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돈 PD가 다시 돌아왔다. 초심으로 돌아간다는 뜻일까, 자신의 이름과 얼굴을 내건 방송의 첫 주제는 그가 ‘그것이 알고싶다’ 첫 방송의 주제로 삼았던 이형호군 유괴사건이었다. 방송은 내내 쓸쓸하고 슬펐으며 분노했다. 사람들은 아직 ‘그놈 목소리’를 잊지 않았다.

1일 방송된 JTBC ‘이영돈 PD가 간다’ 첫 방송은 1991년에 발생한 이형호군 유괴사건을 다시 수면위로 올렸다. 범인을 만나게 해주거나 직접 연락하면 사례비 3000만원을 주겠다며 사례비까지 내걸었다. 유력한 용의자를 찾기 위한 과정은 이영돈 PD가 직접 발로 뛰었다.

   
▲ 사진=JTBC

이날 방송에 이형호군 사건이 등장한 것은 ‘왜 이 시점인가’ 라는 궁금증을 자아냈다. 이미 공소시효가 지났고, 방송에서 수차례 되풀이한 사건을 새로 시작하는 탐사보도 프로그램의 소재로 선정한 것은 다소 의외였다. 이영돈PD도 SBS 소속이던 23년 전 ‘그것이 알고싶다’ 첫 주제로 이 사건을 방송한 바 있다. 2007년에는 강동원, 설경구, 김남주 주연의 영화 ‘그놈 목소리’로 개봉해 사회적 분노를 끌어내기도 했다.

이런 점에서 이영돈 PD의 선택은 우려와 기대를 동시에 자아냈다. 그러나 이형호군 사건을 소재로 차용했을 뿐 직접적인 주제를 ‘공소시효’가 누구를 위한 것인가에 초점을 두며 방향을 틀었다. 30년차 시사교양PD의 시각이 빛을 발했다.

JTBC는 유력한 제보에 사례비 3000만원을 걸었다. 시사교양 프로그램이 제보에 사례비를 제시한 것은 유례없는 일이었다. 외국에서나 볼 수 있는 ‘대가성 사례금’이 오가는 포맷은 자칫 처음부터 비판이 쏟아질 수 있는 위험한 선택이었다. 그러나 이조차도 이영돈 PD는 “범인을 꼭 잡고싶다”며 당위성을 부여했다. 그는 방송에서 직접 발로 뛰며 ‘그것이 알고싶다’를 통해 전한 진심이 23년 후에도 여전함을 증명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1991년 1월 사건 당시로 돌아가 범인의 예상 동선을 뒤쫓았다. 범인의 목소리를 따라 사건 현장을 되짚었고, 그의 목소리를 과학적으로 분석해 ‘이제는 잡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확실하게 인지시켰다. 1997년 박초롱초롱빛나리양 유괴사건의 범인을 찾아 직접 목소리를 대조하며 이형호군 사건의 범인 목소리도 크게 변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 사진=JTBC

이야기의 논점은 이형호군으로만 국한되지 않았다. 1999년 발생해 아직 범인이 잡히지 않은 ‘김태완 어린이 황산테러 사건’도 공소시효 문제와 얽혀 있었다. 아들을 떠올리며 눈물짓는 어머니의 모습이 ‘공소시효가 지나도 가족들의 고통은 여전하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故 김태완 군의 어머니는 “공소시효가 누구를 위한 법인가. 약자를 위해, 피해자를 위해 존재하는 법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故 이형호군 아버지도 “사람을 죽였는데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처발할 수 없다? 우리나라 법을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방송 후반부 등장한 유가족의 울분에 찬 목소리는 공소시효 만료로 인해 ‘미제’로 끝나버린 사건의 허망함을 그대로 보여줬다. 이슈는 반짝이지만 고통은 평생 가족들을 따라다닌다는 것을 보여주며 공소시효 존재에 대한 의문을 자아냈다.

세간의 뇌리에서는 잠시 잊혔더라도 가족들에게 사건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이영돈PD는 23년간 자신의 가슴에도 앙금으로 남아있던 ‘그놈 목소리’를 찾아 나섰다. 이번에는 과연 그를 찾아낼 수 있을까, 찾아낸다면 무슨 질문을 할까. ‘이영돈 PD가 간다’를 본 시청자들은 긴장된 일주일을 보내야 할 것 같다. [미디어펜=최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