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의 FTA(자유무역협정)이 협상이 2년 반 만에 최종 타결됐다.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10일 오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장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한중 FTA가 실질적으로 타결됐다고 선언했다.

   
▲ 뉴시스 자료사진

2012년 5월 1차 협상 이후 30개월을 끌어온 한중 FTA 협상이 타결되면서 우리나라는 세계 3대 경제권(미국, 유럽연합, 중국)과 FTA를 맺은 나라가 됐다.

우선 정부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 중국에 수출할 때 연간 최대 54억4000만달러의 관세를 절감할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0일 한중 FTA에 따른 자유화(관세 철폐)가 모두 이뤄지면 한미 FTA(9억3000만달러)의 5.8배, 한·유럽(EU) FTA(13억8000만달러)의 3.9배에 이르는 관세 절감 효과가 추정된다고 밝혔다.

한·중 FTA 타결에 따라 대중(對中) 수출 연간 87억달러에 해당하는 물품의 관세가 발효 즉시 철폐되고 458억달러에 해당하는 물품은 발효 10년 후 관세를 철폐된다.

철강(냉연·열연·도금강판), 석유화학(프로필렌·에틸렌) 등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을 비롯해 패션(의류·액세서리), 건강·웰빙제품, 생활가전(냉장고·에어컨·밥솥) 등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 제품도 특혜 관세로 가격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중국은 품목수 기준 71%(5846개), 수입액 기준 66%(1104억달러)에 해당하는 물품의 관세를 10년 안에 없애기로 했다. 품목수 기준 91%(7428개), 수입액 기준 85%(1417억 달러)에 해당하는 물품의 관세는 20년 안에 철폐할 계획이다.

한국은 품목수 기준 79%(9690개), 수입액 기준 77%(623억 달러)에 해당하는 품목을 10년 안에, 품목수 기준 92%(1만1272개), 수입액 기준 91%(736억 달러)에 해당하는 품목을 20년 안에 각각 철폐한다. 다음은 주요 업계별 반응과 전망을 들어봤다.

■ 전기·전자업계 ‘한국제품 선호도 높아질 것’ 기대감

전기·전자 업계는 한중FTA로 인한 시장변화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반도체 등 첨단제품의 경우 이미 관세를 폐지한데다 생산공장이 중국에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 해도 양국간 교역량이 늘어나면 한국산 가전제품에 대한 중국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아져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시장의 경우 아직은 ‘메이드 인 차이나’에 대한 소비자들의 호감도가 높지 않은 만큼 크게 걱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특히 TV와 냉장고 등은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브랜드 충성도가 워낙 강해 한중FTA 체결로 인한 충격은 없을 것이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휴대전화 부문도 차분한 분위기 속에 중국 제조업체들의 반응을 살피고 있다.

한국에서 30만~40만원대 저가 스마트폰을 팔고 있는 샤오미의 경우 FTA로 관세가 철폐 되면 가격공세가 더욱 강해질 전망이다. 아직 한국에 진출하지 않은 화웨이가 국내 시장에 상륙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조선·해운업계 ‘영향 크지 않을 것’

조선·해운 업계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따른 영향이 중립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선박을 건조할 때 파나마, 라이베리아 등 선박 시장의 '조세피난처'에 해당하는 '편의취적국(便宜取籍國)'으로 발주가 이뤄지기 때문에 관세나 세금의 영향에서 자유롭기 때문이다.

이는 글로벌 조선 시장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것으로, 외항선의 경우 그 나라에서 통용되는 재화가 아니라는 점에서 불법이 아니다.

해운 업계도 한중간 교역이 늘면서 양국간 물동량이 증가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겠지만 우리 기업들에게 미칠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교역량이 늘더라도 한중 양국 해운 업체들뿐 아니라 글로벌 해운 업계 전반에 새로운 사업 기회가 되기 때문에 오히려 한중 항로에 경쟁이 심화되면서 효과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있다.

■ 정유·유화업계 ‘대중국 수출 물량 늘어날 것’ 기대감

정유업계와 유화업계의 대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라 이번 한중 FTA가 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한국의 석유와 유화 제품의 제1위 수출 시장이다. 한국 석유제품의 18%, 석유화학 제품의 45%가 중국에 수출되고 있다.

