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 원칙따라 개인 선택 문제…보조금 지원·강제는민주주의 역행

현대인들은 다양한 불행을 모두 경쟁의 탓으로 돌린다. 많은 이들은 경쟁의 본질과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폄하하고 비판한다. 그리고 불행의 원인이 된 경쟁은 다름 아닌 시장경제에서 나왔다고 단정하여 시장경제를 비판한다. 최근 자유경제원은 경쟁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키고 경쟁의 의미 되새기기 위해 '경쟁은 아름답다'라는 책을 출간했다. 이에 미디어펜 경쟁에 대한 편견을 깨고 경쟁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제고하기 위해 '경쟁은 아름답다'를 일부 발췌하여 5편에 걸처 연재한다. 아래 글은 신중섭 강원대학교 윤리교육과 교수가 철학적 관점에서 바라본 경쟁의 모습이다. [편집자주]

   
▲ 신중섭 강원대 교수
우리 헌법에는 경제의 기본원리로 경쟁에 기초한 자유 시장경제를 채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은 여러가지 명분을 걸고 자유 시장경제를 제한하려고 한다. 자유 시장경제에 대한 제한은 곧 경쟁의 제한이다. 경제 부분에서 정부가 경쟁을 제한하는 명분은 사회 정의이다.

정부는 사회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양극화를 극복해야 하고,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동반 성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제 민주화를 통해 이런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특정 목적을 위해 경쟁을 제한하려고 한다. 정부가 개입하여 경쟁으로부터 기업을 보호하려는 대표적인 예가 사회적 기업이다.

정부는 사회적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2007년 ‘사회적 기업 육성법’을 제정하고, 2010년에는 ‘한국 사회적 기업 진흥원’을 설립하였다. ‘사회적 기업 육성법’ 제2조에 따르면, ‘사회적 기업’이란 “취약 계층에게 사회 서비스 또는 일자리를 제공하거나 지역사회에 공헌함으로써 지역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등의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면서 재화 및 서비스의 생산·판매 등 영업 활동을 하는 기업”이다.

육성법 제3조는 “①국가는 사회서비스 확충 및 일자리 창출을 위하여 사회적 기업에 대한 지원 대책을 수립하고 필요한 시책을 종합적으로 추진하여야 한다. ②지방 자치 단체는 지역별 특성에 맞는 사회적 기업 지원시책을 수립·시행하여야 한다. ③사회적 기업은 영업 활동을 통하여 창출한 이익을 사회적 기업의 유지.확대에 재투자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하여 사회적 경제의 활성화를 위해 국가, 지방 자치 단체, 사회적 기업의 역할을 규정하고 있다.

   
▲ 박원순 서울시장이 은평구 녹번동 옛 질병관리본부에 마련된 사회적경제지원센터와 청년일자리허브의 공동 개관식에 참석해 사회적경제 기업들의 판로 개척 프로젝트 '맺음' 현수막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회적경제지원센터 제공

사회적 기업은 일반 기업이 추구하는 이윤만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일반기업과 구분된다. 사회적 기업의 사회적 목적이란, 저소득자, 고령자, 장애인, 성매매 피해자, 장기 실업자, 경력 단절 여성 등에게 일자리 또는 사회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지역 사회 발전 및 공익 증진, 서비스 수혜자, 근로자, 지역 주민 등 이해 관계자가 참여하는 민주적 의사 결정 구조에 따른 의사 결정, 수익 및 이윤이 발생할 경우 사회적 목적 실현을 위해 2/3 이상을 재투자하는 것을 의미한다.

노동고용부 장관에 의해 사회적 기업으로 인정받으면 그 기업은 국가 또는 지방 자치단체로부터 경영 지원, 교육훈련 지원, 시설비 지원, 공공 기관의 우선 구매, 조세감면 및 사회보험료 지원, 재정 지원을 받는다. 국가는 제도적 물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으며, 많은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사회적 기업은 일반 기업과 같이 상품이나 서비스를 생산하고 판매하여 돈을 벌지만, 그 활동의 동기가 사주나 주주의 이익 실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목적에 있다는 점에서 일반 기업과 구분된다.

사회적 기업은 ‘재화와 서비스 생산 활동의 지속성’, ‘높은 수준의 자율성’, ‘기업으로서의 경제적 리스크 감수’, ‘유급 노동자의 고용’이라는 4가지 기업적 요건과 ‘지역 사회의 이익에 대한 명확한 목적’, ‘시민 그룹의 주도성’, ‘자본 소유에 기반하지 않은 의사 결정’, ‘다양한 이해 당사자들이 함께 참여하여 운영하는 것’, ‘제한적 이익 분배’라는 5가지 사회적 요건을 갖추고 있다. 곧 사회적 기업은 수익성과 공익성이라는 2가지 가치를 동시에 추구한다.

2014년 현재 6월 2일 우리나라 사회적 기업은 총 1082개다. 서울이 216개로 가장 많다. 앞으로 사회적 기업 설립은 더 확대될 전망이다. 사회적 기업은 당선된 서울 시장의 대표적 정책이며 경기도지사 당선자도 ‘따복마을(따뜻하고 복된 마을 공동체)’ 6,000개를 조성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하였다.

뿐만 아니라 새누리당은 사회적 경제 기본법을 상정하고, 정부 조직으로 사회적 경제 위원회, 사회적 경제원을 설치하겠다고 하며, 새정치민주연합도 사회적 경제로 2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하였다. 여야가 사회적 기업(경제)을 표방하고 있으니 정치권에서 반대 의견은 발붙일 곳이 없다.

