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SK의 문경은(43) 감독이 후배 이상민(42) 감독에게 첫 맞대결부터 '뜨거운 맛'을 보여줬다. 절친한 후배지만 '자비'는 없었다.

문 감독이 이끄는 SK는 12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경기에서 이 감독이 사령탑을 맡고 있는 서울 삼성을 93-78로 완파했다.

이날 경기는 문 감독과 이 감독의 맞대결로 큰 관심을 모았다.

   
▲ 사진출처=뉴시스

연세대 1990학번인 문 감독과 1991학번인 이 감독은 1993~1994시즌 연세대를 농구대잔치 정상에 올려놓은 주역이다.

또 문 감독과 이 감독 모두 현역 시절 프로 무대에서도 스타로 활약했다.

이 감독은 조성원, 추승균, 조니 맥도웰과 함께 1997~1998시즌부터 2000~2001시즌까지 대전 현대의 사상 첫 정규리그 3연패를 이끌었다. 그는 2003~2004시즌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도 거머쥐었다. 그는 정규리그 통산 3583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했는데 이는 역대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현역 시절 '람보슈터'라는 별명으로 불린 문 감독은 한국을 대표하는 슈터였다. 정규리그 통산 1669개의 3점슛을 기록한 문 감독은 이 부문 역대 1위 자리를 아직도 지키고 있다.

농구의 전성기를 이끈 스타 출신인 이 감독과 문 감독 모두 여전히 '오빠 부대'를 이끌고 다닌다.

지난 4월 이 감독이 삼성 사령탑으로 부임했고, 이날 이들이 감독으로서 첫 맞대결을 펼치게 됐다.

결과는 선배의 승리였다. 최근 몇 시즌 동안 하위권에 머물렀던 삼성은 외국인 선수와도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 조직력까지 탄탄한 SK를 넘지 못했다.

삼성은 전반까지 불과 4점차(33-37)로 뒤지며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그러나 SK는 3쿼터부터 제공권 싸움에서 우위를 점해 압도적인 차이로 삼성을 물리쳤다.

시즌 개막 미디어데이에서 문 감독은 "이 감독은 친한 후배지만 뜨거운 맛을 보여주겠다"고 선언했는데 첫 판부터 정말 '뜨거운 맛'을 보여줬다.

2011년 감독대행으로 SK를 이끌기 시작해 4시즌째 '감독'으로 살아오고 있는 문 감독 또한 감독 데뷔 시즌에 9연패를 겪는 등 어려운 시기를 보내서인지 후배를 향해 따뜻한 조언을 했다.

문 감독은 "아직 조언할 입장이 되지 않는 것 같다"며 손사레를 치면서도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것이다. 패배를 했을 때에는 혼란스럽고 모든 것이 잘 보이지 않는다. 빨리 1승을 해야한다"고 후배를 향한 조언을 내놨다.

이어 "빨리 첫 승을 해야 '이것이 이기는 방법이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본인 스스로 빨리 방법을 찾아야 혼란스럽지 않고 자리를 잡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직 감독으로서는 '초보'인 이 감독도 문 감독과 생각이 같았다.

이 감독은 "선수 때보다 힘들고, 코치 때와는 또 다르다"며 "연패를 언제 끊느냐가 중요하다. 연패를 빨리 끊어야 선수들의 자신감을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 감독은 승리를 했음에도 삼성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내며 이 감독에게 힘을 불어넣어주려는 모습이었다.

"가드진의 화력이 무서운 것 같다"고 말한 문 감독은 "속공과 앞선 선수들의 픽앤롤, 수비가 신경쓰인다. 속공이 특히 신경쓰이는 부분"이라며 "김준일이 가세했는데 큰 선수 3명이 뛸 때 대비책도 가지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문 감독은 "삼성의 팀 컬러가 지난 시즌과 비교해 한층 시원시원해졌다"고 덧붙였다.

이 감독은 "초반에 잘 나가다가 막판에 제공권 싸움에서 밀렸다. 그것이 가장 문제다"며 "우리가 함정 수비할 때 움직임이 좋지 않았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