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1년 새 인도 2번 방문…현지서 미래 성장 방안 모색
현대차 델리 신사옥서 인도권역 직원들과 타운홀미팅…소통 강화
인도, 中·러 부진 대체할 전략적 요충지…정의선 "지원 아끼지 않겠다"
[미디어펜=김연지 기자]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세계 3대 자동차 시장으로 떠오른 인도에 1년 새 두 차례 직접 방문하는 등 인도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인도의 전략적 중요성이 갈수록 증대되고 있는 가운데 현지의 미래 성장전략을 점검하고, 다양한 사업적 기회를 모색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앞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최근 실적 부진의 여파로 예정됐던 인도 방문 계획을 연말로 연기한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당초 머스크는 이달 중 인도를 방문해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만나고 현지 투자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이번 정 회장의 인도 방문은 치열한 전기차 격전지가 될 인도에서 전동화 톱티어 브랜드로 자리 잡겠다는 그의 의중이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28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정 회장은 지난해 8월에 이어 약 8개월 만에 다시 인도를 찾았다. 정 회장은 지난 23일(현지시간) 인도 하리아나주 구르가온시에 위치한 인도권역본부 델리 신사옥에서 현대차·기아의 업무보고를 받고 양사 인도권역 임직원들과 중장기 전략을 심도 깊게 논의했다.

   
▲ 정희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현대차 인도권역본부 델리 신사옥에서 열린 타운홀미팅에서 인도권역 현지 직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현대차그룹 제공


또 정 회장은 중장기 전략의 실행 주체인 인도 현지 직원들과 타운홀미팅을 갖고, 직접 소통의 시간도 가졌다. 현대차 인도 100만 대 양산체제 구축, 전동화 본격 추진 등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현대차 현지 직원들과 열린 소통을 통해 비전을 공유하고 신뢰를 강화하기 위한 일환이라고 현대차그룹은 설명했다.

앞서 정 회장은 지난해 8월에도 인도를 찾았다. 정 회장은 당시 현대차·기아 인도기술연구소에서 인도 R&D 전략을 점검하고 인도 전기차 시장 동향을 면밀히 체크했다. 인도기술연구소는 국내 남양연구소와 긴밀히 협업해 인도 현지에 적합한 차량을 개발하는 등 인도시장에서 판매를 증대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 정의선, 왜 인도에 공들이나?

세계 최대 규모의 인구를 보유한 인도는 지난해 세계 5위의 경제 대국으로 올라섰고, 내년에는 일본을 제치고 4위를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인도는 독립 100주년인 2047년까지 선진국으로 도약한다는 국가 비전 'Viksit Bharat(발전된 인도)@2047'을 추진하고 있다. 

인도는 모빌리티 주요 거점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인도 자동차시장 규모는 500만 대로 중국, 미국에 이어 3위를 유지하고 있다. 승용차 시장은 410만 대 규모로 오는 2030년에는 500만 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인도는 전기차 생산 및 판매 거점으로서의 중요도도 높아지고 있다. 인도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전기차 판매 비중을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30%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강력한 전동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최소 5억 달러를 인도에 투자하고 3년 안에 전기차를 생산하는 업체에게 최대 100%인 수입 전기차 관세를 15%로 대폭 인하'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현대차는 '모빌리티 혁신기업, 그리고 그 너머'를 목표로 2030년 중장기 전략을 수립하고 있고, 단기간에 인도 주요 자동차 브랜드로 성장한 기아도 '기아 2.0' 전략을 통해 양적, 질적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 인도 전략형 모델 엑스터./사진=현대차그룹 제공

◆ 150만대 생산 체제 구축…전기차 라인업 확대·충전 인프라 확충

현대차그룹에게 인도는 중요한 시장이다. 중국과 러시아 시장의 부진한 틈을 메워준 곳이 바로 인도 시장이다. 인도는 지난해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판매량 중 12%(85만 7111대)를 차지했다. 북미, 유럽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인도 시장 규모가 커짐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생산능력을 적극 확충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GM으로부터 인도 마하라슈트라주에 위치한 푸네공장을 인수해 20만 대 이상 생산이 가능한 거점으로 설비 개선을 진행하고 있다.

내년 하반기 푸네공장이 완공되면 현대차는 첸나이공장(82만4000대)과 푸네공장을 주축으로 100만 대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기아까지 합하면 현대차그룹은 인도에서 약 150만 대를 생산할 수 있게 된다.

   
▲ 지난해 8월 인도를 방문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현대차·기아 인도기술연구소에서 현대차·기아 및 경쟁사 전기차들을 둘러보고 있다./사진=현대차그룹 제공

전기차 생산 및 판매 거점으로서의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는 인도 전기차 시장 선점을 위한 전동화도 본격화한다. 

