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4‧10총선 평가 토론회…“험지 당선 비결 당이 하라는 것 반대로”
與-尹 낙선‧불출마자 오찬 이어 수직 당정관계‧영남정당 문제점 지적
“192석 거야 맞서야”…쇄신 요구 잇따르지만 변화 없어 ‘도로 친윤당’
[미디어펜=최인혁 기자]국민의힘에서 4‧10총선 패인을 놓고 연일 쓴소리가 나오고 있다. 당의 선거전략 오판, 수직적 당정관계 등이 주 요인으로 거론되며 금기시됐던 ‘용산 책임론’도 부상하는 중이다. 

그러나 쇄신 요구에도 불구하고 22대 국회 원내 전략을 진두지휘할 원내대표에 ‘친윤’ 이철규 의원의 입지가 굳건한 것으로 파악돼 국민의힘이 ‘도로 친윤당’으로 되돌아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국민의힘은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 당사에서 여의도연구원 주재로 '제22대 총선이 남긴 과제들'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는 윤재옥 당 대표 권한대행, 조정훈, 박수영, 정희용 의원 및 홍영림 여의도연구원장 등이 참석했다. 

토론 좌장은 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맡았으며, 박원호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김종혁 국민의힘 조직부총장, 김재섭, 서지영 당선인이 발제자로 참가해 패인 분석과 쇄신에 대한 목소리를 냈다.

   
▲ 국민의힘이 4월 25일 제22대 총선이 남긴 과제들 총선평가토론회를 개최하고 패인 분석과 쇄신에 대한 목소리를 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토론회는 시작과 함께 정부여당에 대한 쓴소리부터 나왔다. 총선 현장에서 당의 전략과 민심의 괴리가 컸고, 당이 이를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총선에서 참패했다는 비판이다. 

김재섭 서울 도봉갑 당선인은 “험지에서 어떻게 당선됐냐고 물어보셨을 때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우리당이 하라는 것을 반대로만 했다”라며 당의 총선 전략이 현장과 괴리가 컸음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당선인은 이번 총선 과정에서 당의 역할이 사실상 부재했다고도 꼬집었다. 그는 “선거 전 여의도연구원으로부터 단 하나의 내용도 받지 못했다”라며 “언론기관의 여론조사 또는 전문가들의 평가를 제외하고 여의도연구원으로부터 받은 (총선과 관련된) 구체적 자료가 없었다. 여의도연구원은 무엇을 했는지 여쭙고 성토하고 싶다”라고 질타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최근 총선 패배에 쇄신보다 차기 당권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 “21대 총선에서 궤멸적 패배를 당했을 때는 당이 무너지는 것처럼 대성통곡했지만, 이번에는 개인적으로 안일하다는 생각이 든다”라며 당이 위기의식을 느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수직적 당정 관계’가 총선 패인으로도 지목되는 만큼, 당이 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지영 부산 동래구 당선인은 “당이 제 역할을 해야 한다. 대통령실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민심이 어땠는지를 용산에 보고서로 제출하고 만나서 이야기도 해야 한다”라며 당정이 수직적 관계를 벗어나 상호 협력하는 관계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총선 패인을 두고 정부심판론에 대한 성토도 이어졌다. 경기 고양시병에서 낙마한 김종혁 조직부총장은 “(이번 총선에서) 사람들의 마음을 좌우하는 것은 콘텐츠가 아니라 스타일과 태도라는 것을 느꼈다”라며 “(현장에서) 대통령의 스타일이 싫다. 대통령 부부의 모습이 싫다. 이런 말이 굉장히 많았다”며 민주당의 정권심판론이 선거 전략으로 유효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김 조직부총장은 “아주 극소수를 제외하고 진보층에서도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좋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문제가 없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면서 “근데 그들보다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더 싫다고 말 하더라”면서 총선 참패에 용산의 책임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경제 위기 상황에 공감과 책임감을 제대로 보이지 못했고,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누적된 것이 주요 패인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김 조직부총장은 이재명 대표가 사법리스크로 재판을 진행하고 있고, 조국 대표 부인인 정경심 씨는 구속된 반면, 윤 대통령 가족과 관련한 수사가 진척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을 언급하며 어긋난 형평성 탓에 국민의힘의 총선 전략인 ‘이조심판’이 먹혀들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에 이들은 국민의힘이 이번 총선 참패를 계기로 쇄신에 나서 전국구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를 위해 수도권 특히 경기도를 사로잡아야 한다는 조언이 뒤를 따랐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국민의힘은 경포당(경기도 포기 정당), 4포당(40대 포기 정당)이 되었다”면서 “경기도를 포기해서는 제1당이나 다수당은 불가능하다. 맞춤형 전략으로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 수도권 민심을 사로 잡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에서 40대 비례정당 투표율이 낮게 집계된 것을 언급하며 “40대가 곧 50대, 곧 60대가 된다. 이들을 마냥 놓쳐서는 안 된다. 이들을 놓쳐야 할 이유가 없다”면서 세대 분석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전날 열린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4‧10총선 낙선 또는 불출마자들의 오찬에서도 총선 패인을 두고 쓴소리가 나온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낙선자들은 수직적 당정 관계와 영남 정당 한계 극복 등을 성토한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 종로구에서 낙선한 최재형 의원은 “당내에서 다양한 목소리를 보장해 의견이 다르더라도 지향점이 같다면 우리와 함께 갈 수 있는 많은 사람과 연합해야 한다”라며 “지금까지 해 온 모든 것들을 바꾸고 고쳐보겠다는 각오를 해야 한다”면서 국민의힘이 총선 패배를 계기로 전면 쇄신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친윤’ 이철규 의원이 원내대표 도전을 위해 몸을 풀고 있는 것에 비판적 시각이 뒤따르고 있다. 정권심판론이 총선 참패의 요인으로 지목된 가운데, 친윤 지도부 출범이 쇄신과 거리가 멀어 보인다는 이유다. 

하지만 총선 참패에 대한 쓴소리에도 친윤 원내대표 탄생을 저지하지는 못할 것으로 관측된다. 192석을 가진 거대 야당과 맞서 싸우기 위해 원만한 당정 관계가 필요하다는 명분이 국민의힘 내부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미디어펜과 통화에서 “(총선 패인들이) 원내대표 선거에 영향력을 전혀 미치지 못할 것”이라며 “여의도연구원이라는 곳이 당의 집행기구나, 당내 의원들이 의견을 개진하는 곳이 아니고 그냥 전문가나 학자들이 의견을 개진하는 장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내 주류세력이 아무래도 현재 친윤이기 때문에 오히려 윤석열 정부를 지키기 위해 단합이 필요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친윤에서 원내대표가 나와야 한다는 명분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김철현 정치평론가도 “당의 전열을 정비하고 쇄신을 하는 것은 당 대표의 몫”이라며 “원내대표는 당 대표와 달리 강력하게 (야당과) 맞부딪힐 수 있는 사람이 해야 된다”며 “국회의장이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않는다거나, 야당이 상임위원장을 독식하겠다는 판국이라 최강의 원내대표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도로 친윤당이라는 비판이 친윤 원내대표의 등장을 막아 세우지 못할 것이라 관측했다. 
[미디어펜=최인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