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과징금 9억 2000만원 부과...법인과 실무자 검찰 고발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주방 가전 업체 쿠첸이 하도급 단가 인상을 요구하는 하도급업체(수급사업자)와 거래를 끊기 위해, 그 회사로부터 받은 기술자료를 다른 업체에 넘긴 사실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다.

공정위는 이런 내용으로 하도급법을 위반한 쿠첸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9억 2000만원을 부과한다고 20일 밝혔다.

또 쿠첸 법인과 차장급 직원 1명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쿠첸은 하도급업체 A사로부터 인쇄 배선 기판 조립품 기술자료 13건을 받은 상태에서, A사와의 거래를 끊을 목적으로 이 자료들을 지난 2018년 3월∼2019년 1월 4차례에 걸쳐 제3의 업체들에 넘기는 등, 다른 목적으로 부당하게 사용했다.

   
▲ 공정거래위원회 청사/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2018년 3월 쿠첸은 A사의 경쟁업체인 B사를 신규 협력사로 등록하기 위해, A사의 기술자료를 B사에 넘겼다.

이후 A사가 하도급 물품 단가 인상을 요구하자, 쿠첸은 거래처 교체를 위해 B사와 또 다른 C사에 A사의 기술자료를 전달했다.

쿠첸은 A사와의 거래 규모는 25%에서 0%로 단계적으로 축소할 것을 계획했고, 구매팀 내부에서 "(단가 인상을 요청하는) A사에 끌려 다닐 수 없으니, 업체 변경을 지속해서 추진하자"고 논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위해 A사의 기술자료를 C사가 사용할 수 있도록 다시 전달했고, 결국 A사와의 거래는 2019년 2월께 종료됐다.

공정위는 쿠첸이 하도급업체로부터 받은 기술자료를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여러 차례 부당하게 유용한 점, 신규 경쟁업체를 협력업체로 등록시키고 거래처를 변경하는 목적을 달성한 점, 기존 하도급업체와는 거래를 단절하게 된 점에서, 위법행위의 부당성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쿠첸은 2015년 11월∼2018년 12월 A사를 포함한 6개 하도급업체에 부품 제조를 위탁하고, 해당 부품 제작과 관련된 기술자료 34건을 요구하면서, 사전에 기술자료 요구 서면을 교부하지 않았다.

공정위는 직권조사를 통해 쿠첸의 이 같은 위법행위를 적발했지만, 실무자로부터 '일부 행위는 윗 선에 보고했다'는 진술을 받아내고도 상부의 지시 여부는 밝혀내지 못했다.

안남신 공정위 기술유용감시팀장은 "검찰에 고발한 실무자는 구매팀의 관리자로 여러 계획을 세우고, 수급사업자의 자료 공문 등을 보내며 (법 위반 행위를) 주도했다"면서도 "대표이사와 임원 등의 지시나 계획은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아, 부득이 실무자를 고발하게 됐다"고 말했다.

하도급법상 기술자료 유용 행위의 벌칙 조항에 '하도급 대금의 2배에 상당하는 금액 이하의 벌금'만 규정돼, 처벌의 실효성도 문제다.

안 팀장은 "기술자료 유용 관련 부분은 대부분 정액 과징금으로 하다 보니까, 세부적으로 하도급 대금을 산정하지 않았다"며 "하도급법에 징역형도 포함해야 하지 않느냐 논의도 있지만, 아직은 (법에) 들어가 있지 않다"고 답했다.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