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 오름세 여전히 목표수준 상회"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경기 반등을 위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시장의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한은은 연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 재차 선을 그었다. 

물가상승률이 지난해 7월 정점을 찍은 이후 점차 둔화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하반기 다시 반등할 것으로 전망되면서다. 여기다 최근 경직적인 흐름을 보이는 근원물가의 경우 상방 리스크가 다소 큰 점도 우려스럽다는 지적이다.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 참석 결정 배경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반기 경기 반등을 위해서 연내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필요성이 금융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해 한은은 "금리인하 논의는 시기상조다"라는 기존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전날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점검' 기자간담회에서 "연말에 물가상승률이 목표대로 2%대로 충분히 수렴한다는 증거가 있다면 금리 인하를 고려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물가상승률이) 3%까지는 가는지 먼저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금리 인하를 논의하기에는 시기상조다"고 밝혔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7월 6.3%로 정점을 찍은 이후 점차 둔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올해 상반기(1~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동기대비 4.2%로 지난해 하반기(5.6%)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 올해 들어선 연초 5.2%에서 5월 중 3.3%로 빠르게 둔화했다. 이는 석유류 가격의 기여도가 지난해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기저효과의 영향으로 크게 축소됐기 때문이다.

다만 한은은 "소비자물가 오름세는 여전히 물가안정목표(2%)를 상당폭 상회하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기저효과의 영향으로 올해 중반까지 뚜렷한 흐름이 이어지면서 2%대로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후 다시 높아져 등락하다 연말에는 3% 내외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한은은 분석했다.

식료품·에너지 물가를 제외한 근원물가의 경우 상방 리스크가 다소 큰 것으로 한은은 진단했다. 근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말 이후 둔화 흐름을 이어가고 있으나, 둔화속도는 상당히 더딘 편이다. 올해 1월 4.1%였던 근원물가는 5월에는 3.9%를 기록했으며 4월 이후에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상회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 근원물가의 둔화속도는 소비자물가에 훨씬 더딘 데다, 경직적인 서비스물가의 영향으로 과거 둔화기의 근원물가 둔화속도에 비해서도 매우 더디다는 점에서 우려를 키우고 있다. 최근 근원물가 오름세의 경직적인 흐름은 양호한 서비스소비 및 노동시장 등이 그 배경으로 작용한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한은은 "서비스소비는 2021년 하반기에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전 수준을 회복한 뒤 최근까지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취업자 수도 1998년이나 2008년 물가 둔화기와 달리 증가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향후 물가경로 상에는 국제유가 추이, 국내외 경기 흐름, 공공요금 인상 정도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은 가운데 근원물가의 경우 전망의 상방리스크가 다소 큰 것으로 판단된다"며 "양호한 소비 및 고용 흐름이 이어질 경우 누적된 비용인상 압력의 근원물가 파급영향이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