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약국당 250장 판매 호언장담…실상은 150장 뿐
구입 못한 주민들 "이게 나라냐…문재인 대통령도 줄 서서 사라"
[미디어펜=박규빈 기자]"전쟁통도 아니고, 이게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어요." "고작 마스크 하나 사자고 아침부터 줄을 서야 한다는 게 짜증납니다!"

9일 정부 방침에 따라 전국 약국에서 '공적 유통 마스크' 5부제가 전격 시행됐다. 이날 아침 7시 20분, 기자 역시 마스크를 사고자 어머니를 모시고 동네 약국에 갔다. 10분 후 도착한 약국 앞에는 이미 15명 가량 줄을 서 있었다. 이 약국에서는 오전 8시부터 판매한다고 공지를 했는데 이미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 9일 서울 서초구 잠원동 한성약국 창문에 붙은 '공적 유통 마스크' 구매 규정. 당초 정부는 약국별로 250장을 보급한다 했으나 실제 들어온 물량은 150장에 불과했다./사진=박규빈 기자

본격 판매를 시작하기 전 대표 약사가 "'마스크 구입 5부제'에 따라 금일 구매가 가능한 사람은 태어난 연도의 마지막 자리가 1 또는 6인 경우에 한정돼 있다"며 "10세 이하 또는 80세 이상의 경우 대리 구매가 가능하지만 등본을 챙겨와야 한다"며 정부 방침에 대해 설명했다.

   
▲ 정부가 전국 약국을 통해 '공적 유통 마스크' 판매를 시작한 9일 구매 행렬이 길게 늘어서 있다. 약사들이 판매 현장에서 시민들의 신분증을 검사한 다음 마스크를 판매했다.

실제 약국에 들어서자 대표 약사가 신분증을 확인하고 다른 약사가 장당 1500원, 1인당 2장씩 결제를 담당했다. 당일 들어온 마스크 물량이 얼마나 되느냐고 묻자 결제를 맡은 약사가 "오늘은 150장 판다"고 말했다.

150장? 이 약국에서 이날 75명밖에 사지 못한다는 얘기다. 약국 1개소당 250장을 배급한다던 당초 정부 발표와 현실이 동떨어지는 모습이다. 판매 도중 결제 담당 약사가 밖으로 나와 "50장 남았습니다!"라며 "거기 맨 뒤 네 분은 못 사실 수도 있습니다!"라고 외쳤다. 기자는 다른 사람들보다 먼저 도착한 덕분에 마스크 구입에 성공했지만 실패한 사람들도 20명 가량 봤다.

   
▲ 정부가 전국 약국을 통해 '공적 유통 마스크' 판매를 시작한 9일 구매 행렬이 길게 늘어서 있다. 당초 정부는 약국별로 250장을 보급한다 했으나 실제 들어온 물량은 150장에 불과했다./사진=박규빈 기자

마스크 판매는 개시한지 20분이 채 안돼 마감됐다. 다소 늦게 와 구하지 못한 이들은 마스크가 동났다는 약국 측 발표에 허탈한 모습을 보이며 집으로 돌아갔다. 

구매 대기 행렬에 있던 한 주민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보여준다더니 이게 뭔 꼴이냐, 이게 나라냐"며 문재인 정권을 향해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또 다른 주민은 "자기들만 살겠다고 청와대 주변만 방역 작업한 문재인 대통령 이하 청와대 인사들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도 이 추운 날씨에 줄 서서 사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날 마스크를 사지 못한 경우 주말이나 다음주 같은 요일에 구입이 가능하지만 장담할 수는 없다. 비록 본 기자는 구매에 성공했지만 이원복 작가의 '먼나라 이웃나라'에서나 볼 법한 공산주의 내지는 사회주의식 배급제가 떠올라 씁쓸함을 감출 수 없던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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