현대차는 올해 하반기 인도 첫 현지생산 전기차를 선보일 계획이다. 올해 말 첸나이공장에서 SUV(스포츠유틸리티차) 전기차 양산을 시작으로 2030년까지 5개의 전기차 모델을 투입할 예정이다. 기아는 내년부터 현지에 최적화된 소형 전기차를 생산하고, 다양한 전기차 모델을 순차적으로 공급할 방침이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충전 인프라 구축도 병행한다. 현대차 판매 네트워크 거점을 활용해 2030년에는 전기차 충전소를 485개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최근에는 양사가 인도 배터리 전문기업인 엑사이드 에너지와 전략적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인도 전용 전기차 모델에 현지 생산 배터리 탑재를 추진하고 있다. 전기차 원가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배터리를 현지화해 가성비가 중요한 인도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등 현지 전동화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복안이다.

◆ 정의선 "인도, 글로벌 수출 허브로 육성"

정 회장은 인도 현지 직원들과 직접 소통하는 시간도 가졌다. 타운홀미팅은 인도 전 지역 직원들로부터 취합한 질문과 현장 즉석 질문들로 진행됐다. 인도에 대한 비전, 현대차 성장 요인, 인도 전기차 사업 계획 등 사업 현안에 대한 질의부터 정 회장의 일상 관련 내용까지 다양한 질문이 쏟아졌다.

정 회장은 이 자리에서 '고객 지향 철학'을 강조하면서 "우리가 일하는 이유는 바로 고객이며, 고객에게 최선을 다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모든 사람의 삶을 향상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에서 인도권역이 갖는 전략적 중요성에 대해서도 밝혔다. 그는 "인도권역은 현대차그룹의 성장에 가장 큰 기여를 한 권역 중 하나로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도 세계 경제 침체와 공급망 대란 등 수많은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꾸준히 좋은 성과를 창출했다"며 "경제발전이 가속화되고 있는 인도에서 지속적으로 시장점유율 2위를 달성하고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하며 브랜드파워를 강화해 나가고 있는 점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현대차 인도권역본부 델리 신사옥에서 열린 타운홀미팅이 끝난 후 인도권역 현지 직원들의 '셀피' 요청을 받고 촬영하고 있다./사진=현대차그룹 제공

이어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인도를 글로벌 수출 허브로 육성해 나갈 것"이라며 "인도권역의 중요성을 고려해 앞으로 더 큰 역할을 해낼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정 회장은 인도 전기차 사업 방향에 대해서는 "인도 시장에 특화된 전기차 개발과 전기차 인프라 확충을 통해서 전동화에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겠다"면서 "전기차 보급이 본격화되는 2030년까지 인도의 클린 모빌리티를 선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 인도 진출 28년간 견고한 성장…올해 목표 판매량 89만200대 

현대차그룹은 1996년 현대차가 인도시장에 진출한 이후 28년간 견고한 성장을 이어왔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인도 자동차 시장 2위 메이커로 확고한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 

현대차는 인도 자동차산업 역사상 최단기간인 판매 5년(2004년) 만에 50만 대를 돌파하며 인도 시장에 돌풍을 일으켰고, 2007년 100만 대, 2017년 500만 대를 거쳐 지난해까지 누적 판매 824만 대를 기록했다. 기아도 2019년 첫 판매 이후 SUV 경쟁력을 필두로 단기간에 연간 20만 대 이상을 판매하는 메이커로 성장했다.

   
▲ 현대차 인도 첸나이 생산 공장에서 현지 직원들이 차량을 조립하고 있다./사진=현대차그룹 제공

현대차그룹은 올해 3월까지 전년 동기(22만2000대) 대비 1.5% 증가한 총 22만6000대를 판매했다.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대비 3.9% 증가한 89만200대를 올해 판매 목표로 세웠다. 

정 회장은 인도에서 두드러진 성장을 이뤄낸 성공 요인으로 인도 고객들의 신뢰와 현지 직원들의 헌신, 현대차의 기술력 등을 꼽았다. 정 회장은 타운홀미팅에서 "인도 국민들의 성원과 사랑이 없었다면 달성할 수 없었던 결과"라며 "인도 자동차 시장의 우호적 여건과 현대차의 소형차에 대한 전문성과 기술력이 시너지를 내며 성과를 창출할 수 있었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중요한 요인은 역시 현대차 인도권역 직원들의 헌신"이라며 "지난 28년간의 성공이 미래의 성공을 보증하지는 않지만 여러분들께서 성공적인 미래를 만들어 갈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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