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비호감 대선에 가열됐던 네거티브전…중단 선언 2시간만에 또 '네거티브 논란'
안정감·경험·리더십 호소 vs 부정적 이미지 쉽게 희석 안돼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과거 박정희 정권이 영호남을 분리해 영남 우대정책으로 혜택을 준 게 사실이다. 참으로 아픈 역사적 사실이며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이제는 영남도 수도권 우선 정책 때문에 똑같이 피해를 보고 있다. 균형발전정책을 해야 한다."

광주에 가서 했던 자신의 '호남 홀대·소외' 발언에 대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해명이다. 28일 대한의사협회 간담회를 마치고 기자들을 만나 이같이 답했다.

앞서 26일 네거티브 전면 중단을 선언했던 이재명 후보의 입지가 초라하다.

지난 26일 정치혁신을 표방하면서 네거티브전을 멈추겠다고 전격적으로 선언했지만, 선언 후 90여분 만에 민주당 김용민 의원이 김건희씨 녹취 파일을 국회 법사위 회의에서 공개하면서 공세를 이어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건희 씨가 건진법사의 딸 아니냐'는 네거티브 공세도 여권 인사들을 통해 이어지고 있다.

이 후보 자신 또한 중단 선언 2시간 만에 경기 고양시 화정역 문화광장 즉석연설에서 "리더가 주어진 권한으로 술이나 마시고, 자기 측근이나 챙기고" 등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를 겨냥한듯한 발언을 내뱉었다.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1월 26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기에 앞서 허리를 숙여 인사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민주당 중진 이상민 의원은 이와 관련해 지난 27일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김건희 씨에 대해 공격을 하다 보니 네거티브도 과유불급이라고 지나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5년전인 2017년 대선 경선에서 문재인 후보가 이재명 후보를 향해 네거티브 중단을 요청하자, 당시 이 후보는 "왜 안 되냐"며 "과도한 네거티브 규정이 바로 네거티브"라고 거부하고 나섰다.

자신이 처한 입장에 따라, 같은 시기에도 지지율의 유불리에 따라 다른 태도를 보인다는 점에서 이 후보의 모순이 두드러진다.

이번 제 20대 대통령선거는 역대급 비호감 대선으로 불린다. 양측의 네거티브전이 가열되면서 유권자들이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이번에 네거티브 전면 중단을 선언하기 직전까지 윤 후보를 향해 "(내가) 대선에서 지면 없는 죄로 감옥갈 것"이라며 네거티브를 자초했다.

결국 네거티브 중단을 선언한 이 후보는 그간 자신이 뱉었던 말이나 이력을 떠올려 보면 진정성이 와닿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그래서 네거티브를 하지 않아 이 후보의 입이 순해졌다는 사실 자체가 앞으로 표심 공략에 있어서 득이 될지 독이 될지 미지수다.

정치권에서는 이에 대해 "부정적 이미지가 쉽게 희석되지 않는다"며 난색을 표하기도 하고, 반면 이 후보가 윤 후보에 비해 안정감·정책 경험·현장 리더십에 있어서 앞서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28일 본보와의 취재에 "이재명 후보는 재보궐선거 3곳 무공천을 비롯해 송영길 당대표의 불출마 등 대대적인 인적 쇄신, 정치 혁신책을 내놓았다"며 "네거티브 중단도 같은 맥락이다. 결국 유권자분들께서 이 후보의 진정성을 알아주실 것"이라고 낙관했다.

그는 "정치가 온 국민 유권자분들께 걱정을 끼치고 있는게 사실 아닌가"라며 "능력 중심의 3040세대 젊은 실용주의 내각을 구성하겠다고 밝힌 이상, 이 후보는 한다면 할 것이다. 유권자들께서 한번만 더 믿어 주셨음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제 대통령 선거일(3월 9일)까지는 39일 남았다. 5주 남짓 남은 선거기간에 이 후보의 순해진 입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주목된다.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 그대로 끝날지, 역대급 호감 경쟁 대선으로 거듭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