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족 범위 축소, 사외이사 일률적 제외 필요
[미디어펜=조우현 기자]한국경제인협회가 ‘동일인’을 개인이 아닌 법인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기존 동일인 지정 제도가 1980년대 도입한 틀에 갇혀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경협은 9일 홍대식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에게 의뢰한 ‘기업의 지배구조 자율성 확보를 위한 공정거래법상 대규모기업집단 규제 개선방안’ 보고서를 공개하며 이 같이 밝혔다. 

   
▲ 한국경제인협회가 ‘동일인’을 개인이 아닌 법인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기존 동일인 지정 제도가 1980년대 도입한 틀에 갇혀 있다는 이유에서다. /사진=한경협 제공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기업집단을 정의할 때 ‘기업집단을 사실상 지배하는 동일인’을 먼저 정한 뒤, 동일인이 거느린 계열사들을 정한다. 

동일인이 단독 또는 관련자(배우자, 4촌 이내 혈족 및 3촌 이내 인척, 기타 친족 등)와 합해 해당 회사의 발행주식 총수의 100분의 30 이상을 소유하고 최다 출자자인 경우, 그 회사가 기업집단에 포함된다.

홍대식 교수는 이 점을 언급하며 “현행 규제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전통적인 기업의 지배구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기업집단 지정 방식은 과거 창업주 개인이 순환출자형 또는 피라미드형 기업집단 형태로 운영하며 경영권을 승계했던 폐해를 억제하기 위해 설계된 것인데 ESG 공시 도입 등으로 기업의 자율적인 지배구조 개선이 강조되는 최근 경향과는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집단별 순환출자 고리 현황은 2009년 43만8039개였지만, 2024년 현재는 전무한 상황이다.

홍 교수는 그러면서 자연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하는 제도는 폐지하고, ‘핵심기업’을 중심으로 기업집단을 지정하자고 제안했다. 실질적인 지주회사 구조를 가지고 있을 경우, 최상위 지주사 등 ‘핵심기업’을 중심으로 기업집단의 범위를 충분히 획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정주 한경협 팀장은 “대기업집단 동일인 제도는 미 군정이 2차 대전 이후, 일본에서 전범 기업을 해체하기 위해 만든 규제를 가져온 것”이라며 “1980년대에는 대기업을 지배하는 총수가 이병철, 정주영 등으로 명확했지만, 지금은 계열사도 자기 지분이 거의 없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동일인 친족 범위를 ‘혈족 6촌·인척 4촌’으로 정하고 있는 것도 현실과 맞지 않게 너무 넓다는 지적이다. 형제나 사촌 간 갈등을 빚거나 경영권 분쟁을 일으키는 경우도 많고 사실상 일부 계열사들이 독립 분리 상태로 운영되는 경우도 많은데, 동일인이 모두 책임지는 구조라는 것이다.

한경협은 동일인이 공시 자료를 잘못 제출하면 무조건 형사처벌 받도록 돼있는 규정도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공정위는 지난 7일 시행령을 개정해, 법인도 동일인으로 지정 가능하게 개정했다. 

동일인을 자연인으로 보든, 법인으로 보든 국내 계열사 범위가 동일한 경우, 기업집단을 지배하는 자연인이 최상단 회사를 제외한 국내 계열사에 출자하지 않고, 해당 자연인의 친족이 계열사에 출자하지 않은 상태이면 가능하다. 

이에 따라 쿠팡은 법인이 동일인으로 지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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