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절벽에 중개보수료 인하 고사 직전…정부 상생의 대책 찾아야

   
▲ 박인호 숭실사이버대 부동산학과교수
부동산중개시장이 벌집 쑤셔놓은 듯 시끄럽다. 단초는 정부가 제공했다. 집을 사고 파는 또는 세를 내고 받는 거래과정에서의 중개보수를 2015년부터 당장 낮추겠다고 발표한 데 따른다. 부동산 중개업계는 발끈하며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지난 7일 서울역 광장에서 전국의 1만여 중개사가 모여 정부의 중개보수인하안에 대해 성토했다.
 

부동산 중개업계는 불황기에 부동산거래가 갈수록 줄어가는 반면 시장진입 중개사는 양산되는 현실에서 정부의 중개보수 인하방침은 시장을 고사 직전으로 몰고 가는 처사라고 하소연한다. 특히 국민의 소중한 재산인 부동산의 중개서비스시장의 질적 토대를 붕괴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부동산중개서비스산업의 비전을 설정해야

복덕방.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부동산중개업소의 옛 이름이다. 말 그대로 동네마다 복을 함께 하고 덕을 나누며 부동산거래를 성사시키는 사랑방과도 같은 공간이었다. 새삼 복덕방을 거론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정부의 부동산중개관련 정책은 시장에서 복과 덕을 나누는 기초가 돼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갈등이 아닌 화복을, 혼란이 아닌 신뢰를 주면서 시장도 살리고 국민의 복리도 증진하는 정책, ‘복덕방’식 부동산중개정책이 지금처럼 절실한 적은 없다. 

그렇다면 부동산중개시장에 복과 덕을 나누는 정책은 무엇인가. 부동산중개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위한 목표 설정과 로드맵 제시, 그리고 구체적 실행이다. 

따라서 시끌벅적한 중개시장 보수인하 논란에 즈음, 이번 기회에 부동산중개서비스산업에 대한 사회적 역할에 대한 논의와 더불어 부동산산업의 목표설정에 대한 토론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특히 향후 부동산중개업의 성장가능성이 불투명한 상태에서 부동산중개업을 포함한 부동산산업의 지속성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 공인중개사협회가 지난 7일 서울역광장에서 '국토부 중개수수료 인하 철회 요구 집회'를 연 가운데 중개인들이 삭발을 하고 있다. /뉴시스

부동산거래 시장불안 먼저 해소해야

현재 논의 되는 주거용 오피스텔을 사고 팔거나, 임대하는 과정에서 공인중개사에게 지불해야 하는 중개보수가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는 안을 주도하는 국토부의 중개보수인하와 관련하여 향후 논의하여야 할 주요 쟁점을 검토해보면 첫 번째로 적정한 중개수수료가 얼마인가 하는 문제로 과거 조사에 의하면 매매계약이나 전세계약의 상담부터 입주하고 사후처리까지 평균소요시간이 대략 400분정도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평균 10명 이상의 고객을 상담하여야 1건의 계약으로 이어지는 점을 고려한다면 1건의 계약을 이행하는데 전체 소요되는 시간은 더욱 많이 필요하며 중개업자의 능력에 따라 달라지지만 한 달간의 계약건수에 따라 중개업자 인건비의 산정은 달라질 수 있다. 시장의 현실을 무시한 부동산 중개보수의 강제 인하안은 중개서비스 종사자의 반발에서 보듯, 순리적 접근은 아니다. 당근 없는 채찍정책이 시장에서 연착륙한 사례는 없다.

두 번째로는 가계 보유자산의 70%가 넘는 부동산 거래의 투명성과 안정성 확보책이 무엇보다 긴요하다. 인터넷상의 직거래나 카카오톡과 같은 온라인 매체를 이용하여 저렴하게 부동산을 거래하는 행위는 국민을 불안하게 한다. 거래 안전장치가 확보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미 사이버 상에서 부동산 사기거래가 사회문제로 불거지는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뒷북 행정이 아닌 안심 행정이 지금의 사이버시대에 절대 요청된다. 