그러나 사회적 경제는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우선 지적할 수 있는 것은 사회적 경제는 자유 시장경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람들은 사회적 경제의 필요를 입증하기 위해 시장경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사회적 경제는 시장 경제에 대한 반동의 측면을 지닌다.

많은 사람들은 자유 시장경제가 냉혹하고 무자비하다고 생각한다. 오랜 기간 동안 소규모 공동체 생활을 해 온 인류의 의식에도 공동체에 대한 갈망이 숨어 있다. 이런 공동체 의식은 구성원들 사이의 연대심과 이타심을 강조한다. 서로 따뜻하게 돕고 상생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과학기술의 발달과 함께 시장 경제가 도래하면서 경제는 원시적인 방식으로 운영되지 않는다.

자유 시장 경제에서는 분업을 기초로 서로 모르는 사람들끼리 협동하며 살아간다. 우리가 일상으로 누리는 편익은 대부분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람들의 노력과 노동에서 나온 것이다. 자유 시장경제는 특정인의 의지에 따라 통제되지 않는다.

수많은 사람이 참여하여 각자의 이익에 따라 행동할 때 발생하는 질서가 시장 질서의 근본이기 때문이다. 통제할 수 없는 시장 질서는 그것을 따르는 사람에게는 많은 부와 풍요를 안겨주기도 하지만, 때때로 무자비하게 사람들을 경제적 고통으로 몰아넣기도 한다. 시장은 인격을 가지고 있는 의식적인 존재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은 이런 시장에 대해 공포감을 느끼고, 두려워하고 윤리적으로 폄하하고 있다.

소위 말하는 사회적 경제나 사회적 기업은 시장경제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서 나온 것이다. 서로 아는 사람들끼리, 이타주의라는 숭고한 정신에 의해 기업을 운영하겠다는 것이 바로 사회적 기업이다.

사회적 기업 육성을 통해 취약 계층을 노동시장으로 통합하여 보람되고 좋은 일자리를 확대하고, 지역사회를 통합하고, 윤리적 시장을 확장하겠다는 사회적 기업의 목적은 시장 경제가 작동하는 거대 사회의 경제 체제가 아니라 시장 경제 발달 이전의 원시 공동체의 경제 체제와 유사하다. 따라서 사회적 경제는 엄존하는 ‘거대 사회’를 거부하고 원시사회로 되돌아가겠다는 시도이다. 이런 시도가 성공을 거두기란 어렵다.

물론 사회적 경제 자체가 자유시장경제와 공존할 수 없다고 할 수는 없다. 자유주의 국가에서 개인은 자신의 철학과 소신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경제 활동과 기업 활동을 할 수 있다. 자유 시장경제와 다른 형태의 경제 행위도 가능하다.

사회적 기업의 창립은 그것이 근본적으로 자유 시장경제의 철학에 반한다고 할지라도, 그것을 금지해야 할 이유는 없다. 집단 농장을 만들어 공동으로 생산하고 공동으로 소비하든, 시장경제에 의존하지 않고 자족 경제를 추구하든 그것은 어디까지나 개인과 집단의 선택 문제이다.

개인이나 집단의 선택으로서 사회적 경제의 1차적 덕목은 외부의 도움 없이 자립적으로 운영하여 주어진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다. 사회적 기업도 엄연히 기업이기 때문에 시장 경제의 원리에 따라야 한다. 사회적 기업도 소비자의 선택에 따라 운영되고, 운영되지 않으면 파산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기업에 대한 국가의 개입은 문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국가가 나서서 사회적 경제를 장려하고, 법과 제도로 그것을 지원할 것을 해당 부처와 지방 자치 단체에 강제하는 것은 문제다.

더구나 세제혜택, 창업 지원, 운영 자금 지원, 인건비 지원, 구매 지원을 하는 것은 문제다. 사회적 경제에 대한 국가의 보조금은 국민의 세금에서 나오며, 그것을 특정 목적을 위해 사용하는 것은 국민의 세금을 잘못 사용하는 것이다.

한 지방자치 단체가 2010년 하반기부터 2011년까지 지정한 사회예비기업 39곳 가운데 16곳이 1년 만에, 6곳은 2년 만에 지정이 종료되거나 자격을 반납했다. 뿐만 아니라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이 끊기자마자 존폐의 기로에 놓이는 기업도 있다.

전적으로 정부와 지자체의 보조금에 의존하여 운영되다 보조금이 끊어지면 그냥 문을 닫는 것이다. 사회적 기업이 자생적으로 발생하지 않고 정부 주도로 창업되면 나타날 수밖에 없는 부정적 결과다. 외부의 지원으로 유지되는 경제는 지속가능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불특정 다수의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사회적 경제가 시장 경제보다 우월하다는 판단은 눈앞에 보이는 것만 볼 줄 아는, 상상력의 빈곤에서 나온 것이다. 사회적 경제와 비교하여 시장경제가 도덕적으로 더 우월할 뿐 아니라 더 효율적인 경제이다. 우리는 ‘사회적’이라는 말이 가져오는 착시 현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경쟁에 노출되지 않은 기업은 기업으로서 구실을 제대로 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소비자에게 피해를 준다. 경제는 경제의 원리에 의해 작동되어야 한다.

국가가 특별한 명분을 걸고 법과 지원을 통해 경쟁으로부터 보호하려고 한 사회적 기업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경쟁하지 않는 기업은 결국 실패하고, 사회적 기업에 대한 보조금은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오게 된다. /신중섭 강원대학교 윤리교육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