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사 다툼에 ICDM "승패 가릴 수 없어"
"8K 시장 커가는 과정…도약 계기될 것"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삼성전자가 QLED 명칭이 미국, 영국, 호주 등 주요 국가에서 문제없다는 판단을 받았다고 발표하자 LG전자가 공정거래위원회 판단과는 무관한 사안이라며 반격에 나섰다. 이달 초 시작된 8K TV 싸움이 여전히 진행 중인 모양새다.

업계에선 양사의 다툼이 ‘소모전’에 불과하다며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반면 8K TV 시장에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중요한 문제라는 의미에서 긍정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양사의 치열한 다툼 과정에서 8K 시장도 커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29일 “2017년 삼성 QLED TV를 처음으로 출시한 후 미국‧영국‧호주 등 주요 국가에서 광고심의기관을 통해 ‘QLED’라는 명칭을 사용하는데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이미 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LG전자는 같은 날 바로 입장문을 내고 “해외에서 QLED 명칭 사용에 문제가 없다는 주장은 주로 광고 심의에 관한 것일 뿐 공정위 판단과는 무관하고, 규제체계, 광고내용, 소비자인식이 서로 다르다”고 반격했다. 

   
▲ 지난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최대 가전전시회 'IFA 2019' 에서 관람객들이 삼성전자의 QLED 8K TV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양사의 이 같은 싸움에 화질 측정기구인 국제디스플레이계측위원회(ICDM)는 승패를 가릴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ICDM은 ‘국제정보디스플레이학회(SID)’의 한 분과로, 세계 각국의 전문가들이 모여 디스플레이 성능 측정 규격을 정한 뒤 이를 업계에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ICDM은 최근 언론 질의에 대한 답변 성명을 통해 “우리는 기업들이 IDMS 자료를 활용해 어떤 데이터를 내놓든 관련 이슈에 대해 개입·중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ICDM의 상위 기구인 SID도 삼성전자와 LG전자의 ‘8K 논쟁’에 ‘불개입’ 원칙을 고수했다. 

헬게 시첸 회장은 이와 관련한 질문에 “SID는 새로운 제품의 성능을 측정하기 위한 공인된 ‘글로벌 도구’를 제공하고 있다”면서 “디스플레이 기술의 한계를 넘으려는 삼성과 LG의 노력에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며 즉답을 피했다.

   
▲ IFA 2019의 LG전자 부스에서 관람객들이 'LG 시그니처 올레드 8K'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LG전자 제공


화질 선명도 기준치 측정방식의 결정 주체인 ICDM과 SDI가 관련된 판단을 유보하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다툼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업계에서는 양사의 다툼이 소모전에 불과하다며 부정적인 시각이 나온다. QLED TV와 올레드 TV는 각각의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판단은 소비자와 시장에 맡기면 될 뿐, 지나친 경쟁은 소비자들에게 혼동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양사의 치열한 접전을 통해 8K 시장이 커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증폭된 상태다. 8K 시장을 ‘제로섬’으로 본다면 한쪽이 죽어야 다른 한쪽이 살기 때문에 소모전이 될 수 있겠지만, ‘파이’가 커진다는 측면에서 봤을 때 유의미한 싸움이 될 것이라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국내에서 치열하게 경쟁해온 양사는 결국 글로벌 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며 “겉보기엔 사소한 다툼으로 보일 수 있겠지만, 이 과정을 통해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또 한번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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