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주 기자] “진심어린 마음으로 카네이션을 달아드리고 싶은 결말이었다.”

어버이날을 앞두고 종영한 ‘앵그리맘’이 예상대로 세상을 향해 통쾌한 펀치를 날렸다. 엄마와 딸, 친구들은 웃으며 학교로 돌아갔고 나쁜 사람들은 결국 댓가를 치렀다. 모두 한 엄마가 이뤄낸 기적같은 일이었다.

   
▲ MBC '앵그리맘' 방송화면 캡처

딸을 위해 위장한 채 학교로 향했던 조강자(김희선)과 달리 대권을 위해 아들을 버리려 했던 아버지 강수찬(박근형)은 결국 명성재단 사학비리가 드러나며 타격을 입었다. 그의 정치자금을 대던 홍상복(박영규)를 비롯해 안동칠(김희원), 주애연(오윤아) 등 실무자들 모두 실형을 선고받았다.

명성고 별관 붕괴의 책임자인 홍상복은 고작 2년형을 언도받고, 그마저도 3개월만에 특별사면으로 풀려났다. 홍상복은 조강자에 복수하기 위해 나타났지만, 위기를 직감한 안동칠(김희원)이 나타나 이들 부녀를 구한다. 이 과정에서 홍상복은 죽음을 맞고, 아들 홍상태(바로)는 아버지의 죄를 씻기위해 검사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판타지같은 드라마는 지극히 판타지같은 결말을 맺었다. 한 엄마의 분노에서 시작된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은 결국 다윗의 승부로 끝났다. 엄마는 외롭지 않았다. 든든한 친구, 진심을 알아준 학생들과 선생님, 자녀를 잃은 엄마들의 절규는 대권후보와 연결된 재단비리 앞에서도 엄마를 당당하게 만들었다.

명성고 별관 붕괴는 세월호 참사와 자연스럽게 겹치며 시청자들의 시간을 잠시 1년 전으로 돌려놓기도 했다. 예고된 참사, 책임 떠넘기기 등 명성재단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분노로 끓어오르던 지난 시간은 물론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은 현재 상황을 대변했다.

   
▲ MBC '앵그리맘' 방송화면 캡처

시청자들은 드라마에서만큼은 조강자가 완벽하게 사회악을 물리치기를 바랐다. 물론 작품은 해피엔딩을 맞았으나 조강자의 승리라고 바라보기는 어려웠다. 고복동(지수)이 갖고있던 진이경(윤예주)의 휴대폰, 결정적인 순간 마음을 돌린 안동칠의 증언이 없었다면 늘 그랬듯 힘이 약한 자들은 패배한 뒤 눈물을 삼키며 하루하루를 살았을 것이다.

완벽하지 않았던 승리 탓에 비리의 몸통 홍상복은 3개월 만에 출소했다. 동앗줄을 내린건 청와대였다. 출소 후 그는 흰 구두의 남성을 만나 “제가 전해드린 그 물건 잘 받으셨는지요”라고 말했다. 대답은 “지금은 외국 순방 중이시라 인사 말씀 전해드리겠습니다” 였다. 이는 즉 홍상복의 뒤에 ‘절대권력’이 있음을 짐직케 하는 순간이었다. 물론 그의 최후를 지시한 것도 그 ‘절대권력’이었다.

학교폭력에서 출발한 ‘앵그리맘’은 사회적 문제와 직면한 엄마를 통해 정의구현에 대한 대중의 갈망을 판타지로 승화시켰다. 그러나 그들의 해피엔딩은 절대권력이 치부를 감추기 위한 꼬리자르기에 불과했다는 사실은 씁쓸한 웃음만을 자아냈다.

아이들은 함께 산에 올라 웃으며 단체사진을 찍었다. 붕괴사고로 세상을 떠난 아이들은 그 자리에 없었다. 그리고 깔끔하게 꼬리를 잘라낸 절대권력은 소리없이 살아 숨쉬고 있었다. 그것이 우리 사회의 현실임을 자각시키며 ‘앵그리맘’은 끝났다. 드라마가 그릴 수 있는, 아니 우리가 현실에서 접근할 수 있는 한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