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박영선 대 우상호 양자구도 사실상 확정…지지율 격차 심해 흥행 고민
국민의힘…당외는 안철수와 단일화, 당내는 나경원과 오세훈 신경전 과열 분위기
[미디어펜=조성완 기자]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여야가 본격적인 경선 국면에 들어갔지만, 동시에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여당은 상대적으로 빈곤한 후보군으로 흥행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인 반면, 야당은 단일화를 둘러싼 날 선 신경전이 ‘이전투구’ 양상으로 흘러갈까 우려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우상호 의원의 ‘맞대결’ 대진표가 사실상 확정됐다. 후보자 접수 마감기한은 오는 29일이지만 박주민 의원과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등 유력후보군들이 모두 불출마 의사를 밝힌 것이다.

민주당은 여권 후보군 중 선두를 달렸던 박 전 장관의 등판이 기정사실화 되면서 설 연휴 이후인 2월 마지막주로 예정된 경선에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당 공천관리위원장인 김진표 의원은 지난 20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박영선, 우상호 두 후보는 당의 대표적인 스타 정치인이다. 아주 재밌고 수준 높은 경선이 될 것”이라면서 “축구로 치면 메시 대 호날두의 격돌”이라고 주장했다.

   
▲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왼쪽)과 우상호 의원./사진=연합뉴스

하지만 당내에서조차 출전 선수가 두명에 불과한 데다 양자 간 지지율 격차가 아직 크다는 점 때문에 흥행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야권에서는 벌써부터 단일화로 불이 붙으면서 이슈의 중심에 섰다”면서 “우리가 ‘엘 클라시코’를 노리고 있는 상황이라면, 야권은 이미 ‘어벤저스’급 흥행 요소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안철수 대표의 출마로 서울시장 선거에서 단일화가 가장 중요한 이슈로 떠올랐다”며 “야권을 중심으로 한 이슈인 만큼 우리도 이에 상응하는 이슈를 만들어내야 하는데 쉽지 않다”고 전망했다.

야권은 과열 조짐을 보이는 선거 분위기에 벌써부터 후유증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당 내부적으로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나경원 전 의원의 신경전이 치열해지고 있다. 오 전 시장이 나 전 의원을 ‘인턴 시장’, ‘초보 시장’이라고 비유하자 나 전 의원 역시 “10년을 쉬신 분”이라고 받아쳤다.

   
▲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국민의힘 소속 나경원 전 의원(왼쪽)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사진=연합뉴스

양측의 신경전이 초반부터 과열되자 당 내부에서는 국민들에게 ‘이전투구’로 인한 피로감을 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당내 관계자는 “두 사람의 경쟁에 여타 후보까지 뛰어들면 사태는 더욱 혼잡해질 수 있다”면서 “국민들이 보기에는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안하는데 김치국부터 마신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당 외부적으로는 ‘야권 단일화’를 두고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안 대표의 ‘오픈 경선’ 제안을 김 위원장이 일축하면서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양측의 신경전이 격화될 경우 자칫 국민의힘 당내 경선에서 선출된 최종 후보와 안 대표의 막판 ‘1대1 단일화’도 무산될 수 있다. 더구나 신경전이 감정싸움으로 번지면 단일화 이후에도 후유증이 남을 가능성이 높다.

당내 한 의원은 “이번 보궐선거는 반드시 이겨야 하는 선거다. 패배는 곧 당의 존립을 위태롭게 할 것”이라면서 “양측이 진흙탕 싸움을 벌이면 결국 민주당만 이득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