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5월 러시아 방문을 취소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5월 러시아 방문을 취소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정은이 2011년 집권한 이후 첫 다자외교 무대 데뷔가 무산된 것에 대해 러시아 정부 측은 “북한 내부 문제와 관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크렘린궁의 드미트리 페스코프 공보비서는 30일(현지시간) “그(김 제1위원장)가 평양에 남기로 결정했다”면서 “외교채널을 통해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5월9일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제2차 세계대전 승전 70주년 기념행사에 불참하게 된 이유와 관련해 우선 러시아 정부 측이 밝힌 ‘내부 문제’가 무엇인지에 대한 다양한 관측이 나온다.

앞서 국가정보원이 밝힌 대로 북한에서 올해 들어서만 고위직 인사 15명을 처형했다면 공포정치가 필요할 정도로 내부 상황이 불안정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무엇보다 김 위원장이 중국에 앞서 러시아에서 정상외교를 먼저 펼치는 것에 대한 부담이 컸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그동안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중국을 자극해왔지만 중국으로부터 아무런 반응을 얻지 못하자 결국 방러를 포기했다는 것이다. 만약 김 위원장이 모스크바에서 시진핑 중국 주석을 만났을 때 무시당하거나 어색한 분위기가 연출될 경우 국제적으로 큰 망신일 수밖에 없다.

전통적으로 북한 지도자가 중국을 가장 먼저 방문하는 전례를 깰 경우 앞으로 북중관계 회복이 더욱 쉽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도 작용했을 것이다.

또 북러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노렸던 의제 조율이 안됐거나 의전이나 경호 문제가 걸림돌이 됐을 것이라는 추측도 가능하다.

북한이 러시아에 무리하게 요구한 방문 대가에 대한 협의가 최종 성사되지 않았을 수 있다. 이와 함께 러시아가 초청장을 보낸 68개국 중 전승기념식에 참석 의사를 밝힌 최종 25개국 가운데 김 위원장의 의전 배열이 문제가 됐을 수도 있다.

참석국 가운데 러시아 측에 북한 지도자를 받지 말라는 요청을 한 제3국이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체코 대통령이 러시아 전승행사에서 김정은과 악수를 하지 않겠다고 말한 일도 있다.

사실 지난달 22일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반둥회의에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참석하면서 김 위원장의 외교 첫발 떼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었다.

회원국 중에 북한과 우방국이 많은데다 과거 1965년 김일성 북한 주석을 수행한 김정일의 첫 외교무대 데뷔장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둥회의에 시 주석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까지 참석한 만큼 김 위원장의 참석 여부는 아예 검토되지 않았을 수 있다.

어쨌든 우크라이나 사태로 수세에 몰려 있던 러시아로서는 김정은의 방문 취소로 큰 흥행거리를 놓친 셈이 됐다.

러시아의 불편한 기색은 일간 모스콥스키 콤소몰레츠가 지난달 30일 올린 기사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신문은 ‘김정은의 모스크바 방문 거부에 대한 진실한 이유가 밝혀지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전승 기념행사에 참여하는 외국 정상들의 모습을 보면 아이들의 숫자풀이 노래를 연상케 한다. 첫번째 사람은 올 수 없고 두번째 사람은 아프고 3번째 이는 오는 게 불가능하고 4번째는 더 중요한 일이 있다는 식으로, 아무도 죽지 않았다는 게 오히려 다행스러운 일”이라면서 “최근 평양에서 대량 숙청이 이뤄졌다는 보도를 감안하면 김정은은 가치에 대한 개념이 전혀 없는 사람”이라고 했다.

신문은 또 정통한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김정은의 불참 소식은 평양에서 북러 정부 간 협력위원회를 마치고 불과 며칠 전 돌아온 알렉산드르 갈루쉬카 극동개발부 장관에게 전달됐을 수 있다”면서 “북한 측은 상호이득이 되는 협력에는 전혀 준비가 안돼 있었으며, 오로지 러시아 측의 무상원조만 고집해 (정부간) 협상에서는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1월21일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연두 기자회견 “(김 제1위원장의 초청과 관련해) 북한으로부터 긍정적인 신호를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김정은의 방러 취소에 대해 "이번에 다자외교 무대에 처음 서게 될 김정은이 부담을 느꼈을 가능성과 함께 러시아 측으로부터 북한이 기대했던 협력 약속을 받아내지 못해 이에 대한 불만으로 불참 결정을 내렸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앞으로 만약 북한이 러시아보다 중국과 먼저 정상회다을 개최한다면 북러관계의 냉각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