세 번째로 주거용 오피스텔에 대한 명확한 규정의 문제로 일반 오피스텔로 건축허가를 받아 건축허가상의 용도보다는 주거용으로 사용하는 것에 대한 중개수수료의 적용에 대한 논란의 소지를 건축허가의 절차에서부터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부동산중개시장 패러다임 변화에 주목을


중개수수료인하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소비자들은 환영하지만 중개업자는 반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그만큰 시장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안의 문제에 대해 국토부나 한국공인중개사협회의 대응책 마련은 뚜렷하게 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의 관련해 전환기에 놓여 있는 부동산중개서비스산업의 방향성에 대한 논의를 거시적인 관점에서 재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현재 부동산산업의 위기는 과거 경제성장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 아니라 IMF와 서브프라임사태를 겪으면서 저성장, 인구감소, 베이비부머의 은퇴, 청년실업과 수명의 연장으로 인해 부동산수요가 감소하면서 과거 고도성장기와는 달리 부동산시장구조가 변화하여 부동산산업의 전환기에 있다는 사실을 부동산서비스산업의 종사자나 부동산정책을 수립하는 국토부가 알아야 한다.

게다가 앞으로 변화하는 부동산시장의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대안과 개선책을 내놓아야 한다. 불안에 떨고 혼란을 겪는 시장에 비전을 제시하고 로드맵을 내놓는 정부가 되기를 바란다. 

부동산산업의 지속성을 위한 측면에서 수요자를 위한 정책의 입안도 필요하지만 부동산산업의 활성화에 정책의 무게를 두고 그 실현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동시에 부동산중개시장의 중개서비스의 확대와 개선을 통한 중개보수의 조정을 도모해야 한다. 부동산시장은 급변 중이다. 부동산행정은 그러나 여전 늑장이다.

과거 부동산시장의 성장기에는 부동산시장의 안정화가 주요 목표이었지만 요즈음과 같이 부동산산업이 위축되어 있는 상황과 또 한편으로는 국민소득 3만불 시대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부동산산업의 고부가가치로의 전환이 절실한 상황이다. 

중개시장 공신력 확보위해 에스크로制 도입해야


부동산중개업의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부동산중개서비스의 질적 개선방안을 모색하면서 중개보수의 확대방안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 우선 부동산거래에서 에스크로(ESCROW, 결제대금예치)제도의 도입으로 부동산거래의 안전성을 확보해야 한다.

그동안 에스크로제도 도입에 대한 논의는 여러 차례 있었지만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제도적으로 도입하는 것에 대해 적극적이지 않았다. 최근 인터넷상의 직거래가 증가하는 시점에서 부동산거래사고의 예방을 위한 에스크로제도의 도입은 중개업자들의 부동산거래에 대한 공신력을 높이고 중개서비스의 질적 개선을 위한 방안이 될 수 있다. 

다른 하나는 부동산구입에서 이루어지는 담보대출에 대한 수수료를 제도화하는 방안이다. 부동산중개에서 관행적으로 금융권의 대출을 알선하고 이면으로 대출수수료를 받아가고 있다. 따라서 부동산중개서비스의 일환으로 포함하여 중개업자들에게 대출상품에 대한 전문지식을 교육하여 소비자들에게 맞는 적절한 대출상품을 알선하여 소비자들의 이자부담을 줄여주는 방안을 중개서비스의 개선차원에서 전향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미국의 사례를 도입하는 것도 바람직한다. 미국의 경우 대출상담사의 자격을 일부 주에서는 국가에서 공인하는 자격증을 부여하거나 공인중개사가 대출업무의 알선을 제도화했다. 중개보수안 조정을 놓고 정부와 중개시장이 대립각을 세우는 지금, 중개업자의 서비스영역으로 부동산대출상담을 포함시키는 방안은 중개시장을 설득하는 적절한 대안이 되기에 충분하다.

국토부는 차제에 부동산산업의 활성화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 과거 건설부문이 활황과 달리 지금은 갈수록 건설부문의 생산성이 축소되고 있다. 건설부문의 고용인구도 거의 절반 정도 격감하고 이는 관련종사자들의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향후 부동산부문에서의 고용증가는 쉽지 않는 실정이다. 부동산중개정책도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을 얻는 배경이다. 

미련은 먼저 나고 슬기는 나중 난다


부동산산업을 살리기 위한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시점에서 부동산전문가를 양성할 수 있는 전문화제도의 도입과 교육이 긴요하다. 전문가 양성을 통해 국제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또한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민간과 공공이 협력하여 부동산개발을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면서 부동산서비스산업부문에서 고용을 창출할 수 있는 제도 및 부동산의 상품개발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부동산산업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전환은 부동산산업의 지속성을 유지하기 위해 긴요하다.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는 무엇을 지향하는가.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고 국민을 행복하게 이끌도록 하는 것. 국리민복이다. 부동산중개서비스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정책은 궁극적으로 시장과 소비자가 복과 덕을 나누도록 하는 것이다.

‘미련은 먼저 나고 슬기는 나중 난다’고 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복덕방”의 지혜를 정책에 담는 정부를 기대한다. /박인호 숭실사이버대 부동산학과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