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센 개정안 내놓겠다는 야당, 거부권 더 끌어내 尹에 불통 이미지 씌울 전략?
민주 단독처리 앞둔 쟁점, 간호법·방송법·안전운임제·노란봉투법…정부, 모두 반대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전쟁이 시작됐다. 169석을 앞세운 거대야당 더불어민주당의 양곡관리법 개정안 강행 처리로 시작된 입법 전쟁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4일 제14회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민주당이 국회에서 강행 처리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취임 후 첫 거부권을 행사하고 나섰다.

윤 대통령의 1호 거부권 행사에 대한 민주당측 분위기는 갈데까지 가보자는 것이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더 센 개정안을 내놓겠다는 뜻을 밝혔다.

민주당측 의원인 소병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3일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우리가 준비한 원안 그대로 양곡관리법을 통과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쌀 산업의 지위를 강화하는 별도의 특별법 제정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태의 전환점이 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제헌 헌법에서부터 명문화된 국회 입법권에 대한 견제수단이다. 이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다. 법률안에 이의가 있을 때, 대통령은 국회 의결 15일 내에 이의서를 붙여 국회로 환부하고 그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

   
▲ 윤석열 대통령이 4월 4일 제14회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의결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이에 따라 윤 대통령은 거대야당이 국회에서 양곡관리법을 강행 처리한 것에 대해 정면으로 맞선 것이다. 이번 거부권 행사는 자유를 파괴하는 중우정치에 맞서 대통령이 자유민주적 질서를 지키기 위한 일종의 '방어수단'이다.

국회가 이러한 대통령의 거부권을 무효화하려면,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3분의 2 이상 찬성이라는 까다로운 조건을 맞춰야 한다. 이번과 같이 민주당 단독으로 법안을 강행 처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민의힘의 동의가 필요하다.

대통령실은 이와 관련해 4가지 원칙을 밝혔다. 바로 헌법, 국민 세금, 국민경제 영향, 여야 합의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지난 4일 기자들을 만나 관련 질문에 "양곡관리법의 경우 헌법에 위배, 국민 혈세를 속절없이 낭비시키는 법안, 국민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지대했기 때문에 숙고하게 된 것"이라며 "여야가 합의하지 않은 법안은 정부에서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여전히 유지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국회에서 처리를 앞둔 쟁점 법안이 산적해 있다.

민주당이 소속 의원들을 동원한다면, 간호법(제정안 등 7개 법안)·방송법(개정안)·안전운임제(화물자동차법 개정안)·노란봉투법(노조법 개정안) 등 국민의힘이 반대하고 있는 쟁점 법안들을 잇달아 통과시킬 수 있다.

앞서 정부 또한 이 법안들에 대해 수차례 반대 의사를 밝혔고, 윤 대통령 입장에서도 이 다수의 제·개정안들에 대해 거부권을 추가로 발동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대통령 거부권 조항은 1948년 7월 17일 대한민국 건국 당시 제헌헌법에 명문화됐다. 그 이후 이승만 초대 대통령이 45건을 행사한 것을 시작으로, 박정희 대통령 5건, 노태우 대통령 7건, 노무현 대통령 6건, 이명박 대통령 1건, 박근혜 대통령 2건 등 총 66건이다. 현 1987 체제(제 6공화국)에서는 16차례 밖에 없었다.

윤 대통령과 비슷한 사례는 노태우-노무현 대통령 당시다. 당시 두 대통령은 거부권을 13번 행사했는데, 이 모두 집권여당이 원내에서 과반 의석을 차지하지 못했던 시기다. 이번과 같다.

윤 대통령이 조만간 또 거부권을 행사할지 주목된다. 민주당의 포퓰리즘 법안 강행 처리가 없다면, 재차 벌어지지 않을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