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우연이지만 묘한 인연이다. 메이저리그의 코리안 좌완 듀오 류현진(33·토론토 블루제이스)과 김광현(32·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 25일(이하 한국시각) 시즌 4번째이자 마지막으로 동반 선발 출격한다.

류현진은 25일 오전 7시 37분 시작되는 뉴욕 양키스와 홈경기에 선발 등판한다. 이어 김광현이 이날 오전 9시 15분 밀워키 브루어스와 홈경기에 선발로 마운드에 오른다.

류현진은 팀의 에이스로서 제1 선발로 시즌을 시작했고, 김광현은 마무리로 시즌 출발을 했다가 1경기만 구원 등판하고 선발로 보직 이동을 했다.

김광현이 선발 전향 후 첫 경기였던 8월 17일 류현진과 나란히 출격했다. 이후 8월 22일, 그리고 직전 등판이었던 9월 19일에도 둘은 함께 선발로 나섰다. 60경기 단축 시즌인데다 코로나19로 인해 연기된 경기가 더블헤더로 치러지기도 하는 등 일정이 상당히 들쑥날쑥했는데도 류현진과 김광현이 같은 날 선발 등판한 경우가 3번이나 됐다.

   
▲ 사진=토론토 블루제이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SNS


하지만 함께 승리투수가 된 적은 없었다. 2005년 8월 박찬호-서재응 이후 15년 만에 한국인 투수가 메이저리그에서 나란히 승리투수가 되는 모습을 보고 싶었던 국내 팬들은 아쉬운 마음이 있었는데, 공교롭게도 각자 시즌 마지막이 될 선발 출전 경기가 25일 같은 날로 잡혔다.

이번에는 둘이 함께 승전보를 전해줄 수 있을까.

선발 투수라면 당연히 5이닝 이상을 호투해 팀 승리를 이끌며 승리투수가 되는 것이 기본적인 목표지만, 이번 등판에서 류현진과 김광현의 상황은 조금 다르다.

류현진은 30일 막이 오르는 포스트시즌 첫 경기 와일드카드 시리즈 1차전에 토론토의 선발로 내정돼 있다. 토론토는 포스트시즌 진출이 거의 확정적이어서 류현진은 승리에 대한 큰 부담 없이 양키스를 상대한다. 이날 양키스전보다는 4일 휴식 후 등판하게 될 와일드카드 1차전에 초점을 맞춰 투구수 관리를 받으며 구위를 최종 점검하는 성격의 등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광현은 포스트시즌에서 3선발 정도로 꼽히기 때문에 다음 등판까지 여유가 있어 밀워키전에서는 전력 투구를 해도 된다. 아니, 반드시 전력 투구를 해야 한다. 세인트루이스는 포스트시즌 진출이 유력하긴 하지만 막판 순위 경쟁(리그 8위까지 진출)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어 이날 밀워키전은 반드시 이길 필요가 있다. 즉, 김광현은 팀 승리에 대한 부담감을 안고 선발 마운드에 오르게 되는 것이다.

팀 사정을 떠나 류현진과 김광현이 개인적으로 호투해야 할 분명한 이유도 있다.

류현진은 '양키스 징크스'를 깨고, 시즌 평균자책점을 2점대로 낮출 필요가 있다. LA 다저스 시절부터 올 시즌까지 통산 양키스를 상대로 3경기 등판해 15⅓이닝을 던지며 무려 15실점을 해 평균자책점이 8.80이나 될 정도로 약한 모습을 보였다. 같은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에 소속된 양키스를 상대로 악연을 끊어놓아야 한다. 아울러 현재 3.00인 시즌 평균자책점을 2점대로 낮추려면 실점을 최소화해야 한다.

김광현은 확실하게 신인왕 후보 자격을 갖추기 위해 최종전 호투로 강한 인상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 7차례 등판(선발 6번)에서 2승 1세이브, 평균자책점 1.59의 준수한 성적을 내고 있는 김광현은 이왕이면 승수를 보태고 평균자책점도 낮춘다면 내셔널리그 신인왕을 바라볼 만하다. 

국내 팬들은 다시 한 번 기대감을 갖고 올 시즌 메이저리그 4번째 '코리안데이'를 즐기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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