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심원 전원 유죄 평결 못 믿어…직선제 교육감제 재고해야

교육감은 한 시·도의 교육에 관한 사무를 집행하는 자리다. 그 직무를 단순히 법조문의 문자 그대로 ‘사무’에 한정시켜 교육행정으로만 볼 수도 있지만, 아이들과 학부모를 포함한 수많은 사람의 주목을 받는 선거를 통해 당선된 지역교육의 수장인 만큼 그에 걸맞은 교육적인 모범도 보일 수 있어야 하는 자리다.

더 더군다나 자신을 스스로 ‘희연쌤’으로 부르며 ‘선생님’을 자처해온 조희연 교육감이라면 더욱 그래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끝없는 선거 보은 인사, 학부모와 학생의 목소리는 외면하고 선거 지분 세력의 목소리만 듣는 편향된 태도, 사실 왜곡까지 해가며 무상급식·혁신학교 의제 지키기에 나선 무리한 정책 추진… 이 모든 것이 비교육적이었지만 법원의 유죄 판결에 대한 반응이 아마 그중 가장 비교육적인 행태가 아닐까 싶다.

24일 서울중앙지법이 조희연 교육감에게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당선무효형인 벌금 100만 원을 훨씬 웃도는 판결이다. 물론 조 교육감이 항소했기에 대법원 판결 때까지 자격은 유지된다.
재판이 끝나자마자 조 교육감은 기자회견을 열어 ‘검찰의 무리한 기소’가 문제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물론
이 역시 본인이 선거 때 유포한 허위사실처럼 사실과 다르다. 검찰은 교육단체에서 한 고발에 따라 기소를 했을 뿐 무리를 한 바가 없다.

오히려 재판 진행 과정을 취재해온 기자들은 조 교육감의 무죄 가능성에 근소하게 무게를 더 둘 정도로 재판부와 검찰이 의지를 안 보였다고 평가해왔다. 조 교육감 측이 조금이라도 재판을 유리하게 이끌어가기 위해 요구한 국민참여재판도 순순히 수용하는 등 수차례 조 교육감 측 변호인들의 요구도 들어줬다.

   
▲ 국민참여 유죄 평결을 받은 조희연 교육감./사진=연합뉴스
무죄를 받기 위해 조 교육감은 5개 법무법인, 16명의 변호사를 동원했다. 이 중 한 개 법무법인은 진행 도중 사임했지만 4개 법무법인, 13명의 변호사가 남았다. 공식적인 변호인 외에 자문해준 변호사까지 하면 20명에 가까운 변호사들의 도움을 받은 것이다. 그 덕에 원하는 국민참여재판도 이끌어냈다.

그런데도 유죄 판결이 났다. 그것도 배심원 전원 유죄 평결이다. 조 교육감은 검찰 탓을 하기 전에 이를 무겁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보수·진보 정치색에 상관없이 본인이 그렇게 강조하던 시민들은 조 교육감이 잘못했다고 판단한다는 것이다.

확인되지 않은 허위사실을 기자회견까지 열어가며 수차례 주장해온 결과 시민들로부터 이런 평가를 받았으니 본인의 자격유지를 위해 법리를 다툴지언정 학생과 학부모 앞에서 사과부터 하는 것이 도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 탓을 하고 정책은 계속 밀어붙이겠단다.

모두가 잘못을 지적하고 판결이 나도 자신과 자신의 지지 세력은 잘못도 하지 않은 남 탓이나 하면서 정책을 밀어붙이겠다는 기자회견을 하면 그 모범을 본 학생들이 ‘희연쌤’에게 무엇을 배울까? 아마도 선생님의 모범을 본 대로 잘못을 한 것이 드러나도 다른 급우 탓이나 하면서 패거리를 지어 하고 싶은 대로 교실을 휘젓고 다니게 될 것이다. 조 교육감이 만들어가는 서울교육의 혁신적인 미래다.

아직 대법원 판결까지는 많은 변수가 남아 있지만 조희연 교육감까지 퇴진하게 되면, 직선제 도입 이후 서울시교육청에서만 4명 중 3명의 교육감이 선거 관련 범죄자로 교육감직을 내려놓게 된다.

야비한 정치꾼, 죄를 저질러 놓고도 당연한 전략이라며 버티는 뻔뻔한  모습을 한 비교육적인 교육감이 또 나오는 것을 막을 수 없다면 차제에 교육감 직선제를 재고해 볼 필요도 있다.

세계에서 교육감 직선제를 시행하고 있는 나라는 많지 않다. 주요 선진국에서는 임명제가 일반적이다. 미국에서 교육감 직선제를 시행하는 주의 비율은 지난 100년간 72%에서 26%로 계속 감소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박남규 교육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