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에 공개서한, 북주민 인권개선 적극 나서라 촉구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게.
안녕하시오. 지난번 나에 대한 정체불명의 협박소포와 관련해 편지를 보낸 후 김 위원장에게 두 번째 편지를 보내게 되는구려.

내가 오늘 다시 편지를 띄우는 이유는 간밤에 통과된 유엔결의안 때문이오. 나도 그랬지만 김 위원장 역시 뜬눈으로 밤을 세며 이 결정을 지켜보았으리라 생각되오.
 

   
▲ 하태경 의원. /뉴시스

잘 아시겠지만 이번 결의안은 북한에서 정치범수용소 등 반인도적 범죄가 조직적이고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것에 대한 재확인과 북한의 인권상황을 국제사법재판소(ICC)에 회부하고 그 책임자의 처벌을 권고하는 것이오. 좀 더 쉽게 핵심을 말하면 김 위원장을 국제사회가 범죄자로 낙인찍은 것이오.

표결에 앞서 최명남 외무성 부국장이 “결의안이 통과되면 예상하지 못한 심각한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고 경고를 한 모양이오만, 국제사회는 꿈쩍도 하지 않고 압도적 표차로 결의안을 통과시켰소.

생각해 보면 이건 모두 김 위원장이 아버지를 잘못 둔 죄라고 밖에 볼 수가 없소. 원래 국제사회의 타겟은 김 위원장이 아니라 김 위원장의 아버지였소. 반복되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정치범수용소를 운영하고 극심한 인권탄압을 자행해 왔던 것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내심이 이제 바닥을 보인 것이외다. 하지만 어쩌겠소. 이제 아버지가 지은 원죄를 김 위원장이 직접 푸는 수밖에 없소.

사실 범죄자라는 낙인이 계속 꼬리표처럼 따라 다닌다면 김 위원장 본인이 상당히 불편할 것이오. 해외에 나가 타국 정상들과 만나는데도 큰 부담이 따를 것이오. 일국의 정상들이 범죄자의 꼬리표를 단 사람을 굳이 만나고 싶겠소. 특히 김 위원장은 아버지와 달리 경제 개혁과 개방에도 적극적인 것으로 아는데 범죄자 낙인이 벗겨지지 않는다면 타국의 지원을 얻는데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소.

하지만 이번 결의안의 근본 목적은 당신을 범죄자로 영원히 낙인찍어 구속 처벌하기 위함이 아니라 북한 주민들의 인권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것임을 알아주시오. 김 위원장이 직접 나서 정치범 수용소를 해체하고 주민들에 대한 인권탄압을 중단하는 등 이번 유엔결의안의 권고를 충실히 따르는 모습을 보여주시오. 그렇게만 해준다면 당신에게 붙여진 범죄자 낙인도 벗겨질 수 있을 것이오. 또 누구보다 내가 먼저 나서서 ICC 회부 중단운동을 벌일 것이고, 정치범수용소가 있던 지역의 재개발을 국제사회가 나서서 도와줄 수 있도록 힘써보겠소.

최근에 요덕수용소에 일부 변경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소. 미국인 억류자 두 명을 조건 없이 풀어준 것이나 유엔 북한인권특사 다루스만을 초청하겠다는 언급도 들었소. 김 위원장이 최근에 보여준 이런 행보에 조금의 진정성만 더해 북한 주민들의 인권상황 개선 조치들을 취해주시오. 그것만 확인된다면 나를 비롯한 국제사회는 언제라도 기꺼이 당신을 도울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오.

부디 아버지처럼 전 세계와 담을 쌓고 살면 그만이라는 선택을 하지 않기를 바라오. 그건 당신도 죽고 인민들도 모두 죽는 길이외다. 지난번 편지에도 썼듯이 민심이 곧 천심이오. 지금이라도 인민들의 인권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당신이나 북한에도 미래가 있을 것이외다. 김 위원장이 내어 놓을 획기적인 인권개선책을 기대해 보겠소.

종종 편지 주고받으며 삽시다. 부디 다음에는 남북관계 발전에 도움이 될 만한 좋은 이야기로 다시 만날 수 있기를 희망해보오. /하태경 새누리당 국회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