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습침수구역'이었던 양천구 일대, 빗물터널 가동 후 피해 '0건'
환경부, 강남역·광화문·도림천 등에 빗물터널 건설 추진
[미디어펜=유태경 기자] "와, 서울에 이런 곳이 있었어?"

   
▲ 신월 빗물저류 배수시설 중 저류배수터널 내부. 직경 10m, 길이 3.6㎞에 달한다. /사진=유태경 기자


서울 한복판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40m 속으로 들어갈 수 있을 거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장마철에나 날 법한 꿉꿉한 냄새와 습기가 온몸을 감쌌다. 현장 사진을 찍기 위해 꺼낸 휴대폰에는 '서비스 불가' 문구가 보란듯이 떠 있었다.

지난 10일 국내 첫 대심도 빗물터널인 '신월 대심도 빗물터널'을 방문했다. 대심도라 하면 으레 철로나 도로 등 교통시설을 생각하지만, 이곳 신월 대심도 빗물터널은 오로지 '빗물'만을 위한 길이다. 

서측은 산지, 동측은 안양천으로 둘러쌓여 상대적으로 저지대에 위치한 양천구 일대는 하수관 확대와 빗물 펌프장 증설 등 모든 대책을 추진했음에도 불구하고 지역 특성으로 인해 침수 피해가 반복돼 왔다. 서울시와 양천구는 2010년 9월 21일 시간당 93mm의 폭우로 인한 총 6001건의 피해 발생을 계기로 지하 40m 깊이의 대심도 빗물저류터널을 계획했다.

총공사비 1381억 원이 투입된 신월 빗물저류 배수시설은 2013년 착공돼 2020년 준공됐다. 수직구 6개소와 저류배수터널, 유도터널로 구성돼 있으며 저류 용량은 32만 톤이다. 시간당 100mm의 비에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다. 사전 브리핑에서 터널 크기에 대한 설명을 들을 때는 그 규모가 당최 가늠되지 않았는데, 직경 10m, 길이 3.6㎞에 달하는 이 넓은 터널을 빗물이 채운다고 생각하니 믿기지 않았다.

   
▲ 빗물 유입 및 배수 모식도./사진=양천구


빗물터널의 역할은 매해 홍수기마다 빛을 발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22년 동작구와 강남구 대규모 침수 발생 당시 양천구에 시간당 76mm의 비가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저류 용량의 70%까지 빗물을 저류해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 이기재 양천구청장은 "양천구의 수해 대책은 신월 빗물터널 전후로 나눠진다"며 "신월 빗물터널 준공 이후 하수관 역류로 인한 침수 등 피해가 단 한 건도 없었고, 빗물터널이 시간당 100mm의 비에 견딜 수 있는 성능을 완전히 입증했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침수 피해가 잦은 강남역과 광화문, 도림천 등에도 빗물터널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앞서 공사비 증액 등 문제로 무응찰 유찰되면서 준공이 늦춰졌으나, 총사업비를 1조3689억 원으로 상향 조정하고 행정절차를 단축해 입찰 추진 중이다. 환경부는 올 하반기 착공해 2028년에는 준공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한 국내 민간기업의 빗물터널 설치·운영 및 유지 관리 전 과정 기술력 녹색수출을 지원하겠다는 구상이다.

한화진 장관은 "빗물터널은 훌륭한 도시 침수 예방 인프라로서 그 가치가 있고, 세계적으로 우리의 기술적인 노하우가 전파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유태경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