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민서 기자] 국내 5만 음악 창작자들의 저작권을 신탁관리하고 있는 사단법인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이하 한음저협)가 AI 시대 음악 저작권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고 창작자 보호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음저협은 지난 25일 KOMCA HALL에서 'AI 세미나'를 실시했다고 26일 밝혔다. 

   
▲ 26일 한음저협은 전날 'AI 세미나'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사진=한음저협 제공


이날 세미나는 인공지능 전반에 대한 협회의 정책적 대응 방안 마련을 위해 개최됐다. 가장 시급하게 대응해야 하는 문제로 저작권법 전부개정안 제43조 및 AI 학습용 데이터로 사용된 저작물의 정보 공개 의무화를 꼽았다.

국회에 발의 중인 개정안에 따르면 AI 학습용 데이터로 쓰이는 저작물에 대해 저작재산권을 제한하는 면책조항이 있다. 즉 AI 사업자가 이용 허락이나 대가 지불 없이 기존 저작물을 자유롭게 데이터로 활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한음저협은 지난 3월 이에 대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개정안은 상업적·영리적 목적의 이용에 대해서도 제한 없이 허용하게 해 저작권자의 권익을 지나치게 해하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발제를 맡은 황선철 사업2국장은 이에 더 나아가 학습용 데이터로 사용된 저작물이 확인되기 어려운 상황을 들며 문제를 제기했다. 황 국장은 “음원을 AI 학습용 데이터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변형이 일어나 어떤 음원이 사용되었는지 확인이 어려워지고, 그에 따라 무단으로 데이터를 사용할 경우에도 저작권자가 자신의 저작물을 사용했다는 것을 입증하기 어렵게 된다”라며 개정안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렇기 때문에 EU에서 추진 중인 법안과 같이 AI 학습에 사용한 저작물에 대한 자료를 공개하는 것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영국, 일본, 미국 등의 해외 입법례를 설명하며, 공정이용 및 TDM 면책규정 두 가지를 다 도입할 경우, 한국이 세계에서 창작자 보호에 가장 열악한 AI 관련법을 가지게 된다는 점을 설명했다.

AI TFT 유승범 위원은 음악 생성형 AI의 개념에 대해 설명하고, AI의 한 종류인 에이바(AIVA)를 직접 시연하는 등 AI 기술을 통한 작곡 기능과 현황에 대해 소개했다.

이러한 AI 기술이 더 이상 편리한 도구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하고 창작자 고유의 영역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발전하였으며, 이에 대한 경각심을 가질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한음저협 AI TFT를 이끌고 있는 박학기 부회장은 AI가 음악 창작 분야에서 이미 영역을 넓혀나가고 있는 현 상황을 공유했다.

박학기 부회장은 "이미 관련 콘텐츠 기업을 필두로 배경음악 분야에서는 기존 음악을 상당 부분 대체하며 창작자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아직까지는 체감이 안 될 수 있지만 곧 일반음악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협회에 등록된 610만여 곡이 AI 프로그램의 데이터가 되어 음악을 양산하고 있는 지금, 기존 음악의 무단 사용은 절도와 다름없다"며 AI 학습용 데이터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I TFT 이도연 이사는 AI와의 공존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에서 국내 저작권 제도의 사용자 중심 정책과 권리자를 배제한 법제 논의에 대해 꼬집었다.

이도연 이사는 "새로운 기술, 서비스가 만들어질 때 항상 권리자를 보호하는 법제들은 뒤늦게 만들어져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며, "저작권법 전부개정안 제43조 또한 사용자만을 위한 개정으로서 권리자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다듬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AI가 참여한 창작물 여부 공개, AI 학습데이터에 사용된 저작물 정보 공개 의무화, 창작자의 권리 보상 의무화 등의 정책이 마련되어야 할 필요성을 역설하며, 정부가 권리자를 존중하고, 권리자는 자신의 권리를 위해 행동할 것을 강조했다.

한음저협은 5만 명의 회원들이 창작자 권리 보호를 위해 목소리를 모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향후 창작자들의 연대 방안을 모색하여 정부의 사용자 중심 정책에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디어펜=김민서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