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상진 기자] 2004년, 무려 11년 전에 개봉한 영화 ‘터미널’의 이야기가 10년 뒤 한국에서 일어났다는 이야기에 전국이 떠들썩하다.

영화 ‘터미널’은 고국에서 쿠데타가 일어나 고향으로 돌아갈 수도, 미국에 입국할 수도 없게 된 동유럽 국가 청년이 9개월이나 뉴욕 JFK국제공항에서 머물게 된 이야기를 담았다. 버려진 카트를 수거해 보증금으로 식사를 해결하고, 말도 통하지 않는 공항 직원들과 서서히 우정을 나누는 이야기에 흐뭇한 미소를 짓게 하는 작품이다.

그러나 과연 현실에서도 그럴까? 지난해 인천국제공항에서 6개월 동안 숙식을 해결한 아프리카 청년 이야기는 영화가 아닌 현실의 고충을 그대로 보여줬다.

해당 청년은 내전이 심한 나라에서 자신의 동족에게 총을 겨눠야 하는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난민신청이 받아들여질 수 있는 나라를 찾았다. 이 과정에서 택한 국가가 한국이었다. 그러나 입국은 만만치 않았다. 우리 출입국 관리당국에서는 주장의 신빙성을 들어 그를 입국시키지 않았다. 대신 도착한 곳이 송환대기실이었다.

   
▲ 영화 '터미널' 장면

밖으로 나갈 수 없는 구금시설인 송환대기실에서 그는 말조차 통하지 않는 사람들과 6개월을 보냈다. 잠을 잘 수 있는 침구도 없었고, 매 끼니로는 햄버거와 콜라가 지급됐다. 빨래는 화장실에서 해결됐다. 그렇게 6개월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시간이 흘러 그에게도 빛을 볼 수 있는 시간이 다가왔다. 2014년 4월 법원은 ‘근거 없이 사람을 구금하는 것은 위법’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그는 송환대기실에서 나와 환승구역에 머무를 수 있게 됐다. 공항에는 머무를 수 있으나 입국은 허가되지 않은, 영화 ‘터미널’의 톰 행크스와 꼭 같은 동선이었다.

출입국사무소도, 항공사에서도 선례가 없었기에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다. 때문에 그는 하루에 한 끼만 공항식당에서 사먹으면서 20일 가량을 더 버텼다. 공익법센터 ‘어필’과 지속적으로 연락했던 그는 이들의 도움에 힘입어 6개월여 만에 공항에서 벗어나 한국 땅을 볼 수 있었다.

현재 그는 ‘난민심사의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은 위법’이라는 판결에 따라 입국을 허가받고 서울 모처에서 지내고 있다. 난민 심사 진행과 해당 결과에 따라 한국에 계속 머물 수 있을지 여부가 결정된다. 과연 ‘터미널’처럼 사람들의 따스한 인사와 함께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될지, 반대로 다시 입국장으로 들어서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