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약사이다 등 독극물 범죄, 과학수사 '스모킹 건' 확보 못하나
'독극물 범행' 물리적 공격 없이 피해 커, 결정적 증거 없으면 혐의 입증 못해
미제 사건 '모방범죄' 우려…과학수사 '스모킹 건' 확보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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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14일 경북 상주의 한 마을회관에서 발생한 '사이다농약' 사건의 용의자 A할머니의 창고 모습. 대구지법 상주지원은 20일 A할머니에 대해 도주 등의 우려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사진=연합뉴스 | ||
[미디어펜=류용환 기자] 살충제가 담겨 음료수를 마셨던 할머니 2명이 숨지고 3명이 중태에 빠진 ‘농약사이다’ 사건이 연일 집중되고 있다.
살인 등을 목적으로 무색무취 농약을 이용한 독극물 사건의 경우 결정적인 증거, 스모킹 건(Smoking Gun)이 드러나지 않아 범인 색출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다반사다.
미량의 독극물은 사망 등 상당한 피해를 발생시키지만 관리 시스템이 부실하고 폐쇄회로(CC)TV가 없거나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벌인 범행의 경우 미제 사건으로 남겨질 가능성이 높다.
21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14일 경북 상주의 한 마을에서 발생한 농약사이다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A할머니(82)에 대해 대구지법 상주지원은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전날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3년 전 판매 금지된 살충제 원액 빈병 등이 A할머니 집 부근에서 발견됐고 사건 당시 입었던 옷 등에서 범행에 이용된 농약 성분이 검출된 것이 주요 증거로 제시됐다.
하지만 경찰은 정황은 있지만 A할머니의 혐의를 입증할 결정적 증거를 제시하지 못한 상태로 범행 동기 등을 캐내기 위해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그동안 독극물로 인한 살인사건은 비일비재하게 발생해왔다.
재혼한 남편과 시어머니, 전 남편 등 3명을 수년간에 걸쳐 제조체로 살해한 B씨(44·여)가 지난 3월 붙잡혔다.
보험금을 노린 B씨는 2011~2013년 독극물을 음식 등에 섞는 수법으로 이들을 살해했고 자신의 딸(20)도 같은 방법으로 독살하려했다.
B씨의 범행은 결정적 증거를 찾던 경찰이 대학병원 교수에게 자문을 구하면서 꼬리가 밟혔다.
시신 부검을 통해 체내에 남겨진 독극물 성분을 확인하고 사망 전 B씨 남편과 비슷한 증세로 병원을 찾았던 딸도 숨진 이들과 같은 독극물에 중독된 사실을 파악한 경찰은 명확한 증거를 제시해 자백을 받아냈고 최근 검찰은 B씨에 대해 사형을 구형했다.
하지만 독극물 사건의 경우 미제로 남는 경우가 상당하다.
2007년 5월 경북 영천의 한 전통시장에서 드링크를 마신 C모씨(72·여) 등 2명이 숨졌다. 지난해에는 제주의 한 경로당에서 소주를 마신 70대 할아버지가 사망했고 2013년 충북 보은에서 비빔밥을 먹은 1명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들 사건의 공통점은 독극물로 인한 범죄로 현재까지 모두 범인을 잡지 못하고 있다. 용의자를 특정하더라도 결정적 증거가 없다면 혐의 입증이 불가능하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독극물 범행의 경우 자신의 신원을 숨기면서 원한 또는 반감을 가진 상대방 등을 집단으로 공격하기 수월하다. 특히 농촌에서 일반인이 구하기 쉬운 농약의 경우 물리적 공격력이 필요없기 때문에 독극물 범죄가 발생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곽 교수는 “심증이 간다 하더라도 ‘다른 사람이 모함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독극물을 음료수 등에 넣는 장면을 본 목격자 진술이나 CCTV 영상 등 결정적 증거가 없다면 혐의 입증이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각종 범죄의 스모킹 건을 확보하는 데 과학수사가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지만 독극물 사건에서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해 모방 범죄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신이철 원광디지털대 경찰학과 교수는 “범죄에 독극물을 이용하는 것은 적응 양으로 범죄 효과를 극대화 시킬 수 있다. 손쉽게, 많은 이들을 상대로 광범위하게 피해를 줄 수 있어 농약 등에 대한 거래시 주민등록증 제시 및 기록 등 엄밀히 다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늘날 갈등 조절 능력이 부족해지면서 분노가 폭발할 수 있고 범죄로 접근될 수 있다. 이런 경우 범인 검거가 조속히 이뤄져야 모방 범죄를 줄일 수 있다. 과학수사 전문화 교육이 진행되고 있지만 미진한 부분이 있다. 사회적으로 도움이 되는, 모방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심도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