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위원장 "국민정서 동떨어진 언행·민심 맞서는 태도"
[미디어펜=김민서 기자]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이른바 '수해 골프' 논란을 일으킨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 당원권 정지 10개월의 중징계를 26일 의결했다.

연합뉴스는 국민의힘 윤리위가 이날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약 90분간 회의를 열고 홍 시장이 추가 제출한 소명 자료를 검토한 뒤 만장일치로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김기현 대표가 지난 18일 진상조사를 지시하고 같은 날 윤리위가 홍 시장 징계 논의 안건을 직권 상정한 지 8일 만이다. 

   
▲ 26일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수해 골프' 논란을 일으킨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 당원권 정지 10개월의 중징계를 의결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윤리위가 당 소속 시·도지사에 대해 징계를 내린 것은 홍 시장이 경남도지사를 지냈던 2015년 7월 '성완종 리스트'에 연루돼 당원권 징계 정지를 받은 이후 8년 만이다.

홍 시장은 충청·영남 지역에 폭우가 쏟아진 지난 15일 대구의 한 골프장에 골프를 치러 간 사실이 알려져 윤리위 징계 대상에 올랐다. 

홍 시장이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비판에 맞대응하며 여론을 악화시킨 점도 징계 사유로 추가됐다. 

그는 지난 17일 자신의 SNS에 "주말에 테니스 치면 되고 골프 치면 안 된다는 규정이 공직사회에 어디 있나"라는 글을 게재했다. 이후 국회에서는 기자들과 만나 "부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홍 시장은 이틀 뒤인 지난 19일 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논란이 된 SNS 게시물 두 건을 자진 삭제했다. 또 윤리위에 사과문과 의견서, 비상상황 근무 상황표 등을 제출했다. 

하지만 다음 날인 20일 윤리위 징계 개시 결정 이후 SNS에 '과하지욕'(跨下之辱·가랑이 밑을 기어가는 치욕)이라는 고사성어를 올리며 불만을 표출, 또다시 논란을 자초했다. 

이후 홍 시장은 해당 SNS 글을 삭제했고, 24일부터는 수해 봉사활동을 하며 반성 행보를 보였다. 

그는 이날 열린 윤리위에도 출석하지 않고 소명 자료만 제출한 뒤 경북 예천에서 사흘째 수해 복구 봉사활동을 했다. 

황정근 윤리위원장은 브리핑에서 "지난 15일 (홍 시장의) 재난 상황에서의 골프 행위와 그 후 이를 해명하는 과정에서 게시한 SNS글, 국회에서 한 언행 등은 모두 국민의힘 윤리위 규정의 징계사유, 즉 당의 윤리규칙을 위반해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본인이 이미 사과하고 수해복구 활동에 참여했지만 행위의 시기와 경위, 이후 사정에 비춰보면 당 명예를 실추시키거나 국민 일반의 윤리감정과 국민 정서에 반하는 행위이므로 윤리규칙을 엄정히 적용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황정근 윤리위원장은 홍 시장이 당 대표와 대선 후보를 지낸 국민의힘 중요 정치 지도자인 만큼 더욱 엄격한 윤리 기준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윤리위가 다른 정당과 달리 윤리적으로 엄정, 신속한 조치를 한 것은 정당이든 정치인이든 민심을 못 얻으면 결코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내년 총선이야말로 어느 정당이 더 혁신, 개혁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 이번 윤리위 결정으로 다시는 유사한 일이 재발하지 않기 바란다"고 했다.

홍준표 시장은 징계 발표 후 SNS에 "더 이상 이 문제로 갑론을박하지 않았으면 한다. 더 이상 갈등이 증폭되고 재생산되는 것은 원치 않는다"며 "나는 아직 3년이라는 긴 시간이 있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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