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지중해 연안의 중동국가 레바논 북부지역에서 유럽으로 불법 밀항하려던 난민과 이주민들이 잇따라 적발됐다.

유럽연합(EU) 회원국인 섬나라 키프로스까지 바닷길이 비교적 가까운 레바논 북부에서는 최근 시리아, 팔레스타인 난민은 물론 최악의 경제난에서 벗어나려는 레바논 주민들까지 밀항 시도에 동참하고 있다.

21일(현지시간) AFP, AP 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레바논군은 북부 지중해 해안의 칼라모운 인근 해상에서 불법 이주민들을 태운 난민선을 적발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레바논군 당국은 이 배에 시리아와 팔레스타인 난민 91명이 타고 있었으며, 배는 악천후 속에 침몰 직전이었다고 설명했다.

당국은 이 배의 목적지를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다만 통상 레바논에서 출발하는 불법 이민선의 목적지는 서쪽으로 160㎞가량 떨어진 EU 회원국인 키프로스인 경우가 많다.

또 레바논 군 당국은 18일에도 칼라모운에 있는 리조트를 급습해 불법 이민선을 타고 유럽으로 가려던 82명을 적발했다. 당국은 이들의 국적을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이들 중에는 남성과 여성 그리고 아이들도 포함되어있으며 브로커에게 1인당 5000달러(약 600만원)를 냈다고 전했다.

레바논에는 150만명 이상으로 추정되는 시리아인들이 거주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약 100만 명은 난민 지위를 획득했다.

당국은 팔레스타인 난민도 18만명가량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는데, 실제 팔레스타인에서 넘어온 이주민 수는 최대 50만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과거엔 이들 난민이 유럽행 불법 이민 시도의 주류였지만, 지난 2019년 이후로는 최악의 경제난에서 벗어나려는 레바논 주민들의 밀항도 급증했다.

지난해에도 밀항선을 탔던 레바논 이주민 다수가 지중해에서 목숨을 잃었고, 당국에 구조된 불법 이주민도 수백 명에 달한다.

레바논은 2019년 시작된 경제 위기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과 지난해 8월 베이루트 대폭발 참사라는 악재를 만나 깊어지면서 국가 붕괴 직전의 위기로 내몰린 상태다.

세계은행(WB)은 최근 레바논의 경제 위기를 19세기 중반 이후 세계 역사에서 가장 심각하고 장기적인 불황으로 진단했다.

현지 화폐인 레바논 파운드화 가치가 90% 이상 폭락해 수입품 대금 지급 및 보증이 불가능해지면서 수입에 의존하는 연료와 의약품 등이 동났다.

이로 인해 레바논 주민들은 전기가 공급되지 않고 의약품 등 생필품도 구하지 못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레바논 전체 인구 600만 명 가운데 약 75%는 빈곤선 이하에서 생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지브 미카티 레바논 총리실 측은 성명을 통해 "레바논에서 밀항업자들은 유럽행 통로를 파는 수법으로 사업을 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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