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유예 댓가 ‘등록금’ 납부 정책 대학별 천차만별 '평가 불이익'에 밀어내기 지적
취업난 심각 졸업유예 신청 후 학생 신분 유지…대책 마련해야

[미디어펜=류용환 기자] 취업난으로 대학 졸업을 미루는 ‘졸업유예자’가 늘고 있지만 상당수 학교는 이들을 상대로 등록금 챙기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1일 대학교육연구소가 조사한 ‘졸업유예제 실시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기준 전국 176개 대학 중 절반 이상인 110개교(62.5%)가 졸업유예 제도를 실시, 이들 대학 중 80%가량은 졸업유예자로부터 등록금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자료사진=미디어펜DB

졸업유예자에게 등록금을 징수하는 대학들을 살펴보면 1학점당 3만~23만원이 책정돼 학교별로 자체 기준에 따라 사실상 ‘돈’을 요구하고 있었다.

이수 학점을 모두 채운 졸업유예자는 수업 참여 없이 등록금만 내고 ‘졸업유예자’로 남게 되는 셈이다.

졸업유예는 이수 학점 등 졸업 기준을 갖췄지만 학위 수여를 미루고 대학생 신분을 유지하는 것으로 교육부가 재학생 1만명 이상 대학 26개교를 대상으로 진행한 졸업유예제 조사에서 2011년 8270명이었던 졸업유예자는 지난해 1만8570명으로 2배 이상 늘어났다.

조사에 포함되지 않은 대학을 포함하면 졸업유예자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졸업예정자가 졸업유예로 대학생 신분을 유지하려는 것은 ‘취업’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 1월 취업포털 사람인이 대학생 68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졸업유예 선택 이유에 대해 ‘부족한 스펙을 쌓을 수 있어서’(복수응답)가 53.2%로 가장 많았고 ‘인턴 등 기회’(46.6%), ‘기업 졸업생 기피’(43.1%) 등이 뒤를 이었다.

이같이 취업난으로 학생들이 졸업유예를 선택하고 있지만 대학에서는 이들을 내보내기 위한 수단으로 등록금 납부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졸업유예자가 늘수록 취업률은 낮아지고 ‘교수 1인당 학생수’는 늘어나는 등 각종 평가지표에서 대학이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 소재 A대학 졸업예정자인 B씨(30)는 “취업 때문에 솔직히 졸업유예를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대학에서는 등록금을 요구하고 있어 졸업을 할지, 학교에 남을 지 생각이 깊어지고 있는 상황이다”고 토로했다.

졸업유예와 관련해 대학에서는 이들이 납부하는 등록금을 취업 지원 등에 쓰일 수 있도록 ‘재투자’하겠다고 밝히는 학교도 있지만 이미 많은 등록금을 받으면서 이들에게 또 다시 돈을 받으려는 것은 결국 졸업유예자를 무시하는 행위라는 불만도 오르내리고 있다.

임은희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대학 평가에서 충원율 등이 중시됐을 때는 없었지만 전임교원 확보율 등 불리해지는 부분에서 졸업유예자 밀어내기를 하고 있다. 이에 등록금도 부담하게 하는데 학생의 잘잘못이 아니라 취업난으로 불가피한 선택인데 대학, 기업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해 교육부가 졸업유예 실태 파악에 나섰는데 단순 확인이 아닌 등록금 부담 등 피해가 없는지 조치를 필요가 있다. 대학 차원에서, 교육부 차원에서 개선 노력이 가장 필요한 부분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