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위기 극복 위한 조치로 풀이
경계현 사장은 미래사업기획단장으로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삼성전자가 21일 미래사업기획단장 전영현 부회장을 DS부문장에 위촉하고 미래사업기획단장에 DS부문장인 경계현 사장을 위촉했다. 수장 교체로 지난해 적자를 면치 못했던 반도체 부문이 다시금 살아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이날 “이번 인사는 불확실한 글로벌 경영 환경하에서 대내외 분위기를 일신해 반도체의 미래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라며 이 같이 밝혔다.

   
▲ 삼성전자가 21일 미래사업기획단장 전영현 부회장을 DS부문장에 위촉했다. 사진은 전영현 부회장 /사진=미디어펜


업계에서는 이번 인사에 대해 지난해 최악의 실적을 낸 삼성 반도체 사업의 영향인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고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 시절 메모리 반도체 부문에서 세계 1위에 등극한 이후 꾸준히 자리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업황 부진 등으로 15년 만에 15조 원에 가까운 적자를 냈다.

글로벌 경기가 악화돼 IT 기기의 수요 회복이 더딘 탓이 컸지만, 업계에서는 D램 반도체 신기술로 불리는 HBM 등 차세대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었다.

HBM은 인공지능(AI) 반도체의 핵심으로 꼽힌다. D램 여러 개를 수직으로 연결해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린 HBM은 AI 연산에 필수적인 기술이다. 가격은 일반 D램보다 몇 배 비싸지만, 수익성은 월등히 높아 영업이익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업계에서는 삼성이 D램을 통해 오랫동안 독주 체제를 구축해 고수익을 구가했지만, 2위인 SK하이닉스에 바짝 쫓기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시장을 제대로 읽지 못해 적자라는 뼈아픈 결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실제 메모리반도체 2위인 경쟁사 SK하이닉스는 초기단계에서부터 AI 반도체 시장의 90%를 장악한 미국 엔비디아의 고성능 제품에 HBM을 독점 공급하고 있고, HBM3에 이어 5세대인 HBM3E도 엔비디아에 양산을 시작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아직까지 샘플링 통과를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경계현 사장은 올해 초 주주총회와 사내 간담회 등에서 “우리가 AI 초기 시장에서 승리하지 못했다. (HBM 부문에서) 경쟁사가 삼성을 이겼다”며 “체질 개선을 통해 경쟁력을 되찾아야 한다”고 인정한 바 있다. 

이후 올해 HBM 전담조직을 신설하고 차세대인 HBM3E 12단, HBM4 개발 로드맵을 내놨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사를 통해 부진을 겪고 있는 반도체 부문에서 다시금 승기를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신임 DS부문장에 위촉된 전영현 부회장은 지난 2000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로 입사해 DRAM/Flash개발, 전략 마케팅 업무를 거쳐 2014년부터 메모리 사업부장을 역임했다.

이후 2017년에는 SDI로 자리를 옮겨 5년간 SDI대표이사 역할을 수행했고, 올해 삼성전자 미래사업기획단장으로 위촉돼 삼성전자/전자관계사의 미래먹거리 발굴역할을 해왔다.

삼성전자는 “전영현 부회장은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와 배터리 사업을 글로벌 최고 수준으로 성장시킨 주역으로 그간 축적된 풍부한 경영노하우를 바탕으로 반도체 위기를 극복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2022년부터 삼성전자 DS부문장으로 반도체사업을 총괄한 경계현 사장은 2020년부터 삼성전기 대표이사를 맡아 MLCC 기술경쟁력을 끌어올린 바 있다. 경 사장은 그동안 쌓은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 먹거리 발굴을 주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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