우선 정유업계는 한중 FTA 타결로 석유제품의 가격경쟁력이 제고돼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유화 업계는 이번 한중 FTA 타결로 큰 이득을 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체 수출 물량의 45%를 중국에 수출해온 유화업계는 최근 대중국 수출 비중이 떨어지면서 먹구름이 잔뜩 드리워져 있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7월 석유화학 중간원료와 석유화학 합섬원료의 대중 수출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6.3%, 43.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 건설 "중국 빗장 열렸지만 단기 영향은 없을 듯"

건설업계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로 세계 최대 규모인 중국 시장의 빗장이 열렸다고 반기는 분위기다. 단 개별기업의 진출이 이뤄지기까지는 문화적 차이 등으로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은 세계 최대 건설시장으로 고속철도, 발전소 등 인프라 발주가 향후 수년간 이어질 전망이다.

그간 고속철도, 발전소 등 입찰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중국내 동종 또는 유수 공종 공사 실적이 필요했지만 한중FTA 체결로 중동 등 제3국 공사 실적도 인정받게 돼 국내 기업의 낙찰 가능성이 높아졌다.

건자재업계는 시멘트와 레미콘 분야는 한중FTA 영향권이 아니지만 도기 등 일부 분야는 일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시멘트는 수출입을 하기에는 운송 단가가 너무 높고 레미콘은 일정시간 후 굳는 성격 때문에 영향권이 아니다. 욕실용 도기와 타일, 석고보드 등은 값싼 중국산 제품의 유입으로 일부 타격을 받을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 항공업계 "화물·여객 수요 증가 기대"

항공업계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양국간 비즈니스가 활발해지고 제조업 무역 활성화로 화물과 여객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기대했다. 중국은 지난해 800만명 이상이 상호 방문하고 매주 800여편의 항공편이 운항하는 등 우리나라와 인적·물적 교류가 가장 활발한 국가다.

앞서 한중 양국은 지난 4월 항공회담을 열어 45개 노선 주 426회에서 62개 노선 주 516회로 양국 사이의 항공 노선을 늘렸다. 이는 2006년 항공회담으로 중국 일부 지역에서 항공 자유화가 이뤄진 후 가장 큰 폭의 노선 확대다.

■ 전자상거래 포함…국내 '역직구몰' 수혜

중국이 처음으로 금융과 통신은 물론 전자상거래를 FTA에 포함시키면서 양국간 전자상거래 규모는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국 소비자들이 해외 온라인쇼핑몰을 통해 구매하는 직구 거래액이 지난달 2조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아직 해외 소비자들이 전자상거래를 통해 한국 제품을 구매하는 규모는 3700억원 수준이다.

업계는 이번 한·중 FTA 체결로 이 같은 무역불균형 현상이 다소 해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은 현재 하남성 정저우 시 등 5개 시범지구를 선정하고 해외 B2C 온라인쇼핑몰 등이 이곳의 국제보세물류센터를 이용할 경우 1000위안(한화 약 17만7000원) 미안의 거래에 대해서는 간편한 목록통관절차와 함께 무관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 농수산 및 섬유·의복, 생활용품 피해 불가피

최대 피해 업종으로 꼽히는 농수산업 분야에 있어서는 오는 2020년 최대 20%까지 감소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금액으로는 3조3600억원으로 정부가 집계한 한미 FTA에 따른 농업 피해액 8150억 원의 4배가 넘을 전망이다.

소고기는 관세가 완전히 철폐되면 최대 3185억원 정도의 피해가 예상되며, 삼겹살은 중국산이 수입되면 국내산의 40% 수준에서 유통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농산물을 제외하고는 섬유·의복, 생활용품 등이 주요 피해 업종으로 꼽히고 있다. 이 밖에 국내 전자상거래회사와 게임, 은행, 결제회사 등은 피해를 입게 될 것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각종 규제나 인증 절차 등을 포함한 비관세 장벽을 이번 FTA를 통해 다수 해결하면서 우리 기업들의 현지 진출이 한층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