하 중소기업이 퇴직연금제도를 조기 도입할 경우 월소득 140만원 미만 근로자를 위한 사업주 부담금의 10%를 정부 예산으로 지원한다. 즉, 사업주 부담금이 연 100만원일 경우 사업주는 90만원만 내면 된다. [미디어펜=장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