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기차 수출 붐 일자 자동차운반선 수요급증
이런 추세에 보조 맞춰 최근 신조 1조 투자 공표
현대‧기아차 의존도 낮춰 해운업 경쟁력 강화 움직임
[미디어펜=성동규 기자]현대글로비스가 자동차운반선(PCTC) 신조에 약 1조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중국의 전기차 수출 급증에 따른 PCTC 수요 증가에 대응하고, 동시에 현대차그룹 의존도를 낮추는 등 체질을 개선해 자립경쟁력을 갖추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 사진=현대글로비스 제공


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글로비스는 최근 올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2028년까지 1조275억원을 들여 액화천연가스(LNG) 이중연료추진 초대형 PCTC 6척을 신조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세계적으로 PCTC 공급 부족 현상이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선사들은 자동차 수출의 감소를 예상하고 Pure Car and Truck Carrier(PCTC)의 발주를 축소했다. 동시에, 탄소 배출량이 높은 노후 선박의 일부는 폐선 처리되며 전 세계 PCTC의 수량이 줄어드는 상황이 발생했다.

그러나 시장의 예상을 뒤엎고 글로벌 자동차 수요가 신속하게 회복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특히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에서 자동차 수출 물량이 급증했다. 

현대‧기아차를 제외한 다수의 국내 자동차 제조사들은 공장에서 생산된 수출용 차량을 싣고 나갈 PCTC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일부 제조사는 차량을 컨테이너선에 실어 보내야 할 정도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용선료는 최근 3년 새 10배 가까이 급등했다.

현대글로비스가 이번 6척의 PCTC를 선주로부터 빌려 쓰는 '용선' 방식이 아닌 직접 소유해 운용하는 '사선' 방식으로 확보하겠다는 밝힌 것도 수익성 개선을 위한 투자로 풀이된다. 해당 PCTC는 현대·기아차 외에 한국GM 수출 물량 등에 배정될 전망이다.

내부거래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위기의식이 깔린 것이다. 실제로 올해 1분기 현대·기아차의 수출량은 56만1988대로 전년 동기 59만946대 대비 4.9% 줄었다. 직전분기 57만5437대를 수출했던 것과 비교해서는 2.5% 감소했다.

지난해 말 기준 83척의 PCTC를 운용 중인 현대글로비스는 오는 2027년까지 110척으로 늘리고 신규 고객사를 지속적으로 유치해 매출 증가를 노릴 계획이다.

현대글로비스는 이런 전략을 현실화시킬 수 있는 풍부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연결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약 2조9419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과 비교해 약 6511억 원(28.4%) 증가한 수치다. 

올해 1분기 시장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달성함에 따라 투자 환경도 매우 우호적이다. 연결 기준 당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7.9% 증가한 3062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같은 기간 4.5% 증가한 6조5864억 원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완성차 수출 물량 감소 등 시황이 언제 갑자기 둔화할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대규모 투자가 오히려 감가상각 등 비용 부담을 키우는 최악의 결과로 돌아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친환경차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영향으로 최근 유럽 지역의 자동차 수출이 늘고 있다"면서 "유럽 완성차 업체와 신규 해상운송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PCTC 선박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에 따라 내부 거래비중은 자연스럽게 낮아질 것이다. 다만 중국 완성차와의 거래는 아직 검토하고 있지 않다"면서 "일각에선 현재의 호황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있으나 어려운 상황을 헤쳐나갈 충분한 저력을 갖추고 있는 만큼 벌써부터 우려하고 있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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